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2013

The Orderly


아 그런데 오늘 공연은 정말 멋졌다. 친구들을 부르지 않은 것이 좀 후회되었을 정도로. 번역 몇 자 하고 자막 넘기는 내가 이렇게 뿌듯하니 직접 극쓰고 연기하고 펴내는 저들이 느끼는 느낌의 강도는 뭐 충격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매우 일부러 한국적인 핸드메이드 땡큐 카드와 다음 작 번역의 영양분이 되어줄 샴페인 한 병에 대한 땡큐 이메일에 레전더리라는 형용사를 썼다.
내일이 마지막 쇼인데, 원래 그곳에 있어야 하는 나는 다른 묶여있는 일 관계로 없지만, 시간 되시는 분들 가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Evans


윗니가 시려 치과에 갔는데 윗니 두 개뿐 아니라 아랫니 두 개도 시린 중이란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그 길다란 의자에 누워 한 십오분간 집중해서 정신을 놓아 몸이 없는 정신인 척, 아니면 정신이 없는 몸인 척 하면 이 시린 고통도 지나가리라. 치과 유리창에 저렇게 영어로 "근데 그는 무서운 사람 아냐?" "포르투갈인 차는 좋아!"라는 맥락없는 두 문장이 박혀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맥맥한 하늘 색깔과 딱히 짚어내어 표현하고 싶은게 없는 애매한 배경이 묘하게 시적이었다.


한창 바쁜 중 먹고 싶은걸 또렷하게 생각해내기다. 뭐가 먹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 데에서 홍대의 Burger B가 또렷해지기까지 는 지난주 삼계탕 이후로 약 삼일 걸렸다. 이틀을 벼르고 에반스에 가는 길에 걸터앉아 두 손 모두를 사용해 먹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 둘과 그 둘 중 한 명의 동생과 그 동생의 친구 한 명을 새로 만났다. 친구의 친구가 성기문씨의 내노라는 팬이라 그의 오스카 피터슨 트리뷰트 공연을 한 달 전부터 벼러왔고 나도 그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다보니 같이 벼러온 셈이 되어 우리는 잘 어울렸다.


카톡을 통해 이전에 성기문씨에게 Carla Bley의 Lawns의 아무때고 연주해달라고 신청한바 있는 그녀는 마침 오스카 피터슨 트리뷰트 공연인데, 전혀 관련 없어보이는 뉴욕 재즈의 왕언니 칼라 블레이와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연주해주고 부득이 자세하게 그 연결고리가 뭔지(: 잘 생각은 안나지만 아마 "칼라 블레이의 전전전 남편쯤 되는 Paul Bley가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인데 오스카 피터슨도 그러하다"가 요지였던 것 같다) 설명해주신 이 재즈 피아니스트에게 감동백배하여 이 곡 연주가 끝나고 근처 집에 달려가 와인 한병을 가져와 바쳤다는,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가 있다.

공연 후에 최근 살이 좀 찐 친구 한명과,  친구로부터 "넌 젠체하는 영화를 좋아하니 이 사람하고 잘 놀거야"라고 강추받은 새로운 사람과 콜로라도의 절세미녀도 합세하여 우리는 어디엘 자리잡고 앉 았다. 나는 미숫가루를 마셨다. 그래가지고  다음날 아침 일과를 생각하고는 건전하게 일찍 나왔다.

6.28.2013

6.26.2013

Wednesdays


나는 보통 직장인 같지 않아 토요일에 잠깐 일하는 대신 수요일은 논다. 요즘 수요일의 낙이라 함은 점심 느즈막히 광화문의 천장이 높다란 파리 크라상에 가서 우적우적 빙수를 먹는 다든지 죽치고 앉아 번역이나 아이들 에세이를 고쳐주며 입이 궁금할 때마다 이것저것을 집어 먹는 재미이다. 바깥은 빛이 좋고 꽤 여러가지가 녹색이고 저 앞으로 분수들이 오르고 내리고 있어 집에 박혀 있으면 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연상작용들이 다방면으로 가능하다. 요즘은 7월에 있을 Popcorn을 번역 중이다. 살도 조금 찌우는 겸 체력 보강을 위해 여름간 '낙 프로젝트'로 세운게 수요일 마다 고려삼계탕에 가 삼계탕을 먹는 거였는데 이 계획을 지난 주 금요일 세우고 오늘까지 참지 못해 일요일에 나와서 삼계탕을 흡입했더랬다.

또 하나 낙은 이렇게 앉아 있다 저쪽으로 조금 걸어가서 씨네큐브에 새로 걸린 영화들을 제법 사치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하게 보는 재미이다. 지금 걸려 있는 오개 영화 중 네 개는 봤고 오늘은 Marie Krøyer를 볼거다. 트레일러를 봤는데 기대는 많이 없다.

낙은 또있는데 이 바로 지하층 교보문고에 내려가서 책표지를 구경하고 없는 책을 주문하고 예쁜 색 지브라 형광펜을 사는 즐거움이다. 최근에 Zadie Smith의 On Beauty를 읽었고 James Salter의 A Sport And A Pastime을 주문했다. 얼마전 그가 Guardian에서 읽어준 Lydia Davis의 Break It Down을 두 번이나 들었다. 멋진 단편이었다.

그리고 광화문에는 광화문수제비가 있다.

조금 아까 경찰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본인은 죄가 많아 조금 두근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도 먹으러 들어온 것이었다.

6.25.2013

Neil Cowley Trio



여러 의미에서의 몇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아니면 그대로 걸친채 나는 아직 살아있다.

여기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채 일년이 안됐다니 놀랍다. 다시 서울 시민이 되었고, 당최 왜 그렇게 오래있었는지 이해가 안되는 전 직장을 그만두고 그나마 개인적으로 의미를 갖다붙일 수 있는 일을 한다. 몇 개의 극을 번역을 했고, 하고 있고, 자막을 올렸다. 항상 본인의 정신적 주소를 되짚게 하는 홍대와 녹사평 주변에서 주로 놀고 하지만 별로 놀 시간이 없다. 색칠 공부는 서울 시민이 되고부터는 한번도 할 기회가 없었고 건반하고는 그런대로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 몇 권의 책을 읽었고, 시집도 꽤 읽었다. 바로 이 주 전쯤에 The Body Electric이라는 중고 하드커 버 책을 의미있게 받아들었고, 어제는 George Herbert 를 다시 집어들었다. 몇 사람이 지나갔다. 아일랜드로 떠났고, 보스톤으로 떠났고, 러시아와 독일을 거쳐 캐나다로 떠났다. 그냥 차를 타고 가다가 서다가 다시 간 사람도 몇 있었다. 러시아에서 온 손글씨 편지는 내용도 그렇지만 그것이 일단 내 손에 쥐어졌다함이 신기했다. 새로운 건 전보다 없다. 그렇지만일까 그래서일까 난 인생 통틀어 이보다 짧아본적 없는 머리를 하고 조금 말랐다.

어쩌다 4, 5년전 싸이월드에 쓴 노트를 보게됐는데 별로 귀엽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금 변한게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전보다 집중력이 더 짧아졌고, 대체적으로 더 심드렁해졌고, 알았던 걸 까먹고 오히려 이해한다고 믿는게 총체적으로 줄은 느낌이랄까. 순전히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링크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