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011

Beyond Human Scale



상황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내가 어떠함은 둘째치고 내 존재자체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나 섭섭함 따위를 느끼는 인식단계는 사실 이전에 졸업했다. 지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런 것보다는. 이를테면 엊그제 붙인 말러 8번 심포니. 그런 위대함과 장엄함 뒤에 따라오는 허무함.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것이 분명히 레지스터 된 것 같은데 그 다음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뻔뻔하게 해가 다시 떠오르면 나는 눈을 비비고 일어날 때부터 아니 어젯밤 같음 다음에도 무어 또 있을 것이 있나하는 당황스러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만큼. 어떤 위대함 뒤 소소함의 연속을 가능하게 하는, 또는 그것을 요구하는, 어젯밤의 최대치보다 항상 더 크고 놀라운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미 내 체감한계를 훨씬 초월한 그 어떤 존재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기적'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소망이 생긴다. 그러니 이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오는 다른 층위에서의 '이해가 감'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소위 마음의 평화는 이것을 '인정'하는 데 소요되는 개개인의 다른 정도의 leap of faith만을 필요로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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