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2011

Books and Films

Giorgio Morandi

Books read in October:

The Karamazov Brothers by Dostoevsky
The Rest Is Noise by Alex Ross
Prince Caspian by C. S. Lewis
What's So Amazing About Grace by Philip Yancey


Films watched in October:

3 (Drei)
Biutiful
A Separation
Tree of Life


누가 밖에서 불러도 그럴 듯한 핑계를 만드는 성의도 없이 안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누가 외롭지 않냐고 물어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하며 "외롭죠". 

Hélène Grimaud가 다음주 New Yorker지 Profile에 실린다. 어렸을 때 넘어져서 한쪽 무릎이 까지면 그 모양과 비슷하게 다른 쪽 성한 무릎을 스스로 파헤쳤댄다. 피를 내고 그러면서 즐거움 그 이상을 느꼈댄다. 범상치 않은 건 알았지만 그 정도였을줄이야.  

  

10.30.2011

Loopholes

Mark Rothko

Every crook will argue: "I like committing crimes.
God likes forgiving them.
Really the world is admirably arranged.

W. H. Auden. "For The Time Being"



But forgiveness needs to be accepted as well as offered if it is to be complete: and a man who admits no guilt can accept no forgiveness.

C. S. Lewis


Really. I should think again before rebelling. There's no guarantee I'll ever come back.


10.29.2011

Tree of Life




영화관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앞에 십 분 정도는 보지 못했다. 앉은지 십 분 정도 더 지났을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가기 시작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쿨한듯이 나가자 쿨하게 보일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사람들도 요란을 피우며 나갔다. 내 옆에 앉아있던 커플도 십분 정도 줄곧 귓속말로 킥킥대더니 "가자, 가자, 가" 하며 별로 손대지도 않은 것 같은 팝콘 콤보세트, 엑스라지사이즈 음료수를 들고 자리를 떴다. 끝까지 앉아 있던 사람들도 별로 미안한 눈치도 안보고 전화를 받는가하면 영화를 보는 중에 영화가 재미없다고 전화를 하기도 하는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해주셨다. 아무래도 Brad Pitt가 나온다니까 보러들 오신듯 했다. 보는 내내 내게는 전혀 그럴 만한 장면이 아닌데도 여기저기서 피식대고 낄낄대는 것이 여간 산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어제 퇴근하고 씨네큐브에서 볼걸 그랬다.

그들이 이해가 전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마치 동굴에서 부르는 듯하게 에코가 잔뜩 들어간 Arvo Part풍의 그레고리 성가, 너무 착하고 홀리해서 토요일 오후 애인과 같이 팝콘 먹으면서 소화시키기에는 오그라드는 음악들이 영화 내내 흐르는가 하면, 이렇다 할 플롯도 없고 대사도 없다. 그나마 있는 대사는 왜 줄곧 간지럽게 속삭여져야 하는 것인지. 아마도 제일 난감했을법 한 것은 관련이 없어보이는 장면들 자체일 것이다. 씨네마토그라피 자체는 누가보더라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저 가족하고 해파리, 공룡, 우주의 운석, 용암, 파도, 폭포, 숲 같은 것들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감독은 "왜" 한 가족, 혹은 개인이 고통을 겪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컨텍스트로 보여준다. 단순히 사소하다고 말하기에는 농도 짙은 감정과 강렬한 인식들이 녹아 있는 인간사지만, 그것에 한정된 보통 사람들의 시각을 넘어서 모든 자연현상과 우주의 움직임을 포괄하여 주관하는 어떤 하나의 주체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이 관점은 극 중 아버지의 적자생존식 그것보다는 어머니가 구현한 Grace, 혹은 사랑에 가깝다.)  이 관점을 평소에 인정하고 있었더라도 이러한 시각적인 경험에서 오는 경이로움은 언어로는 충분치 않다. 결국 대사가 별로 필요 없음이 맞다. 또 그나마 없는 대사 중 이렇게 특정대사가 - "Why?"와 "Where were you?"- 자주, 많이, 속삭여지는 영화도 여지껏 없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떠올려지는 두 텍스트가 있다:

Then the Lord spoke to Job out of the storm. He said:

Who is this that obscures my plans
with words without knowledge?
Brace yourself like a man;
I will question you,
and you shall answer me.

Where were you when I laid the earth's foundation?
Tell me, if you understand.
Who marked off its dimensions? Surely you know!
Who stretched a measuring line across it?
On what were its footings set,
or who laid its cornerstone -
while the morning stars sang together
and all the angels shouted for joy?

