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2011

Me, Socially Awkward



속해있는 사회집단에서
적절하게 튀지도 늦지도 않으려면
다른 사람과 얼추 비슷한 강도의 긴장과 진지한 형색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여자는 아직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지나치게 가볍다.
조심해야 할 것에 전혀 긴장하지 않고
느슨해도 될 상황엔
온몸의 땀구멍을 의식하며 부담스럽게 앉아있다.
결국
혼자 있을 때가 아니면
언제 어디서나 어느정도는
연기를 하고 있는 이 여자를 발견한다.
쓸데없이 주위 눈에 민감해서
히키코모리가 되지도 못하고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이 촌스러워서
꾸준히 이여자를 차도녀라 부르는 어느 집단의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하고
친구의 말대로 차가워보이는 오타쿠가 제일 비슷하다 싶었는데
또 요즘은 차가워보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동시에
당신이 무슨- 완전 구수하고 푸근한데-
뉘앙스의 비웃음을 피식피식 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당분간 1인 1역은 어렵다 싶다.
연기도 매일 무대 위를 올라갔다내려갔다
자꾸 하면 는다.
이런 불안정한 심리학적 수고에도 그럴듯한 이름을 붙일수 있다.
dynamic conformity.
conformité dynamique.
크. 보통 그럴듯한 이름은 내가 원래 의미한 것 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사실은 오류인데. 의미한것을 백퍼센트 그대로 전달할 수 없는 언어 자체의 고마운 오류.
여튼 그럴듯한 이름 붙이려는 욕구. this vanity never goes away.


오늘이 졸업식이었다.
당연하다는듯 가지 않았다.
가는 것은 시간뿐인것 같은데
혹자는
time is an illusion that only makes us pant.
란다.
i wish it were true.

2.26.2011

Mix of the Day


6:38am. 버스기다릴 때 하늘.
이 즈음에는 이런 음악들이 잘어울린다:

+ Troms- Pat Metheny
+ Fellow- Lars Daielsson & Leszek Mozdzer
+ World Changes - Giovanni Mirabassi
+ Silence- Jan Gabarek
+ The Falcon Will Fly Again- Brad Mehldau
+ Blackberry Winter- Marian McPartland
+ If I Forget You- Danielo Perez
+ What Though The Way May Be Long- Esbjorn Svensson Trio

앞으로 기분 내킬때마다 몇개씩 섞어놓을 요량으로
옆에도 링크를 달아놓았다.
참 편한 세상이다.

2.23.2011

The Illusion of Individuality

Hampstead
John Atkinson Grimshaw (1836-1893)





















Our contemporary [western] society, in spite of its material, intellectual and political progress, is increasingly less conductive to mental health, and tends to undermine the inner security, happiness, reason and the capacity for love in the individual; it tends to turn him into an automaton who pays for his human failure with increasing mental sickness, and with despiar hidden under a frantic drive for work and so-called pleasure.
...
Let us beware of defining mental hygiene as the prevention of symptoms. Symtoms as such are not our enemy, but our friend; where there are symptoms there is conflict, and conflict always indicates that the forces of life which strive for integration and happiness are still fighting.
...
Many of them are normal because they are so well adjusted to our mode of existence, because their human voice has been silenced so early in their lives, that they do not even struggle or suffer or develop symptoms as the neurotic does.
...
They are normal not in what may be called the absolute sense of the word; they are normal only in relation to a profoundly abnormal society. Their perfect adjustment to that abnormal society is a measure of their mental sickness. These millions of abnormally normal people, living without fuss in a society to which, if they were fully human beings, they ought not to be adjusted, still cherish "the illusion of individuality," but in fact they have been to a great extent deindividualized. Their conformity is developping into something like uniformity. But "uniformity and freedom are incompatible. Uniformity and mental health are incompatible, too... Man is not made to be an automaton, and if he becomes one, the basis for mental health is destroyed."
...
The wish to impose order upon confusion, to bring harmony out of dissonance and unity out of multiplicity is a kind of intellectual instinct, a primary and fundamental urge of the mind.
...
Organization is indispensable, for liberty arises and has meaning only within a self-regulating community of freely cooperating individuals. But, though indispensable, organization can also be fatal. Too much organization transforms men and women into automata, suffocates the creative spirit and abolishes the very possibility of freedom.
...
City life is anonymous and, as it were, abstract. People are related to one another, not as total personalities, but as the embodiments of economic functions or, when they are not at work, as irresponsible seekers of entertainment. Subjected to this kind of life, individuals tend to feel lonely and insignificant. Their existence ceases to have any point of meaning.
...
But no less obvious is the fact that we can, if we so desire, refuse to co-operate with the blind forces that are propelling us. For the moment, however, the wish to resist does not seem to be very strong or very widespread.

