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2012

Foolish Venting

The Dining Room After Luch
Maxime Maufra

그런 것은 남들이 말하기 전 얼른 선수쳐서 말함으로서 일말의 비난도 듣지 않겠다는 영악함이다. 누가 봐도 뻔한 상황에 뻔하게 시인하는 것은 결코 영리함의 축에 속하지도 않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인정해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쩌지도 않겠다는 뻔뻔함이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피해자의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것이 딱하지도 않다. 자기가 질러놓은 배설물에 그대로 뭉게앉아 세월아 네월아 하는 동안 속이 좀 불편하면 그것으로 자기합리화가 이루어지는 편리함. 그것이야말로 정말 편한 것이니 널리널리보급해 이롭게 할 수 있을까. 세상이 그대에게 빚진 것이 있노라고.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대의 배려 및 그 밖의 모든 잘된 의도와는 다르게 그런 상황에 처했으니 얼마나 안된 일이냐. 그것 참 불공평하다. 그렇지만 그쪽은 몰라줘도 내가 그대를 알아주고 있으니 그대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선량한 시민이다.

그런 것은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내가 너를 설득시키려고 사는 줄 아느냐고 대답할 주변머리가 없으면 차라리 어떻게든 설득되어버리고 말겠다. 틀렸다. 어떤 때 크게 한번 잘못한 게 아니라 지금도 매일매일 계속 잘못하고 있다. 

이건 내 얘긴데 아주 순전히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면, 비방의 어조로 느껴질까. 다른 수는 없을까)  그렇지만 또 각자 사람보는 취향이 다르겠으니, 본인이 아닌 척 하지만 사실은 얼마나 지지리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인지는 각자 자기 마음에 잘 물어볼 일이다.


엊그제 목사님과 잠깐 대화를 하는 도중, 내 증상은 심각한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내렸다. 받았으면, 그것을 베풀고 싶어지지 않나요, 같은 질문에 '빡' 소리나게 머리를 얻어맞은것 같았지만 나는 머뭇거리는 정도의 순수함도 별로 없이 뻔뻔한 얼굴을 걸치고, 그렇죠, 그렇지만...으로 시작되는 뭐라고뭐라고를 했던 것 같다. 목사님과 진정성을 논하기에는 여기저기 난잡스럽게 덜그럭거리는 양심의 가책이 너무 많다. 나는 오늘도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낭비이다. 

줄곧 멍한 눈으로 턱을 괴고 있거나 잠만 쿨쿨 잤다. 건반 한 번 건드리지 않고 붓도 들지 않고 컴퓨터를 두들기지도 않고 그저 딸깍딸깍, Downton Abbey만 몇 에피소드고 켰다껐다 했을 뿐인데, 이런 못생긴 태만함과 상관없이 내 방은 여기저기 진분홍, 연분홍, 하얀 꽃들이 즐비하다. 자격도 없고 지금이라면 어울리지도 않다. 그렇지만 세상에 자격운운 따위와 상관없이, 혹은 아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가는 것들이 있으니 홱 어떻다고 해버릴만큼 간단하지 않다. 발렌타인이라는데 나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오후 다섯 시쯤 커피가 쓰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엊그제 쏘리선물 비스무리하게 받은 무색한 초콜릿을 아작아작 깨물어먹었다. 

자유가 무슨 의미인지 잊어버리기 전에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초 두세트를 주문했고 변덕을 부려 Anna Karenina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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