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2011

Jarasum Jazz Festival



몇 번은 가보았을 법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의아함을 떨치기 위한 것과 동행자가 있었다는 것이 가게된 동기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만큼 큰 기대는 없었다. 세시간 남짓 걸려 해가 넘어간 뒤 겨우 도착한 곳에서 우리는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첫번째로 보이는 분식집으로 뛰어들어갔다. 평소 사먹는 김밥과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김밥에 감탄 감탄을 하며 "이모 하나 더!"를 두번이나 연발했다. 그리고 바로 길건너 맞은편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에 열광을 하며 마치 자라섬에서의 모든 임무를 마친 듯 '이제 오뎅도 먹었으니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좋으리'했던 것이다. 입장하고 나서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떡볶이을 먹을 수 있는 아딸과 치킨을 파는 천막. 그만큼 우리. 배가 고팠다. 간신히 무대 오른편에 자리를 잡고 Geri Allen and Timeline Band의 연주를 BGM삼아 진지하게 치킨과 떡볶이를 찾아 헤매였다.

소은 아가의 '똑같은 문장 백번 반복하기', '방향이나 균형감각에 개의치 않고 아무데로나 달려가며 "이게 모야?"하기' 퍼포먼스가 백배는 더 흥미로웠다. 심지어는 그녀의 모친도 무슨 이웃집 딸내미 얘기하듯이 "얘가 오늘따라 유난히 재밌네"하시며 동감을 표하셨다. 공연에 대한 집중도는 이 클립에서 잘 드러난다.



공연 좀 볼라치면 소은이가 손톱만치의 자의식 없는 재롱을 부려 웃기는 바람에 다른 쪽 관심은 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너무 추웠다. Terence Blanchard의 순서를 약간 기대하긴 했었는데 하필이면 라틴 재즈밴드의 객원으로 왔다. 여름도 다 지났는데 라틴 재즈는 좀 그렇지 않은가. 오들오들 떨면서 듣기엔 너무 현실을 무시한 이질적인 음악으로 들려 마음이 전혀 동하지를 않았다. 그리하며 기껏 네 곡 쯤 더 들었을 법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두 시가 거의 다 되었다. 역시 집이 제일 좋아. '특히 따뜻한 이불 속'을 되뇌이며 잠에 들었다.

오후 여섯 시쯤 해가 뉘였뉘엿해질 때 적절하게 윤상의 음악을 제공해 주는 한편, 들어서는 길이 맞고 틀림에 그닥 동요하지 않는 운전자, 이번 주에 오다기리 조, 비, 장근석을 모두 볼법한 이웃동네 마드모아젤과 티켓을 협찬해준 윤롯데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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