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2013

sung words/ linguistic music



What do fireflies sound like?
: "*"
완벽한 침묵을 배경으로. 정확히 말이라고 할 순 없는 언어적 소리,
음악같은 말, 심상 이미지를 외부로 전달하기 위한 음성적 노력, 음악적 제스쳐.
알고보면 이다지도 경계가 모호한 신기한 말 음악 이미지 놀이. 시간하고 놀아나기.

All in the flow. Omissions are not accidental.

Radiolab은 C가 K에게 강제 추천하고 이어서 K가 내게 적극 추천해준 포드캐스트인데 컨텐츠도 그렇지만 말과 그밖의 소리들이 빚어내는 향연에 나도 덩달아 팬이 된지 꽤 되었다. 그렇지만 K와 소원해진지는 세 달 정도 되었다. 그렇다고 본인이 이렇게 저렇게 뭐를 하기엔 좀 그런 것들 중에 하나다.

mrkrgnao.

11.06.2013

creative principle

John Register

There's no such thing as bad light.
It's all good.


11.05.2013

on repetition

by Trevor Triano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때로는 여러가지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뻔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 저의 생활입니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에 큰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가끔은 속박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괴롭히기도 하지만, 해가 갈 수록 이런 현실 생활은 그럴만 하다, 말이 된다,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좋게 포장하면 두 발을 땅에 똑바로 딛고, 어떻게, 어느 지점에서 타협할 것인가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것만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오전에 이렇게 침대에 가로로 눕듯 앉아,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모두 들춰보며 하루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는 정말 괜찮습니다. 이건 생활에 대처하는 나름의 자세에 영감을 주고, 매일 똑같은 듯 하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일터에서의 시간에도 미리 생산자와 사회인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퇴근 후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 주황 불빛의 조용한 시간을 기대하게 합니다.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 있으나, 어쨌든 통제와 안정, 혹은 현상유지에의 강박적인 추구에서 벗어나, 되도록 다른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어디로부터 벗어나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과,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에는 또 차이가 있습니다.  from 과 to 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범위의 차이기도 합니다. 끝을 미리 인지 하는데에서 오는 나태함과 무기력, 포기를 연상시키는 최면같은 반복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급진적 집념과 불굴에의 반복은 하기에 따라 멋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건 그렇고 어제 저녁 정자동 마드모아젤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걸려왔는데 알고보니 그녀의 웨딩 때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예식장 측의 멋진 현악 3중주와 그에 딸린 피아니스트에게 부탁했다는. 그래가지고. 부탁에 응하기 전 망설임과 지난 몇 주간 선곡한 곡들에 대한 연습은 별 소용이 없게 됐으나 전 우주적으로 볼 때 더 잘된 일이겠거니 싶다. 그녀의 말 그대로에 철썩 순종하여 '맘 편하게' 앉아 축하하고 올테다. 끄덕.

11.04.2013

november



나는 마시는 차 말고 굴러다니는 차 같은 거에는 영 관심이 없지만 올 9, 10월에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났던 꼬맹이의 꿈이 자동차 디자이너였다. 그래서 저런 미니 모형들을 몇 백개를 수집했던 모양인데, 꼬맹이의 관심사에 내가 약간의 관심을 보이며 조금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지자 자랑하듯 모형을 늘어놓으며 그 자동차들의 이름과 년도와 디자이너의 이름을 알려주었었다. "쌈바"라고 불리는 듯한 저 버스 비스무리하게 생긴 자동차가 귀엽다고 하자 서슴없이 가지라고 내주었다. 그 뒤로 몇 번 만날때마다 저렇게 조금씩 주어 늘어나게 되었다. 어쨌거나 꼬맹이가 가고 싶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우리가 애초에 만났던 목적 비슷한 걸 이루게 되어 다행이지만 무엇보다 꼬맹이가 그 순수한 열정을 오래도록 변함없이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6, 7, 8월 즈음 그런 꼬맹이들 둘을 더 만났었고 내가 도움이 됐으면 얼마나 됐겠느냐마는 모두 총명한 아이들이었던 터라 속 시원히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다. 이 아이들은 고작해야 열 셋, 열 넷인데 십 년 후 이들 앞에 펼쳐질 세상을 나는 지금 가늠해 볼 수도 없다. 나의 십 년 후, 40대의 내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없는 것과는 또 다른 성질의 예측불가함이다.