- Cited from Brave New World by Aldous Huxley. Italics are added.



출근 전
까페에서
상상과 기억이 어우러져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흐릿한 이미지들을
여과없이 흘려보내며
한참동안 눈도 깜빡이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회사나 기관이 한 개인의 정체를 정의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똑같이 8시간 동안 그닥 어렵지 않은 일을 했는데도
어떤 때는 그 보상에 대해 죄책감이 들었는가하면
어떤 때는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어처구니 없는 보상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나도 호사부리는 여자라,
몸에 꼭맞는 옷을 입고
비싼 화장품을 사고
가끔은 친구들의 저녁을 사고
아침마다 서브되는 모닝 커피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단지 이것들을 지켜내기위해
그많은 시간들을 갖다 바치는 것은 
보통 미련한 짓이 아닐테다.

음.
일단 "abnormally normal"하지 않고 "normally abnormal"하기 위해
호들갑이 필요한가.
버스타는데, 아니면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뒤에서 미는 아줌마한테
"밀지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2.22.2011

Resistance, Withered

Edward Hopper (1882-1967)
Cape Cod Morning























왠만해서는
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면
고민하는 시늉만 하고
큰 미련없이 앉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식이었는데.

미처 해봤다고 하기에는
부끄럽게 짧은 3주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두고
또다른 새 것을 제안하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으려니 곤혹스럽다.
좋은 기회이고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는데.
얼마전 퀘백의 어느 학교와
이뤄지지 않은 인연으로 인해 어느 정도 그 방향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텐데.

어렵다기 보다는
겁난다는게 더 맞지만.
언제부터 이런 겁을 집어 먹었냐고.
진부하게, 나이 탓도 물론 있겠지만.
그냥 정신도 감정도 몸도 이제,
보이지 않는 어떤 것과 계속 싸우기 좀 지치고 피곤해서
당분간 좀 흐르는 듯 살아도 되는 것에 대해 오히려 약간은 안도했었던 것.
마감 날짜 없이,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어떤 압박으로 부터 좀 자유로워졌던 것.
막 싫지도 않은
지금 프로젝트가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인지 알기도 전에
이것보다 더 새 것인 그것을 잡을 경우
또 싸우고 버텨야 하는 대강의 것들이 그려지는데
아-
미리 내 정신이 신음한다.

좋은 기회다.
이번에도 좋은 기회다.
기회는 항상 좋다.
솔직히 내가 학부생들과 하는 수업은
예전, 아무것도 몰라서 용감할 때,
아주 거친 상상 속에서 열렬히 원하던 것이 아니었던가.
입에 거품을 물고 자기말이 왜 맞는가를 서로 설명하려는 너댓의 학생들을 등장시키며.
그렇지만 벌써 이밤이 다 가기도 전에
좋은 기회였는데- 라고 과거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이 여자가 낯설게도,
낯설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 듯 하다.
음. 좀 슬픈가

2.21.2011

The Way Up



Pat Metheny Group의 The Way Up 을 라이브로 보는 것이 소원이다.
비평가들이 어떻게 말하든 분명 이것은 그들의 걸작 중 걸작이다.

회사에 모니터가 여러개 있어서 좋은 점 중 한가지는
이런것들을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

8개의 메신저창과 두개의 엑셀 시트를 앞에두고
나는 음악이 너무 좋아 눈물이 앞을 가린채 마음으로 엉엉울고 있다.
엉엉
특히 이 첫번째 클립 6:10' 에 Lyle Mays의 신서 도입부분은
바이킹의 최고 높이에서 바로 부웅 내려오기전 그 때 느낌에서
밑으로 내려오지를 않고 그대로 위로위로위로 부웅 들려올라가는 것 같다.
엉엉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인간이 얼마나 훌륭할 수 있는가
그 인간을 창조한 그는 또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하단 말인가.
어디까지 느낄 수 있는가.
어디까지 알 수 있는가.

