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2012

We'll See About That


어제도 밤늦게 귀가했다. 

영화예매같은 것에는 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살아왔기 때문에, 퇴근하고 씨네큐브에 가서 두 장 미리 사놓는 계획부터도 꽤 낯설었다. 우디 알렌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이미 전에 다운로드 받아서 본 영화지만 같이 보고 나면 할 얘기가 제법 있을 상대라 기꺼이 다시 볼 의향이었다. 퇴근 후 여유만만하게 걸어가서 알게된 것은 이 영화가 인기폭발이라는 것. 적어도 어제는. 상영이 2회가 남았는데도 전석이 매진이었다. 막 강북으로 올라오고 있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신사에서 보자고 아무렇게나 정해버렸다. 여러 의미에서 한참 멀어진 동네 신사에서 만나자고 정한 것도 당혹스럽지만 어디서 무얼 먹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을지 그런 다음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허겁지겁 떠올리고 있는 스스로가 참 당황스러웠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드는 생각은 늘, 어디서 만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개인적으로 왠만하면 너무 많이 붐비지 않고 시끄럽지 않은 곳을 선호하지만, 어제같은 경우라도, 미친듯이 몰려드는 인파와 몇 분 간격으로 고막을 놀라게 하는 시끄러운 곳에서라도, 눈을 들여다보게 하는 당김이 있다면, 잘 못알아들은 말에 귀를 가까이 옮겨가 몇 번이라도 되풀이해서 물어보고 답해줄 수 있는  관심이 있다면 주변의 소음과 마찰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아진다. 

믿거나말거나 앞으로 일주일 내 태국의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은 짧건 길건 내 생각 (정확히 내 어떤 것?)을 할 예정이란다. 태국에서의 그런 것은 인류 역사상 있어본 적이 없는 것이겠기에 어쩐지 나는 좀 우쭐해져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대부분 항상 확실하지 못한 경향이 있지만 근래에는당최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는 정도로 나를 모르겠다. 알겠는 것은, 음. 어제 내 폰 메모장에 남겨진 짧은 노트가 나는 좋았다. 

어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 너무너무 추워 점심 시간에 식은땀을 흘리며 명동 자라에 가, 가을용 가디건을 샀다 - 늦게 까지 돌아다닌 여파로 오늘은 주로 하루종일 침대에서 자거나 졸거나 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우고 - 하긴 오늘 쉬는 날이 아니었으면 어제 그렇게 돌아다니지 않았었을 수도 있지만, 모르는 일이다 - 이제 곧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오늘 밤에는 이것과는 전혀 다른 딴 얘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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