Who shut up the sea behind doors
when it burst forth from the womb,
When I made the clouds its garment
and wrapped it in thick darkness,
when I fixed limits for it
and set its doors and bars in place,
when I said, 'This far you may come and no farther;
here is where your proud waves halt'?

Job 38: 1 - 11

이렇게 '내가 누구냐' '내가 이런 것들을 할 때 너는 어딨었느냐'하는 반문은 38, 39, 40, 41장까지 계속된다. 42장이 되어서야 Job은 겨우 이렇게 대답한다:

Surely I spoke of things I did not understand,
things too wonderful for me to know.

다른 하나:

Now we see but a poor reflection as in a mirror;
then we shall see face to face.
Now I know in part;
then I shall know fully, even as I am fully known.
And now these three remain: faith, hope and love.
But the greatest of these is love.

1 Corinthians 13: 12


크레딧이 채 올라가기 시작하기도 전에 등은 어서나가라는 듯 환하게 켜졌고 관객들은 가혹한 인내심테스트였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누군가는 어떻게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표했고 대부분의 떠드는 소리가 뭐 이런게 다 있냐는 소리다.

10.28.2011

10.26.2011

I Need Deadlines

Untitled Black
Mark Rothko

"... deadlines and pressure are the most productive things in the world. If you try to run away from stress, run away from pressure, run away from deadlines, you'll probably be a relaxed do-nothing."

A relaxed do-nothing. Yes. That's what I am now. 


10.25.2011

The Rest Is Noise


내가 주기적으로 들어가보는 몇 안되는 블로그들 중 하나는 Alex Ross라는 뉴요커지 뮤직 크리틱의 그것이다. 최근 그가 쓴 Oscar Wilde의 Dorian Gray에 관한 기사가 흥미로웠고 그의 Worst College Essay라며 수줍게 일부를 내놓은 기사에 매우 공감했다. Jacques Derrida와 그 외 특히 프랑스인 중심의 문학 이론에 정신이 혼미해 진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음이 반가웠다. 그 반가움은  이것이것까지 따라가 읽게 했다. 그의 글에 Joyce의 Ulysses가 자주 언급되는 것도 유독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역시 그것으로 논문을 썼다는 것도 반갑다.

사실 이 책은 내가 논문 발표하던 날 어떤 이가 추천해준 책이었는데 엊그제서야 겨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Mahler, Ravel, Sibelius, Shostakovich, Strauss, Satie, Bartók 같은 음악가들의 잘알려진 몇 곡을 제외하고 아는 척이라고는 요만큼도 할 수 없는 1900년부터 2000년대까지의 클래식 음악의 탄생들이 총망라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Alex Ross 특유의 음악의 텍스트화이다. 많이 알기도 알고 열정도 열정이지만 리서치의 디테일함과, 정확하면서도 시적인 언어사용에 악 소리가 난다. 어쩜 이리 부지런하신가. 좋아해서 부지런하신가. 부지런하시다보니 좋아지던가. 여튼 그것 말고도 읽고 나면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유기성, 음악과 정치가 그렇지 않은 듯하면서도 그렇게 서로 관계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감상과 해석에도 많은 영향을 줄 듯 하다.


10.24.2011

Undeserved



어젯밤에 엄마가 오셨다. 내가 대충하는 청소를 제대로 해주시러. 손맛이 나는 꽃게탕을 해주시러. 며칠간 먹을 반찬을 해주시러. 세탁기에 넣으면 될 빨래들을 굳이 손빨래해주시러. 침대 시트와 이불을 바꿔주시러. 작년 겨울 교통사고 이후로는 운전도 안하시면서 보기 안쓰럽게 두 손 가득 무겁게 오셨다가 두 손 가득 더 무겁게 사라지신다. 

내가 알아서할게요. 내 맘도 좀 편하게 그냥 엄마 몸만 와서 푹 쉬다가 가면 안되나 해도. 그럴 수록 내가 없는 사이에 몰래왔다가 우렁각시 행세를 하시고는 바람처럼 사라지신다. 열 한해를 떨어져 살아도 엄마가 없으면 나는 굶고 다니는 줄 아신다. 지금쯤 두꺼운 솜이불로 바꿔주지 않으면 내가 추워서 잠도 못자는 줄 아신다.