2.20.2011

Last Night



이번주말은 좀 더 여유롭고 평화롭다.
지나가다 옷을 좀 샀다.
카페에 들어가 책을 좀 보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만나는 초등학생 아이하고
요즘 같이 The Chronicles of Narnia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와는 Life of Pi를 같이 읽는데
좀 어려운 책을 선택한 것 같아 지금 반정도 읽기까지
계속 미안해하고 있다.



"원앤온리" 언니가 다음주면 서울대 안으로 이사를 한다.
언니네 따라 분당으로 들어온 나를
(날짜 상으로는 그네들이 나를 따라 들어온 것이 맞으나)
강남으로 다시 이사가라고 꼬시고 있다.
그렇지만 분당, 좋은 걸. 한적하고.
곧 날씨가 풀리면 다시 자전거도 타고 그럴텐데.

이사축하겸
형부이직축하겸
곧 태어날 요셉이축하겸
자리를 마련했다. 그들이 스스로.
그래가지고 나는 또 빈몸으로 쓰윽가서 쓰윽 먹어치우고 왔다.
형부는 전도유망한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이 되었다.
지금 회사가 기반을 다지기까지 성실하게 일해서 아쉬울텐데도
꽤 많은 돈을 쿨하게 버리고 가신다.
와 버리는 것 멋져요-
라고 말해놓고 진짜 멋진것 같아 똑같은 말을 몇 번 반복했다.
즉흥적으로 영화 시나리오나 소설 플롯 같은 것을 잘도 만들어내는 그의 이야기를 몇개 듣다가
 이 시대는 진정한 generalist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를 했다가
소셜 네트워크의 허점과 스마트폰 중독의 폐단에 대해서 얘기했다.
집에 돌아와 누워서,

성경 속의 요셉은
하나님이 사랑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인정과 사랑을 받았던
희귀한 인물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출중한 감각과 훌륭한 실력에,
비즈니스와 예술성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어떤 디자이너를 상상해보았다.
그 장르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그 철학의 근본이
밝고 거짓이 없으며 겸손하고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그가 하는 말이,
그가 하는 행동이,
그가 보는 시선이,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이 아름다운 것.

참 있기 힘든일이다.
디자이너라면 왠지 더욱.

2.18.2011

Joseph Cornell

Joseph Cornell (1903-1972)
작가들이나 시인이나 요즘 내가 접하는
어떤 아티스트든 Joseph Cornell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사려했지만 안타깝게도 품절.


장르도 여러가지로 바꿔
회사 생활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번이나 반복했지만
장르를 떠나 역시 언제나 회사 생활은 좀 지루한 편이다.
그렇지만 아침 일곱시 반에 광화문에 있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한참 졸립다가도 버스에서 내려 까페에 들어가면
바로 모든게 낯설어져 새롭다.
뭐든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뭐 그런거.


On Being의 존경해 마지 않는 Krista Tippett이 드디어 TED에 납셨다.


실제로 intellectual muscle을 움직이고 있는 시간은
하루에 30분도 채 안되는 듯 하다.
힘들이는 것 아무것도 없는데 어지간히도 집중이 안된다.
하긴, Nicole Krauss도 그랬다:
people no longer have the concentration to finish things;
we skim along on the surface, and it's miserable.

2.15.2011

Person as Mystery

A Blogger in a Red Blouse, After Pierre Bonnard
Mike Licht

작년 뉴요커지에 실린 Malcolm Gladwell의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에세이도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어찌해서 오늘에서야 읽어보게된
Zadie Smith의 글 또한 내가 하고 싶(었을 수도 있는)/은 말을 아주 훌륭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만큼 더 입이 꾹 다물어졌다.
이것마저 "only poor education" 탓이라고 하기에는
나의 게으름이 너무 도드라진다:


Connection is the goal. The quality of that connection, the quality of the information that passes through it, the quality of the relationship that connection permits -- none of this is important.

You want to be optimistic about your generation. You want to keep pace with them and not to fear what you don't understand. To put it another way, if you feel discomfort at the world they're making, you want to have a good reason for it.

Information systems need to have information in order to run, but information underrepresents reality. [...] In Facebook, [...] life is turned into a database, and this is a degradation, [...] which is based on a philosophical mistake ... the belief that computers can presently represent human thought or human relationships. These are things computers cannot currently do.

