8.08.2013
I cook
왠만하면 해먹는다. 싱싱하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 대해 점점 의식이 생기면서 온 불편함이다. 왠만한 식당 주방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에, 냉소에서 유발된 의심이 한층 더 쌓이면서 점점 변형되온 생활 패턴이다. 이제 내가 하는 요리에 왠만큼 입맛도 고정되어, 값비싸고 제대로 하는 식당이나 한 메뉴만을 몇 세대 파온 전문점 말고는 내가 한 음식이 낫다는 생각이다. 이 동네에도 여러 식품점이 있지만 재료의 종류나 싱싱함에 있어 옆동네 이마트만은 못해 일주일에 한번씩은 장을 봐 냉장고를 채워넣는다. 일부러 나가는 건 아니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이 동네를 벗어나야 하는 스케쥴이 생겨서 돌아올 때 들러 사오게 되니 별 짐도 아니다. 요리에 임하는 불필요한 각오나 법석도 많이 줄어 이제 날치알 크림 파스타 정도는 15분이면 한 차림 만들어낸다. 특히 밖에서 먹는 한식 밥은 거의 재미없는 흰밥이나 묵힌 밥일 경우가 많아 아깝다는 생각이다. 한달에 한번 정도 찾아주시는 엄마는 볼 때마다 말라가는 것 같다고 괜히 걱정이지만 난 보기보다 많이, 잘도 먹는다.
Seoul Players에서 9월에 있을 10 Minute Plays를 위해 한 2, 3 주 전부터 번역 작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예상 외로, 당최 이딴 걸 작업해서 뭐하나, 하는 회의가 밀려오게 하는 작품들이 꽤 여럿 있어 작업 중 한숨을 많이 쉬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 번역한 두 작품이 더욱 그랬어서 작업 속도가 꽤 더뎌졌던 중 오늘 아침 그걸 끝냈다. 특히 뭔가 포스트모던해야 한다는 걸 의식하며 쓴 것이나 스마트하게 보이고 싶다는 작가의 숨겨진 의식이 감지되는 것들은 정말 하기 싫다. 엊그제 C가 부탁한 경제 관련 기사같은 걸 번역하느라 어제 몇시간을 썼는데, '라인들 사이에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진 않을까' 아니면 '이런 단어가 슬랭으로 뭐 다른 의미가 있나' 걱정하며 어번 딕셔너리를 뒤져보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고 그런 두 번 생각해볼 것 없는 명쾌한 문장들과 단어 사용은 오랜만이라 새로웠다.
엊그제 퇴근 후에 아트레온에서 The Place Beyond the Pines를 K와 같이 가서 봤다. 난 Ryan Gosling과 Bradley Cooper에 대해 별 감정 없기 때문에 - 아, 'Silver Linings'에서의 Bradley Cooper는 분명 빛났다고 생각했지만 - 적어도 이 영화에 있어서 만큼 그들의 연기는 출중했다고 평했는데 K는 워낙 이 배우들을 별로라 한다. 영화 초반이 필요 이상 길었다는데에 동의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면서도 너무 진부하지 않은 플롯이나,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Arvo Pärt의 사운드 트랙 등, 늦은 시간에도 불구, 볼만한 가치가 있었던 영화였다.
내 공간이 나한텐 완벽에 가까운 게 맞지만 블루투스가 되는 스피커를 하나 새로 놓으면 더 좋겠다 싶다. 신촌 프리스비에서 봐둔게 있긴 했는데, 일하러 가는 길에 하이마트를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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