11월인데, 어쩐지 벌써 올해가 마감되는 기분이다. 여러 상황적으로. 엊그제 나는 공식적으로는 올해에 있을 모든 번역 작업을 끝냈다. 세어보니 올해 모두 9작품을 번역했고 16개의 단막극을 번역했다. 아쉽게도 올 해 원하는 만큼 원하는 책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없었지만 다다음 주 즈음이면 믿거나 말거나, 딱히 재밌다고 할 수 없는 문제들로 빽뺵한 수험서 29권을 8개월간 모두 착실하게 정독한 셈이다. 그 기능을 떠나 그냥 숫자의 볼륨에서 어느 정도의 "마냥 논 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기에는, 실제로 그것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투척했고 그게 완전한 낭비가 아니었다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으니 누가 뭐라해도 괜찮다.

그것도 그렇고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문을 두드렸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엊그제 밤 허락되었고 나는 잘하면 내년 봄이나 초여름 즈음 한 달 정도 영국에 있을 수 있겠다. 그 때까지 돈을 좀 모으고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정자동 마드모아젤이라고 불렸던 그녀가 다다음주면 정자동 새댁이 된다. 아무래도 마드모아젤은 내가 피아노를 어느 정도 치는지 잘 모르고 반주를 부탁한 것 같으나, 나는 최소한 모두가 축하하는 분위기를 망쳐서는 안되겠다. 직접 고른 곡들을 홍대 Kinko's에 가져가 한 권으로 제본하는 계획이 생각처럼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아 애를 좀 먹었으나 별 건 아니다. 그나저나 축가를 부르신다는 선배님이 무슨 곡을 부르시는지 아직 악보를 보내시지 않아, 이건 좀 당황스럽다.

한편, 프레이즈 팀에는 첫 모임에 출석해서, 좋다, 새롭다, 좋다!를 연발해서 감탄해 놓고는 그 다음부터 연속으로 몇 주를 계속 못나가고 있어, 이거 나 모르게 내가 짤린거 아닐까 좀 마음이 쓰인다. 그건 진심이었는데.

상수 어디즈음에서 길을 잃고 우연히 들어갔던 곳을, 일 주일 뒤 일부러 길을 잃어보자는 맘을 먹고 샅샅이 뒤지는 건 고단한 일이다. 맘을 먹으면 길이 안잃어지고(?) 어쩌다 보였던 그 식당은 맘을 먹은 눈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곧 다시 바빠지기 전 테누토로, 느리고 진득하고 의미심장하게 보냈던 지난 주말이었다.

11.03.2013

a new project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고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는 상관없이 나는 오늘 소녀처럼 두근댔고 기대됐고 아무 한 일 없이 벌써부터 뿌듯하다. 이 프로젝트는 이를테면 "성숙"과 "순수"의 공존을 동경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조금씩 실현하거나 지향하고 싶은 마음, 아니면 그 비슷한 것에서 잉태되었을텐데. 이런 생각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이 기적적으로 느껴졌다. 꼭 이 신나고 (그들한테는) 멋진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오늘은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저 책상 위에 있는 이 사진 속의 것들이, 이 모든게 진행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도 신기해 죽겠다. 

난 저기 잘보면 보이는 나처럼 머리를 다시 빨리 기르고 싶어졌고 김칫국을 연상하는 각오같은 건 최대한 좌중하려고 하지만, 어떤 태도같은 것이 조금 달라졌다고 느낀다. 무시무시하게 아름답고 중요하고 가장 원천적인 것을 더 자주 기억하게 될테다. 어거지로 말고.

(고맙습니다, JH)

그 때 내가 지금처럼 기록을 뜸하게 남겼었다면, 아예 남기지 않았었더라면 어쩔뻔했는가. 2년 전 광화문 스타벅스 3층의 그 자리는 오늘의 그것처럼 그렇게 특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