늙고 피곤한 몸을 주무르며 "엄마 너무 마르다처럼 살면 안좋아",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하늘의 상급이 가장 큰 사람이야" 같은 말을 하는 와중에도 내 스스로조차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모처럼 여유롭게 왔다가 내려가실 계획이었는데 오는 길부터 어느 집에 상이 났다고 연락이 오더랜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같이 먹고 가시라고 퇴근하자 마자 뛰어왔는데. 회사에서 뛰어나오기 전 씨익 웃으며 종류별로 사탕도 한웅큼 집어왔는데. 

컴컴한 집에 들어와서 불을 켜자 커튼이 젖혀져 있는 유리벽에는 '안해도 되는 빨래를 뭐 이렇게 많이했냐'는 듯 전혀 바깥이 보이지 않게 김이 잔뜩 서려있고 식탁에는 막 찜통에서 나온 것 같은 김이 모락모락나는 송편과 호박죽. 김밥이 나란히 놓여있다. 그 옆에는 지난 달 엄마가 적어놓고 간 연두색 포스트 잇이 그대로 있다: 사랑하는 딸. 맛있게 먹어. 엄마가.

엄마는 이번에도 편히 다리를 뻗어보지 못하고 가셨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이렇다 할 보상도 없이 삼십년 넘게 섬기시는 일을 오늘도 하러 가셨다. 나는 욱하고 저 위에 계신 분께 원망을 한다. 아 쫌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고. 엄마가 잠깐 쉬면 좀 안되는거냐고. 얼굴 보면 휴식이 필요하다고 쓰여 있지 않냐고. 당신은 심지어 안봐도 다 아시는 분 아니냐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화가난 듯이 음식들을 입으로 집어넣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끼윽끼윽 울어버리고 만다.    


10.23.2011

Calm and Quiet


no searching,
no desire,
no imitation, 
no effort to be seen,
only light and peace.


10.22.2011

Itaewon



B1. 오랜만의 일탈. 그러게. 나는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니깐.


A Separation




단 일퍼센트도 썩지 않은, 티 없는 토마토를 전에 본 적이 있었나.

계층이나 지위를 떠나,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왜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는지,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가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범위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기가 참 어렵다. 결코 남을 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개인의 할일을 한다해도 결국 타인과 어느 때는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이 리얼하고 덤덤하게 묘사된다. 태어난 이상 타인의 신경을, 개인의 삶의 경계를 (그런게 있다면!)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찰과 충돌에서 정의는, 특히 법의 정의는  뭔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다. 그럼 어쩔까. 글쎄. 알량한 자존심이나 남의 탓이나 하는 치졸함은 버리고 먼저 "미안합니다. 용서해줄래요"하는 것은 너무 쉬운가? 그 때의 오그라듦은 너무 비싼가? 그런 말과 상관없이 계속 화가나 있을텐가?

Forgiveness is unfair. But it offers a way out.

어떠한 과장이나 젠 체 없이 일상에서의 많은 이슈와 암시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 그 억지스럽지 않은 포용력이 좋았다. 마지막까지 스스로 미리 잣대를 내리고 판단하지 않은채 관객 각자로 하여금 마침표를 찍게하는 젠틀함이 좋았다. 괜하지 않은 뉘앙스와 서틀함이란 이런 것.  

최광희 영화 평론가라던가. 상영 후에 있었던 씨네토크까지 앉아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 속 딸의 시선이 뭔가 미안하고 부끄러워지게 하는 하는 그것이었는데 실제로 그녀가 감독의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왜?). 꼭 그런 자리에서 질문 여러개 하면서 우기기 시작하는 분 있으시다. 꼭 그런 자리에서 마이크 잡은 사람 소리보다 더 크게 전화하시는 분 있으시다. 꼭 그럴 때 불편함을 드러내고야 마는 나같은 놈 있다.

여튼 누구와 같이 영화관에 간 것은 참 오랜만이다. 씨네큐브를 나와 선선한 금요일 밤 공기와 주말에의 안도를 느끼며 "그런데 처음부터 아무도 거짓말을 안했으면 어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지 그 때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가? 왜-?" 같은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참 즐거웠다.

10.20.2011

Biutiful and Ravel




대사 한마디 없었더라도, 클로즈업된 Jarvier Bardem의 눈만으로 다 채워지는 영화. 불완전한 각자가 소중한 것을 품고 선택의 여지없이 지리멸렬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것이 끔찍하게 슬프고 서로에게 잔인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선명한 빛줄기처럼 보이는 이따금의 잔잔한 웃음소리가 그들을 계속 살게한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같은 것은 여기서 좋은 질문이 아닐 수 있다. '자격'같은 단어는 그냥 버려버리자. 필요한것은 Justice가 아니라 Grace이다.

