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e and Darkness William Turner |
어제와 똑같은 아침 시간에 일어나기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기도 싫었다. 어쩌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싫었다. 정신없이 어지럽혀져 있는 집을 치우지도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서두름이 싫었다. 버스에 앉을 좌석이 없는 것이 싫었다. 미끌거리는 손잡이를 잡아야 하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똑같은 곳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교통체증이 싫었다. 다 소비하고 난 다음의 찌꺼기 같은 공기를 계속 마시고 있어야 되는 것이 싫었다. 어제와 비슷한 시각에 회사에 도착해 똑같은 좌석에 앉아 어제와 똑같은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이럴수가. 싫은게 너무 많아 어쩔 줄을 몰라 얼굴에 두 손에 파묻고 한참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괜히 멀쩡하게 일하는 케빈에게 말을 걸어 오늘 아침 좋았던 것 하나만 말해달라고 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주변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집의 샌드위치를 먹고 왔노라고 했다. 나는 전혀 설득이 되지 않아 다시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