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2011
Blessed Am I
아슬아슬했다.
지난주부터 좀 삐그덕거린다는 신호를 받긴 했는데
특히 지난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나서
월요일부터 정신이 몽-롱-했었다.
지금이 아까같고 아까가 지금같고 이 생각이 저 생각같고
이것저것 구별이 잘안되는 상태.
반쯤 뜬 눈을 하고 누가 뒤에서 밀어서 쓰으윽 밀려다니는 것 같은.
화요일에 휘청하면서 정신줄을 놓쳐서
아 이여자가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르겠구나했는데
어제 오후에 아예 그 줄을 몇 분간 놓아버리고
감정에 휘말려있는 동안
감당안되는 일을 벌리지 않은게
희안할 정도다.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과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감정의 기복 곡선을
이를테면 -0.5에서 +0.5 사이라는 통제가능한 범위내로
그동안 용케 붙들고 있었다면
어제 오후같은 때는 그것들이 -50에서 +50 범위에서
이렇게 저렇게 출렁출렁대는 상황이다.
이 여자가 봄을 타는가.
혹시나 갑자기 연애를 하고 싶어서 이러는가.
하여
어제 점심시간에는 근처 롯데에 걸어가
윤롯데와 점심을 먹으며
일주일에 한번씩 한 네번정도
한달 동안 부담없이 만나볼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기도 했다.
(윤롯데는 그의 인생이 회사밖에 없다며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그밖에도 내가 붙여준 이름에는 윤엑셀 등이 있다.
저번주부터 윤옵빠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그 이름은 아직 무리라는 것으로 오늘 밝혀졌다.)
그러고는 어제 집에와 저녁도 안먹고 8시부터 잤다.
그래가지고 오늘 일어났더니
정신이 확 깨끗해졌다.
읽고 있는 책도 더 재밌고
듣고 있는 음악도 더 좋고
밥도 더 맛있고.
정서적으로 봄같은 것을 타는 고상한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수면 부족이었던 것.
갑자기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이 먹고 싶어져서
퇴근길에 서현에 들러 꼭봐야한다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볼까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를 개시해야 겠구나하고
집에 냉큼와서
창문을 활짝 열고 저녁을 먹고서는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발을 구르는 것이
발을 구르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앞으로 나가면서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드는 것이
너무 좋아
너무 좋아
평소에 내 삐죽한 얼굴 모양을 알고 있는 이들이 믿거나 말거나
알파벳 D를 엎어놓은 입모양을 하고
눈도 코도 몸 전체가 막 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기쁨을 나만 알 수 없다하여
한손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요즘 일이 바빠 매일 야근이라고 울상인 측근과
출산예정일이 몇달 안남은 측근에게 전화해서
법석을 떨며 말그대로 "약오르지롱"이라고 약올렸다.
헤헤헤.
점점 어두워지면서
바람도 쌀쌀해져
집에 들어오니
코가 쭉 나왔지만
상관하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브라보콘을 꺼내서
헤죽거리며 야금야금 먹었다.
오늘도 일찍 자야지.
아 감사해.
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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