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revor Triano |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때로는 여러가지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뻔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 저의 생활입니다.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에 큰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가끔은 속박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괴롭히기도 하지만, 해가 갈 수록 이런 현실 생활은 그럴만 하다, 말이 된다,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좋게 포장하면 두 발을 땅에 똑바로 딛고, 어떻게, 어느 지점에서 타협할 것인가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것만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오전에 이렇게 침대에 가로로 눕듯 앉아,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모두 들춰보며 하루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는 정말 괜찮습니다. 이건 생활에 대처하는 나름의 자세에 영감을 주고, 매일 똑같은 듯 하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일터에서의 시간에도 미리 생산자와 사회인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퇴근 후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 주황 불빛의 조용한 시간을 기대하게 합니다.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 있으나, 어쨌든 통제와 안정, 혹은 현상유지에의 강박적인 추구에서 벗어나, 되도록 다른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어디로부터 벗어나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과,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에는 또 차이가 있습니다. from 과 to 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범위의 차이기도 합니다. 끝을 미리 인지 하는데에서 오는 나태함과 무기력, 포기를 연상시키는 최면같은 반복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급진적 집념과 불굴에의 반복은 하기에 따라 멋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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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어제 저녁 정자동 마드모아젤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걸려왔는데 알고보니 그녀의 웨딩 때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예식장 측의 멋진 현악 3중주와 그에 딸린 피아니스트에게 부탁했다는. 그래가지고. 부탁에 응하기 전 망설임과 지난 몇 주간 선곡한 곡들에 대한 연습은 별 소용이 없게 됐으나 전 우주적으로 볼 때 더 잘된 일이겠거니 싶다. 그녀의 말 그대로에 철썩 순종하여 '맘 편하게' 앉아 축하하고 올테다. 끄덕.
오랜(?) 팬 입니다. 글이 자주 올라와 기뻐요.
ReplyDelete혹시나 부담스러우실까 조심조심;;
기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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