Inception때와 비슷하게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실제인지 환각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Ravel Piano Concerto 2악장이 감독의 대답이자 이 영화의 final note라고 생각한다.


10.18.2011

An Ordinary Day




이것과 이것에 한참을 웃었다. 
음악이 좋았다. 
뉴스에 화가나고 슬펐다.



10.17.2011

Fading Into Silence

Colour Beginning
William Turner

어제는 간신히 교회에 갔다. 오늘은 간신히도 회사에 가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생각을 하고 있기나 하다면. 

한 오 년전부터 별 발전이 없는 뮤직 라이브러리. 이제는 그게 그거인 것 같은 것들 중 랜덤으로 열한곡:

+ secret love - the brad mehldau trio
+ ponder - chet baker
+ in love in vain - keith jarrett
+ canto popolare - stefano battaglia
+ j. s. bach goldberg variations #16 - glenn gould
+ december - lars danielsson
+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 pat metheny & charlie haden
+ milonga sin palabras - gidon kremer
+ frank symphony in d minor, allegretto - pierre monteux
+ the ground - tord gustavsen
+ both sides now - lars danielsson



10.15.2011

Romance


벌써 어제 일들은 머언 옛날일처럼 느껴진다. 모기 얘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다이빙인가 돌멩이 얘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Romance is the glamour which turns the dust of everyday life into a golden haze라는데 이놈의 먼지 구석. 켁켁.

10.13.2011

Mortal Coil


You'll be very unhappy in the course of your life. But on the whole, all the same, you'll bless life.
- Fyodor Dostoyevsky

10.12.2011

How I Hate Everything

Shade and Darkness
William Turner

어제와 똑같은 아침 시간에 일어나기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기도 싫었다. 어쩌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싫었다. 정신없이 어지럽혀져 있는 집을 치우지도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서두름이 싫었다. 버스에 앉을 좌석이 없는 것이 싫었다. 미끌거리는 손잡이를 잡아야 하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똑같은 곳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교통체증이 싫었다. 다 소비하고 난 다음의 찌꺼기 같은 공기를 계속 마시고 있어야 되는 것이 싫었다. 어제와 비슷한 시각에 회사에 도착해 똑같은 좌석에 앉아 어제와 똑같은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이럴수가. 싫은게 너무 많아 어쩔 줄을 몰라 얼굴에 두 손에 파묻고 한참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괜히 멀쩡하게 일하는 케빈에게 말을 걸어 오늘 아침 좋았던 것 하나만 말해달라고 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주변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집의 샌드위치를 먹고 왔노라고 했다. 나는 전혀 설득이 되지 않아 다시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10.11.2011

Ungrace Unawares

Breakfast-Time
Carl Holsoe

Like city-dwellers who no longer notice the polluted air, we breathe in the atmosphere of ungrace unawares. As early as preschool and kindergarten we are tested and evaluated before being slotted into an "advanced," "normal," or "slow" track. From then on we receive grades denoting performance in math, science, reading, and even "social skills" and "citizenship." Test papers come back with errors - not correct answers - highlighted. All this helps prepare us for the real world with its relentless ranking, a grown-up version of the playground game "king of the hill."  - Philip Yancey, from What's So Amazing About Grace? 


내가 벌지도 않고 자격도 없는 자유를 맛보며 자전거를 타고 백현동 길을 따라 쪼르르 내려왔다.


10.10.2011

Silence and Night

A Lady Playing the Piano
Carl Holsoe


Someone somewhere is happy now. And I have my own small, modest place.

10.09.2011

The Beginning of Desire

In The Bedroom
Peter Ilsted

The priest desires. The philosopher desires
And not to have is the beginning of desire.
To have what is not is its ancient cycle.
It is desire at the end of winter, when
It observes the effortless weather turning blue
... It knows that what is has is what is not
And throws it away like a thing of another time
As morning throws off stale moonlight and shabby sleep.

- Wallace Stevens, from "Notes Toward a Supreme Fiction"


On Being  듣다가 귀에 꽂힌 부분.