If the aim is to be liked by more and more people, whatever is unusual about a person gets flattened out.

To the advertisers, we are our capacity to buy, attached to a few personal, irrelevant photos.

What is your relationship status? (Choose one. There can be only one answer. People need to know.) Do you have a "life"? (Prove it. Post pictures.) Do you like the right sort of things? (Make a list. Things to like will include: movies, music, books and television, but not architecture, ideas or plants.)

We were going to live online. It was going to be extraordinary. Yet what kind of living is this? Step back from your Facebook Wall for a moment: Doesn't it, suddenly, look a little ridiculous? Your life in this format?

The Social Network is not a cruel portrait of any particular real-world person called "Mark Zuckerberg." It's a cruel portrait of us; 500 million sentient people entrapped in the recent careless thoughts of a Harvard sophomore.


따라가는 사람도 없고 따라오는 사람도 없는
블로그는 좀 다를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왜 그런지는 지금 너무 졸리니까 다음에.

2.13.2011

To a Stranger





















우린 겨우 열흘도 전에 한번 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매일 전화를 주고 매일 내 스케쥴을 물어보고
내가 이세상에 태어나 들을 수 있는 "예쁘다"는 소리 숫자를 혼자 다 채우고 계십니까.
다시 볼 때까지 애인 안만들겠다고 약속하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나는 '샤갈전 보러 가자'를 '자갈 보러가자'고 듣고
보고 싶다 그러시면 어디로 말을 돌릴까 허둥대는 거 알면서.
점점 조심스럽게 천연덕스러워지는 거 다 보이니까
원래 거절 못하는 내가 더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만나지도 못할 것을

2.11.2011

Of Mere Being


새벽 5시에서 5시반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몸이 좀 놀라는 듯 싶다.
마치 '얘가 미쳤나. 이렇게 깜깜한데 왜 벌떡벌떡 일어나서 설치는 거냐' 는 듯이.
며칠 째 화장실 가는 것을 잊을 정도로 몸이 패닉중이시다.
7시 반이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도착한다.




예전에 kwanghwamoon이라는 CD를 만든적이 있었다.

it's important in life to conclude things properly.
only then can you let go.
otherwise you are left with words you should have said but never did,
and your heart is heavy with remorse.
that bungled goodbye hurts me to this day.

라고 누가 그러더라.


회사 건물 뒤 커피빈에 가면 내가 거의 첫손님이다.
6년전인가에는 사뭇 다른 느낌의 공간이었다.


이곳을 '킹콩'이라고 불렀더랬다.

오늘의 커피 다크를 시키고
Aldous Huxley의 Brave New World를 몇장 읽는다.

"O brave new world that has such people in it."

George Orwell의 1984와 비슷한데
한참 잠이 모자랄 때 읽어서 그런지 집중도는 한참 떨어진다.
이렇게 조각조각 내는 서술방식과는 당분간 
좀 헤어져있을까 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번달이 졸업식이다.



내 자리에가 앉으면서
회사까지 굳이 걸어다니면서 걷는 리듬에 맞춰 시를 썼던
Wallace Stevens를 생각한다.
그러고는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기 전부터
감정을 이입하기 전부터
이미
나뭇 가지 사이로 바람이 천천히 부는 것처럼,
새가 외딴 노래를 하는 것처럼,
그것의 깃털이 빛나는 것처럼,
나는 그대로 거기에 앉아서 어쨌든 존재하기로 한다.


전원을 켠다.


Of Mere Being

The palm at the end of the mind,
Beyond the last thought, rises
In the bronze distance.

A gold-feathered bird
Sings in the palm, without human meaning,
without human feeling, a foreign song.

You know then that it is not the reason
That makes us happy or unhappy.
The bird sings. Its feathers shine.

The palm stands on the edge of space.
The wind moves slowly in the branches.
The bird's fire-fangled feathers dangle down.


