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2013

x-ray

John Register

두 달간 미뤄왔던 <정형외과 가서 손가락 엑스레이 찍기>를 드디어 해내었다.

나는 타인의 기대에 열심히 부응해보고자 그들끼리 지칭하는 <회식>자리에 따라나선 것이었다. 그러다 그 중 한 분이 고기는 잘 안드시고, 물 같이 생긴 작은 잔을 연거푸 들어마셔 순식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버린 것처럼 되버리고 만 상황이었다. 화장실에 가겠다는 그녀가 어쩐지 위태위태해보여 같이 일어났는데, 그녀는 예상대로 목적지를 향해 가지질 않고 비틀비틀 차도쪽으로 비껴나갔다. 나는 몸의 방향을 바꿔주려던 의도였을 뿐이고 그녀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었을 뿐이겠다.  혼자서도 괜찮다고 나를 살짝 밀쳤을 뿐이었을 텐데 하필이면 그녀의 몸집이 나보다 컸던 터라, 이 몸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 아스팔트 도로 위를 살짝 날다시피했지만 실제로 날지는 못해 오른 쪽 무릎과 오른 손가락 들을 중심으로 대충 팽개쳐진 것이었다.

무릎에서 피를 많이 흘렸고 딱지가 완전히 앉고 떼어지는 데 6주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여간해선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검보라색 흉터가 생겼다. 오른 손가락 3,4,5번이 삐그덕대며, 통증인지 불편한건지 분간이 애매한 아릿아릿함이 그간 계속 있어왔다. 그렇지만 심하게 붓거나 했던 것도 아니니 뼈가 부러진 건 아닌 것 같다는 판단 하에 병원에 가는 걸 계속 미뤄왔다가.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며 느껴진 첫 감각이, <손가락이 아프다>는 거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밖에 나가 병원으로 걸었다.

<큰 이상은 없고 그냥 삔 것>이 의사 선생님의 총평이다.

내가 넘어져서. 상처가 나서. 흉터가 남아서. 손가락이 삐그덕거려서. 이 사건에 얽힌 그녀가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이 된 것도 틀리진 않지만. 그런 것 보다 더 깊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박힌 건, 그 모든 게 일어나기 2분 전, 고기를 구우면서 원치않게 들었던 <말>들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들어버려서 내딴의, 이웃을 둥글게 사랑하고 싶은 노력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싫었다. 어디 뭐든 내 맘 편해지라고 바깥 일이 그렇게 되는가 말이다. 들이마시면 취하게 되있고 나온 말은 이미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 어떤 식으로든 소화되어 삼켜지게 되어있다. 나는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멀쩡히 듣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 순간 만큼은 그것이 쌍방향으로 일어나지 않은 것이 유감이다.

요는, 타인의 기대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니 부응하고자 하는 기대는 스스로 선택해야겠다는, 그런, 또 들으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아니오>의 섭섭함을 안겨주는 불편함은 찰나이고 흉터는 왠만하면 오래간다는, 그런, 또 뻔하지만 맞는 것 같은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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