10.08.2011

Saturday Afternoon

The Open Door
Peter Ilsted

까페에 비치되어있는 잡지들을 뒤적이다가.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포즈나 표정이 유독 우스꽝스럽다고 느꼈다. 물론 그 세계와는 멀리 사는 내가 무지한 탓도 있겠지만. 그게 무슨 표정인지 알고 짓는건지. 그 표정을 감당할 수 있겠나싶었다. 어딘가 따로 존재하는 오리지널을 흉내나내고 있는 인상이다.

You're like all of them, only you don't have to be like them.


이제 2개월째인 요셉이가 코를 볼살에 묻힌채로 분당에 놀러왔다.

10.07.2011

Sibelius Symphony No.5 Finale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Esa-Pekka Salonen

The people who you think are radicals might really be conservatives, the people who you think are conservative might really be radical  - Morton Feldman

I agree.

Peace-Burial At Sea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0.06.2011

R.I.P. Steve Jobs


"If you live each day as if it was your last, someday you'll most certainly be right."

그는 어제 아침에라도, 오늘이 바로 그 'someday'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 'someday'를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날 내가 어떠할 지 도통 알 수가 없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오늘이 될 지 내일이 될지 몇년 후가 될지 몇십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 어차피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 차라리 몰라도 되는 것처럼 살 것. 

10.05.2011

3 (Drei)



유독 오래 걸려있는 듯 했던 영화들이 내린 것을 확인하고 퇴근 후 씨네큐브에 들렀다.

감독 Tom Tykwer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소위 '지식인' 세 사람을 통해 사회-정치학, 과학, 섹스, 섹슈얼리티, Hermann Hesse, Moby-Dick, Lacan, Freud, 사랑, 콜라쥬, 전쟁, 죽음, 장르의 불분명한 경계, 혹은 장르속 장르, 작가의 의도, 상대적 관념, 관습에의 저항, 자유, 미학, 윤리, 혼돈 등의 주제들을 화면을 분리하거나 갑자기 정지시키거나 관객으로 하여금 전혀 맥락없는것 같은 장면을 몇 초간 멀뚱히 보게하는 등 스타일리쉬하게, 좀 '있어보이게' 처리했다.

너무 많은 무거운 것들을 다소 가볍게 말하고 있는 느낌도 들지만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채 생산된 어떤 것이 미치는 영향에도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는 말을 또 이들의 입을 빌려 함으로써 감독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지금 너무 말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머쓱한 미끌미끌한 영화다.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꺠는 것 자체가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헤미안처럼 산다고 해서 모두가 다 크리에이티브한 것은 아니다.'고 전에 썼던 말이 생각이 나지만 'Style for style's sake'에 속한 영화로도 보여지므로 이런 자뭇 진지한 코멘트를 달기도 뭐하다. 그럼에도 포스트모던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감독이 '다 개인의 상대적인 취향이고 관점이지'라고 하는 것 같은 동안에 드는 생각이 있었으니: Why afraid of banality?

그래가지고 감독은 역설적으로 관객으로부터 '음악이 괜찮네', 'Simon처럼 생긴 마스크가 좋아', '영화가 좀 있어보여'같은 피드백 이상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나같이 이미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어느정도의 편견을 가진 관객은 뭐 이런 영화에 한없이 제너러스할 수 있지만서도.

여튼 감독이 직접 참여한 듯한 사운드트랙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한참 전 영화 Perfume때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는데. 전과 같이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좀 아쉽다. 작년에 간신히 읽은 David Mitchell의 Cloud Atlas를 이 감독이 맡았다는 것은 좀 반가운 소식이다. 스타일과 전개 방식이 핵이라 할 수 있는 그 책을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3' 같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 제격이라는 것은 어쩐지 너무 당연하다. 그 영화에서는 조금 덜 프리텐셔스해주시면 더 고맙겠다.

10.04.2011

Beyond Human Scale



상황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내가 어떠함은 둘째치고 내 존재자체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나 섭섭함 따위를 느끼는 인식단계는 사실 이전에 졸업했다. 지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런 것보다는. 이를테면 엊그제 붙인 말러 8번 심포니. 그런 위대함과 장엄함 뒤에 따라오는 허무함.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것이 분명히 레지스터 된 것 같은데 그 다음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뻔뻔하게 해가 다시 떠오르면 나는 눈을 비비고 일어날 때부터 아니 어젯밤 같음 다음에도 무어 또 있을 것이 있나하는 당황스러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만큼. 어떤 위대함 뒤 소소함의 연속을 가능하게 하는, 또는 그것을 요구하는, 어젯밤의 최대치보다 항상 더 크고 놀라운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미 내 체감한계를 훨씬 초월한 그 어떤 존재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기적'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소망이 생긴다. 그러니 이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오는 다른 층위에서의 '이해가 감'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소위 마음의 평화는 이것을 '인정'하는 데 소요되는 개개인의 다른 정도의 leap of faith만을 필요로 할 뿐이다.