- Wallace Stevens, 1954



2.08.2011

Another Project




사실 눈에 보이게 일어나는 변화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엊그제 취업턱 머먹을지 생각중이라는 친구에게

"취업이라고 하지마 나처럼 취업자주하는 애가 어딨냐.
그냥 프로젝트라고해. 프로젝트턱이라고 하자"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만기를 알 수 없는 프로젝트들일 뿐이다.
오래걸릴듯 싶다가도 중간에 갑자기 끝나는 수도 있고
잠깐하는듯 싶다가도 의도치 않게 길어질수도 있는 프로젝트들.
또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는 수가 있다.
능력이나 장점과는 전혀 상관없이
스타일과 방향은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플랜이 없어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할까. 
이렇게도 살게 하신다고 할까.
이렇게나 살게 하신다고 할까.
나를 믿지 않는 것이 분명한것.
다른 믿는 것이 분명한 것.
믿는 것이 유일한 것.



겨우 그제부터 일했을 뿐인데
이렇게 금붕어가 그려진 예쁜 봉투에 세뱃돈도 주고 말이다.
그것도 귀엽게 잔돈으로.
(다른 때 같으면 '애걔, 장난해?' 했을 법하지만 
이 곳은 이미 나의 약점을 너무 잘 파악한 듯하다. 
나는 봉투만 이쁘면 다 용서가 되는 속없는 인간.)
지우개 달린 연필도 노트 패드도 아름답고.
언제나 먹고 마실 수 있는 권리까지 대신 주창해주시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팬트리도 갖춰주시고.
숫자들로 가득한 4개의 모니터가 있는 내 자리.      
아직 익숙하지 않기에 가능한 간지스러움
이 원류는 유아적 자의식.


애초에 이 프로젝트를 선택했던 기준이 되었던 것처럼
human dignity와 어느 정도의 decency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숫자는 숫자일 뿐 괜히 숫자에 감정, 기분, 편견 같은 거 이입하지 말기다
는 주의이지만 
이것이 자칫 fundamentalist나 sentimentalist의 대사로 오인되지 않기 위해서
좀 더 정확하고 미묘한 표현을 찾아보려 한다. 
숫자가 뭔지. 뭐가 될 수 있는지.


1개가 아닌 4개의 모니터는 오방 더 많은 엑셀작업을 의미한다.
라는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거친 표현은 지양하고.



본업이 어디인가
혹은 본업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가
단지 일반화를 위한 편리에 의해 지어진 말이 아닌가
하는 문제는
몇 달 기다리면 신호가 올것이다.
물론 그것 역시 내 결정은 아닐테지만.



아 그런데
5시 반에 일어나 버스를 타도 광화문까지 서서가야 하는건 좀 말이 안된다.
좀 많이.
아. 빨간버스기사아저씨들. 아 쫌.






2.06.2011

The Good Fight

George Frederick Watts 1817-1904
Hope



의도한 적 없는데 
어느새 좀 새디스트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이제 너무 편하면 일단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약간의 고통이나 긴장을 요구하지 않는 모든 종류의 활동은 흥미롭지도않고 
해봐도 재미도 의미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를 좋게 봐주는 건 언제나 고마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내 천적이 건방, 거만, 오만, 이런것들인 이상
칭찬은 적당히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겁이 났더랬는데 
정확히 어디에서 연유한 겁인가 생각해보니
어떤 기대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 때문입니다.
거절을 할라치면 어떠한 식으로든 꼭 거짓말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는 아직도 
허풍도 잘 떨고 과장도 잘하고 핑계도 잘대고 왜곡도 잘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엔 코도 좀 세우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입니다. 


호기심이라고 말했지만
더 정확하게는 그새 또 허기져 있는 허영심이겠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은 말을 섞을때마다
나의 모든 관심사와 애정과 공들임을 대강 둘둘 말아 
하수구에 던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내 인생전체가 그의 시시한 단어 몇개로 평가되는게
적잖은 즐거움을 주는듯 하다. 


내 영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주위에 나를 좀 깎아내려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맞지만
그렇게 해서 그대가 좀 높아지/보이려고 하는 것이 의도라면
참 쓸데없는 짓 하고 계십니다.
저보다 높은게 어디 높다고 할 수나 있는 곳이겠습니까.






2.05.2011

On the Road




최근에 구운 것




The King's Speech



최근 약 한달간 본 영화들:

Despicable me
Date Night
The Secret Diaries of Miss Anne Lister
World's Greatest Dad
My Last Five Girlfriends
Nothing But the Truth
The Song of Sparrows
Tetro
Nowhere Boy
Please Give
Affinity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Room in Rome
The Secret Lives of Pippa Lee
Somewhere
Never Let Me Go
What Dream May Come
My One and Only
Rabbit Hole
Winter's Bone
The Last Station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I am Love



좋을 것 같은 것만 골라보니 
이제 좋은영화가 뭔지 모르겠는 것 같아졌는데
오늘 이것을 보고나니
그래도 계속 보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Colin Firth와 Geoffrey Rush의 연기는 정말
speechless.





