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2012

Mr. C



15년전, 대전 사람들도 잘 모르는 대전 서쪽 끝 쪼만한 동네에서 선생님, 선생님하고 부르던 분은 지금 횡단보도 건너편 빌딩에서 일하고 계신다. 회사가 을지로로 이사오고 나서 나는 덕분에 자주 몸보신한다. 오늘도, 어제 잠을 반밖에 못자 종일 비실비실했기 때문에 퇴근하자 마자 총알같이 집에가 드러누울 생각뿐이었는데, 소고기 같은 삼겹살을 사주시겠다는 말씀에 홀딱 넘어가 벼르고 있던 냉면도 먹을겸 길건너 명동의 엄청 맛있다는 집에 간 것이다. 고기 삼인분과 냉면을 거의 혼자 다 먹고 있는것 같은 동안에 선생님은, 야, 재밌다는 게 뭐냐, 같은 심오한 질문을 던져놓고 노릇노릇한 고기 앞에서 고뇌하시는가 하면, 의미죠, 자기극복이죠, 호기심 충족이죠 같은 이것저것 떠오르는 대로 던져보는 내 대답에 영 불만족이신 것 같아, 그 뒤로 이어지는 '메가인식'이라는 개념의 설명에 대해 잠자코 들으면서 적당한 때 추임새를 넣어드렸다. 고기가 맛있고 냉면도 맛있고 선생님도 재밌고 웃기고 하다가 졸음이 왈칵 쏟아졌다. 잘못지은 이름라고 강조하시는 '일편딸심'을 후루룩 마시듯하고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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