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2011

A Room of Her Own

퇴근길에
집앞 베테랑 분식점에서
떡볶이랑 튀김 일인분을 포장한 검정비닐봉다리를 들고
룰루랄라 집에 가는데
그녀에게서 전화가 온다.
흔치 않게 일찍 퇴근한 날이니
집에 놀러오면 맛있는 걸 해주겠노라고.
안 갈일이 만무하여
나와 검정봉다리는 같이 그녀의 집으로 간다.




















그녀의 집은 그녀같다.
저렇게 책장 위에, 침대 옆에 놓아둔 꽃도, 허브도 그녀같고
인형도 그녀 같고 초홀더도 그녀같고
그림 액자도 옆서들도 주방요리기구들도 에스프레소머신도 그녀같다.





















밥솥도 그녀같고 담아놓은 소스들도 그녀같고 야채들도 그녀같..
은 것이 아니라 야채를 써는 것이 그녀같은
것도 아니고 야채를 써는 것은 그녀다. (잘시간이 지났다.)
메뉴는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와 그린 샐러드.
그녀같은.

그녀는 갖출것을 다 갖추었다.
의자 한 개쯤 더 필요하것 정도는
내일이라도 금방 가질 수 있다.
그것 말고는
이렇게 다 갖춘 그녀를 아는
꾸준한 관객 한명 정도있으면 더이상 좋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왕이면 이쁜 것을 좋아하는 관객.
이왕이면 다른 성별의.
그러면서도 이왕이면 이쁜.























좋은 음악에
거하게 밥을 먹고 
초를 네개나 켜고 커피를 마셨다.
말을 하다가 내가 졸리는 바람에 
발음이 점점 심하게 흐트러져서
잘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하고
나오는데
전에 먹어보고 매우 좋아라했던 
그녀가 일본에서 사온 스타벅스 콜롬비아 인스턴트 커피를 
두팩이나 덤으로 얹어주었다.
나는 그 커피에 얽힌 씁쓸한 뒷얘기도 알지만서도
아랑곳없이
덥석 받아들고 좋다고 룰루랄라 
시원한 밤길을 걸어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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