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2013

ode to lemon ginger tea

photo by Brian Ferry

지금 당장 이마트에 가시면 각종 차와 커피, 코코아 등등이 있는 코너에, D 회사에서 나온 "아가베레몬생강차"라고 써있는 조그만 병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호주머니에 칠천원 정도 갖고 계시다면 겨우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두 잔정도 포기하시고 이것을 사십시오. 이 병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집에 돌아와 차 포트에 물을 올려놓으십시오. 커터로 비닐 껍질을 벗기고, 뚜껑을 잘 열어 보십시오. 잘 안되면 고무장갑을 끼고 차분히 시도해 보십시오. 펑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머그잔을 꺼내 다섯 티스푼 정도 내용물을 덜어내십시오. 물이 다 끓었으면 머그잔에 알맞게 따라내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천천히 잘 저어주십시오. 10초 정도, 서두르지 않게 뜸을 들이고 이제 호- 불면서 그 맛을 음미해보십시오.
...
여기까지 하셨으면
당신은 제가 괜찮은 사람,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 기호에 따라 주변에 주황색 불빛의 미니 전기스토브, 혹은 초를 켜놓거나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아직 읽지않은 단편 소설이나, 좋아하는 화풍의 그림책, 어느 때 들어도 잘 질리지 않는 음악과 곁들이면 더욱 좋습니다.

* 만약 이걸 오늘 저녁 즈음에 하실 수 있으시다면, 그러시는 중에 제가 숨쉬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시 마포구 쪽을 향해 긍정의 끄덕임을 한 번 해주십시오. 제가 이런 걸 널리 알려드릴려고 태어난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제가 쭉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살아도,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드리는 것보다 아무쪼록 더 영양가있고 의미있는 인생을 살도록 애써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입니다.      

2 comments:

  1. 축하합니다! 아가베레몬생강차는 오늘 당장 못샀지만 꼭 기억해둘께요.
    생일 축하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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