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2012

An Authentic Feeling


Gidon Kremer - Milonga en re


"I don't just make music to show how fabulously I can play but to draw attention to something that's more important than the performer and perhaps even more important than the listener."

"Twenty years of life, twenty years of disappointments, twenty years of experience, joy, encounters, ideas cannot simply vanish. They return in music."

"...but it's not an escape. It's perhaps a way... to discover values that last for ever and that exist for everyone."

Alas, did I mentally wince when he mentioned "values"?

9.14.2012

Lunch

Alexandre Benois

앞으로 9일 동안 휴가이니 책이나 보게 5권만 기부하라는 분과 점심으로 사시미를 먹는다. 다른 것도 아닌 책을 기부하는 건 안되겠고 일단 두 권 정도만 빌려드리겠다고 했다. 야한 책으로 골라달라신다. "ㅋㅋㅋ" 라고 답장을 보내고 제법 진지한 눈으로 책장을 뒤졌지만 이렇다할 야한 책이 전혀 없음에 조금 당황했다. 

이태원의 한 그리스 식당에서, 제 여자는 빌려줘도 책은 빌려주지 않는다는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고 껄껄 웃던 이탈리아 남자가 있었다. 여자친구는 못알아들은게 분명한 얼굴로 그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아있었다.  

결국 야한 것과는 상관없이 휴가 중 읽기 적절한 책 두 권을 골라 빌려드렸다.

나는 이번 주말에 푹 쉬는 계획 약간 있을까 한다.  

9.13.2012

Every Love Story Is A Ghost Story

누운자리에서 창밖으로 보인 달

어제는 내, 아직은 덜 살았다 할 수 있을 인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두 사람 중 한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도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스스로 강제로 삶을 등진 날이기도 하다. 그런 어제 나는, '피곤'이라는 단어의 syntax 영역을 넘어선 피곤함과, 뭐든 좇고 있는 것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 같은 인텐스한 허무함으로 기진맥진해 있다가 가벼운 영화를 하나 보는 둥 마는 둥 하다 잠이 들었다.

탄생과 죽음과 피로와 시시함이 한데 엉켜 깊이 가라앉다. 선택의 문제인 동시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

9.11.2012

Lightless Holes


Why not put out the light if there's nothing more to look at?


9.10.2012

Dwelling Over


"Fuck it."

All defenses have been burned away.

9.09.2012

It's Been A Good Day


Stina Nordenstam - Hopefully Yours


나는 이번 주말에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도 못한 것이나 다음 주에  있을 일에 대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나 누군가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리워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거나 인정하거나 인정해주지 않거나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리워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거나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지금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로, 이런 음악 올려놓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핳

9.08.2012

Fake It Till You Make It


or analyze it till you find a cause to walk away.




E.S.T Live in Hamburg - Behind the Yashmak

9.07.2012

Masks



식상한 유행가가 괜히 식상해진게 아닌걸 보여주는, 속고 속이는 세상. 익숙한 가식과 능숙한 연기. 계산된 능청과 수를 쓰기 위한 내숭. 가면 위 또 교묘한 몇 겹의 가면들. 혼자 발가벗겨진 것처럼 엄살을 부리고 억울해하는 것은 또 무슨 우습게 저자신을 속이는 일인가. 누군들 그 누구의 진심을 알겠는가 말이다. 모두가 무척이나 단련되어 있다.  

9.04.2012

A Night in Vienna


촬영: 정자동 마드모아젤

옆동네 마드모아젤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매우 안전하기만 했을리는 없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 기념은 아니었고 그냥 우리 둘다 너무 배가고파 죽을지경이었기 때문에 우리 집 앞 하코야에서 비를 즐기며 돈부리와 라멘, 교자가 답긴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나는 어딜 참 가지 않고 한국에 가만히 있어도 온통 배낭여행하는 심정이다. 특히나 이번 여름은 그랬다. 



Stina Nordenstam - A Walk in the Park

9.03.2012

Trite Things

Brian Ferry

저녁으로 닭고기와 비빔냉면을 배부르게 먹었다. 그러자마자 불을 꺼버리고 바로 침대로 가 열린 창문 쪽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눕는다. 올챙이배를 슬슬 쓰다듬으며 늦은 저녁 바람을 맞고 누워있으려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는 Brad Mehldau의 솔로 앨범들이 이런 컨텍스트들과 더불어 이보다 더 음악적일 수 없다. 