2.04.2011

The Four Loves


Vilhelm Hammershoi
Bedroom, 1890


All human beings pass away.
Do not let your happiness depend on something you may lose. 
If love is to be a blessing, not a misery,
it must be for the only Beloved who will never pass away.
...
There is no safe investment.
To love at all is to be vulnerable.
Love anything, 
and your heart will certainly be wrung and possibly be broken.
If you want to make sure of keeping it intact,
you must give your heart to no one, not even to an animal.
Wrap it carefully round with hobbies and little luxuries;
avoid all entanglements;
lock it up safe in the casket or coffin of your selfishness.
But in that casket -- safe, dark, motionless, airless -- it will change.
It will not be broken;
it will become unbreakable, impenetrable, irredeemable.
The alternative to tragedy, 
or at least to the risk of tragedy, is damnation.
The only place outside Heaven 
where you can be perfectly safe from all the dangers and perturbations of love
is Hell.

- C. S. Lewis



아주 안전하고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 
낡은 취미들과 어줍잖은 즐거움으로 칭칭감겨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무장되어 있던 
내 마음이 덜컥 겁을 집어 먹고 하얗게 질렸다.

The whole book is quotable.




1 Corinthiens 3:18-20


Giorgio Morandi (1890-1964)
Still Life, 1951



Personne ne doit se tromper sur soi-même.
Si quelqu'un parmi vous se prend pour un sage,
à la manière des gens de ce monde,
qu'il devienne fou pour être vraiment sage.
En effet, la sagesse des gens de ce monde est une folie pour Dieu.
C'est pourquoi les Livres Saints disent:
"Dieu attrape les sages au piège de leurs mensonges."
Ils disent aussi:
"Le Seigneur connaît les pensées des sages,
il sait qu'elles ne valent rien."




Love After Love

Rembrandt (1606-1669)
Self-Portrait


The time will come
when, with elation,
you will greet yourself arriving
at your own door, in your own mirror,
and each will smile at the other's welcome,

and say, sit here. Eat.
You will love again the stranger who was your self.
Give wine. Give bread. Give back your heart.
Take down the love letters from the bookshelf,

the photographs, the desperate notes,
peel your own image from the mirror.
Sit. Feast on your life.

- Derek Walcott



하던 것을 멈추고 듣다.



Talking SW



부모님께 세배하러
막 집에 내려가려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차막히고 고생이니 내려오지 말라신다.
갑자기 말 잘 듣는 딸이 되어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딱히 밥은 하기 싫은데 오늘 뭐 사먹을 데가 없으니
난감해하는 중에 고맙게도 '원앤온리' 언니가 불러주어
푸짐하게 차려놓은 밥상앞에 떡하니 앉아
와구와구 먹고 왁자지껄 떠들고 낄낄 웃다왔다.
막 웃다가 형부는 언니를 놀리(려고하는데)는 바람에 
언니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었다.

이것은 아마도 그 댓가로 녹음된 것이다:

돈 한푼도 안벌어도 돼
공부만 해.
내가 다 지원해 줄게.

(언제까지?)

펴엉-새앵.

나는 완전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했다.
나도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어볼까.

2.03.2011

Books of January


1월에 읽은 책들:

1. When You Are Engulfed in Flames by David Sedaris: 
재밌고 웃기지만 왠지 그의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지는 못하겠다.

2. War and Peace by Tolstoy:
와. 드디어 나도 전쟁과 평화를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게되었다.

3. Charlotte's Web by E. B White:
20년전에 읽었었어야 하는 책인데 이 나이되서 아동 문학 읽어도 눈물나게 하는 것은 
작가의 위대함이라고 하는 편이 편하다.

4. Kira-Kira by Cynthia Kadohata:
아니면, 나는 그냥 아무거나 봐도 잘 우는 것인가.

5. Life of Pi by Yann Martel:
웃기지만 심오하다. 특히 "The ship sank" 다음부터는 앉은 자리에서 다 본 것 같다.

6. The Ambassadors by Henry James:
그의 작품 중 작가 스스로 가장 만족하는 소설이라는데 나는 The Portriat of a Lady가 더 좋았다.
세련됨에 있어 Nuance와 Subtlety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너무 매너에 치중하다보면
본의아니게 젠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7. The Lovely Bones by Alice Sebold:
그래서 다음으로 전혀 젠체와는 먼 책을 집어들었는데 또 너무 젠체안하니까 
보통 내 지적 허영심으로부터 발동하는 호기심이 자꾸 드러눕기만 하더라.


