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일퍼센트도 썩지 않은, 티 없는 토마토를 전에 본 적이 있었나.
계층이나 지위를 떠나,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왜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는지,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가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범위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기가 참 어렵다. 결코 남을 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개인의 할일을 한다해도 결국 타인과 어느 때는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삶이 리얼하고 덤덤하게 묘사된다. 태어난 이상 타인의 신경을, 개인의 삶의 경계를 (그런게 있다면!)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찰과 충돌에서 정의는, 특히 법의 정의는 뭔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다. 그럼 어쩔까. 글쎄. 알량한 자존심이나 남의 탓이나 하는 치졸함은 버리고 먼저 "미안합니다. 용서해줄래요"하는 것은 너무 쉬운가? 그 때의 오그라듦은 너무 비싼가? 그런 말과 상관없이 계속 화가나 있을텐가?
Forgiveness is unfair. But it offers a way out.
어떠한 과장이나 젠 체 없이 일상에서의 많은 이슈와 암시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 그 억지스럽지 않은 포용력이 좋았다. 마지막까지 스스로 미리 잣대를 내리고 판단하지 않은채 관객 각자로 하여금 마침표를 찍게하는 젠틀함이 좋았다. 괜하지 않은 뉘앙스와 서틀함이란 이런 것.
최광희 영화 평론가라던가. 상영 후에 있었던 씨네토크까지 앉아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 속 딸의 시선이 뭔가 미안하고 부끄러워지게 하는 하는 그것이었는데 실제로 그녀가 감독의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왜?). 꼭 그런 자리에서 질문 여러개 하면서 우기기 시작하는 분 있으시다. 꼭 그런 자리에서 마이크 잡은 사람 소리보다 더 크게 전화하시는 분 있으시다. 꼭 그럴 때 불편함을 드러내고야 마는 나같은 놈 있다.
여튼 누구와 같이 영화관에 간 것은 참 오랜만이다. 씨네큐브를 나와 선선한 금요일 밤 공기와 주말에의 안도를 느끼며 "그런데 처음부터 아무도 거짓말을 안했으면 어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지 그 때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가? 왜-?" 같은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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