10.03.2011

Dialogue Revisited


아무것에도 이르지 않는 대화라 해도 좋다. 그것이 정직하고 젠틀하며 괜히 모양을 내어 복잡하지 않은 것이라면. 서로의 말을 모두 다 백퍼센트 믿지는 말자. 나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 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테니까.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 각자 믿는 것을 어설프게나마 근접하게 표현하려고 하면서 같이 앉아 보내고 있는 그 시간이다.

Jarasum Jazz Festival



몇 번은 가보았을 법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의아함을 떨치기 위한 것과 동행자가 있었다는 것이 가게된 동기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만큼 큰 기대는 없었다. 세시간 남짓 걸려 해가 넘어간 뒤 겨우 도착한 곳에서 우리는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첫번째로 보이는 분식집으로 뛰어들어갔다. 평소 사먹는 김밥과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김밥에 감탄 감탄을 하며 "이모 하나 더!"를 두번이나 연발했다. 그리고 바로 길건너 맞은편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에 열광을 하며 마치 자라섬에서의 모든 임무를 마친 듯 '이제 오뎅도 먹었으니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좋으리'했던 것이다. 입장하고 나서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떡볶이을 먹을 수 있는 아딸과 치킨을 파는 천막. 그만큼 우리. 배가 고팠다. 간신히 무대 오른편에 자리를 잡고 Geri Allen and Timeline Band의 연주를 BGM삼아 진지하게 치킨과 떡볶이를 찾아 헤매였다.

소은 아가의 '똑같은 문장 백번 반복하기', '방향이나 균형감각에 개의치 않고 아무데로나 달려가며 "이게 모야?"하기' 퍼포먼스가 백배는 더 흥미로웠다. 심지어는 그녀의 모친도 무슨 이웃집 딸내미 얘기하듯이 "얘가 오늘따라 유난히 재밌네"하시며 동감을 표하셨다. 공연에 대한 집중도는 이 클립에서 잘 드러난다.



공연 좀 볼라치면 소은이가 손톱만치의 자의식 없는 재롱을 부려 웃기는 바람에 다른 쪽 관심은 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너무 추웠다. Terence Blanchard의 순서를 약간 기대하긴 했었는데 하필이면 라틴 재즈밴드의 객원으로 왔다. 여름도 다 지났는데 라틴 재즈는 좀 그렇지 않은가. 오들오들 떨면서 듣기엔 너무 현실을 무시한 이질적인 음악으로 들려 마음이 전혀 동하지를 않았다. 그리하며 기껏 네 곡 쯤 더 들었을 법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두 시가 거의 다 되었다. 역시 집이 제일 좋아. '특히 따뜻한 이불 속'을 되뇌이며 잠에 들었다.

오후 여섯 시쯤 해가 뉘였뉘엿해질 때 적절하게 윤상의 음악을 제공해 주는 한편, 들어서는 길이 맞고 틀림에 그닥 동요하지 않는 운전자, 이번 주에 오다기리 조, 비, 장근석을 모두 볼법한 이웃동네 마드모아젤과 티켓을 협찬해준 윤롯데에게 고맙습니다.


10.01.2011

Morning Prayer



새벽 4시의 교통 체증을 경험해본적이 있던가. 오늘 이매동 일대가 그랬다. 지난 2주간 특별 새벽 기도가 있었지만 네시 반 전에 도착해야지 겨우 체육관에 자리를 맡을 수 있을 정도라 엄두를 못내다가 오늘이 마지막이라 하여. 에, 또, 지나다가 기꺼이 픽업 해주신 분들 덕에 참석하게 되었다. 건물도 없어 고등학교 건물을 빌리는 교회 새벽기도에 4천여 명이 몰리는 것, 교통 체증을 일으킨 그 많은 차들이 일제히 한 곳으로 몰리는 현상이 아직 얄팍한 내 눈에는 어떤 사건같아 보인다. 그 이른 시각의 배고픈 영혼들 중 하나가 되어 기도를 했다. 그런데 왜 내 기도는 대부분이 다 의문문일까.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한 시간 정도 탔을뿐인데 아직까지 다리가 후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