Master's Thesis


<Stylistic Elaborations: Ulysses and Jazz>

내 석사 논문 마지막 원고는 6번째 수정본이었다.

초고는 전직장에서 1년간 일하는 동안
일주일에 평균 2시간 정도 쓴 것 같은데
율리시즈보다 재즈얘기가 더 많아서 반 이상을 다 버려야 했다.

두번째 원고는 작년 6월-7월에 썼다.
율리시즈 중 분석할 다섯개 챕터를 고르고
그것에 대한 끝없는 2차 문헌을 훑느라 눈이 아팠다.

세번째 원고는 8월에 썼다.
이 때는 어학 쪽 Stylistics에 관한 책을 훑느라
지루하고 어지러웠다.

네번째 다섯 번째 원고는 9월 10월 중에 썼다. 
이 때는 주로 자르고 빼고 덧붙이고 하는 것들이었는데
이젠 정말 그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11월엔
논문과 상관없는 읽고 싶은 소설이나 읽었다.

12월에 고친 마지막 수정본은
몇 단어를 제외하고는 그 전 원고랑 별 다른 것이 없다.

이미 작년 10월부터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나는 더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이렇게 제본으로 봐도 큰 감회는 없다.

Murphy 교수님이 특히 많이 애써주신 덕분에
그닥 좋은 말 들어본 적 없는 윤교수님께
엔딩만 약간 고치면
quite superb!
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지금은 똑같은 걸 다시 쓰라고 해도 못쓰겠다.

이제 James Joyce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리.


A Point of View



올해부터 BBC Radio 4 A Point of View를
Alain de Botton이 한다.

특히 첫번째두번째 에피소드가 좋았다.


I Die Every Day


James Abbott McNeil Whistler (1834-1903)
Nocturne: Grey and Gold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과 감정을 맘대로 조종하도록 놔두는 것-
이를테면 음악, 공연, 영화, 책, 미술품, 자연, 특히 날씨 같은 것들이 있다.
어제도 꽤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집을 나서 두 발로 땅을 걷는 것에서부터 기쁨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
처음으로 보는 여러 사람들과 처음으로 하는 여러가지 것들을 하고
엊그제 우디알렌의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봤던 씨네큐브에서
또 매우 이탈리안스러운 <I am Love>도 보고
광화문 153에서 허물이 있을듯말듯한 친구와 웃기도 여러번 웃었던 밤으로 마무리했던
그제는 잠들기 아까울 정도로 사는게 즐거웠다.

여전히 누리고 있는 것인지 속박당하고 있는 것인지 구별하기를 잊을 때가 종종 있다.
사는게 좋은게 맞지만서도
그러는 동안 아무것의 노예도 안되면 좋겠다. 
(특히 아이폰과 맥북과 정보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 더 좋으면 좋겠다.



Substantially the Same

John Singer Sargent (1856-1925)
Portrait of Miss Clementina Austruther-Thompson


That most moments were substantially the same 
did not detract at all from the possibility that the next moment might be utterly different. 
Any tedious hour might be the last of its kind.

- Marilynne Robinson


1초전이나 1초후나 
예측하지 못한 어떤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똑같이 가진 순간들인데
무슨 일이 눈에 보이게 일어난 것 같다하여 
전보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뭐에도 집중을 못하겠는것이 마음에 안든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 되고 싶다는게 아니라
내 자유의지에 따라 이제 곧 올 것들이 와글와글 떠들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인식하기에
지루하지도 뻔하지도 않는 매순간을 고마운 마음으로 누리고 싶은 것.
근래에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어도,
그렇다고 눈에 띄게 뭐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 않아도.
실망을 예측하는 것이 기대하는 것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게.
걱정 같은 사소한 것일랑 차라리 일찍 포기해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