피곤하고, (주로 내일이 오고 있다는 생각을 막기 위한듯) 아무 생각없지만. 나쁘지 않다. 지금 여기. 

진부한가. 진부한 것들은 어떠한 연유로, 어떻게 진부해지는 건지 아실런가.



Pat Metheny - The Sound of Silence

  

9.02.2012

A Wan Smile



어젯밤 잠들기 전 메모를 해놓았더랬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 마자 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대체로 주말 아침에 눈을 뜨면 밀려오는 막연함에 몇시간이고 드러누워 허우적대지 않도록. 

평소 주말 아침보다 세시간 정도 일찍 샤워를 하고 이런 저런 과자부스러기를 챙겨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귀족적인 스타벅스에는 세 시간정도 앉아있으면서 책 두권을 번갈아 가며 읽어댔다. 

늦은 점심을 하러 집에 오면서 롯데에 들러 떨어진 샴푸와 계란을 사기로 한다. 오른손에는 가늘고 힘없이 쳐지는 모발을 위해 특수제조된 것처럼 광고하는 샴푸를 들고 왼쪽 어깨는 가방, 왼손은 요령껏 계란 10구와 지갑, 커피를 다 들고 있으면서 방금 받은 영수증에 샴푸값이 반밖에 안찍힌 것에 어리둥절하던 참에 마침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막 나눠주고 있는 쿠폰을 샴푸가 들린 오른손으로 받아들고 이건 무슨 쿠폰인가 보고 있는 참으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어디선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는 사람. 
"뭐 좀 물어봐도 돼요?"
"('아, 화장품 쿠폰이군') ..네"
"연락처 좀 물어봐도 돼요?"
"(쳐다보다) 아뇨"
"왜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남자친구 있어요"
라고 항시 대기중인 거짓말을 한다. 

근 두달 가까이 내가 연애를 하려나 싶었다. 연애 대상이 좀처럼 확실해지지 않으면서 점점 어떤 긴장이나 흥미가 시들해지고 다시 습관적으로 피하기 내지는 둘러대기 모드로 진입해버린 듯 싶지만.  뒤돌아보면, 혼자 있을 때는 왠지 누군가와 같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왠지 혼자 있고 싶고 그렇게 언제든 부족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가 어느 때부터는 혼자 있을 때는 별 생각이 없고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혼자 있고 싶은, 아무래도 혼자 있는 때가 가장 나다운 것 같아, 그게 더 편하고 좋은게 아니겠느냐는 단계 비슷한 것으로 접어들면서 연애 감정 비스무리한 것이라도 좀 거추장스럽고 귀찮게 느껴지는 것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소위 '위험한' 궤도에 들어섰다고 사람들은 말할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엊그제 명동의 한 후진 (그러므로 대화하기엔 적당한) 커피숍에서 Milton의 Lycidas를 통째로 외워서 읊는, James Merrill을 가장 좋아한다는, 외로웠던 청년과 섹스, 마약, 중독, 욕망, 상처, 고통, 종교, 기독교, 희망, 구원, 문학, 예술, 영혼, 영원 등등 온갖 주제를 막론하고 아무렇게나 뻗어나가는 대화를 장시간 나눴는데 후에 내가 그보다 여섯 살이나 더 많은 것을 알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하하하. 그런 것은 좀 웃기기도 하지만 어색함이 더 크다. 어색함은 전염성이 큰 데다가, 어색함을 무마하려는 것도 어색하고 솔직하게 어색하고 마는 것도 어색하여 난감한 그런 것이 있다. 이것은 그냥 갑자기 생각 난 것이고, 쓰고 싶었던 말은: 

남자들은 헷갈리게 용감하고 아무때나 비겁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바뀌면 바뀔수록 좋은 생각이기도 하다.

다만, 헛되지 않은 것, 헛되지 않은 것에 절박하게 매달릴지어다.

어쨌거나 이제 강남에 갈 시간이다.


Brad Mehldau - Rückblick

9.01.2012

Choosing Is Everything



Your freedom is the freedom-from. [...] It is this meaning only, this freedom from constraint and forced duress. [...] But what of the freedom-to? Not just free-from. Not all compulsion comes from without. You pretend you do not see this. What of freedom-to. How for the person to freely choose? How to choose any but a child's greedy choices if there is no loving-filled father to guide, inform, teach the person how to choose? How is there freedom to choose if one does not learn how to choose?

quoted from Infinite Jest by DFW.


..stumbling about in the dark. this confusion of permiss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