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2012

some words

Pont Aven in the Moonlight
Ferdinand Loyen Du Puigaudeau

5시면 벌떡 일어나던 때가 언제인지 잘 기억도 안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지금의 이 몸뚱이를 가진 인간이 그때도 맞았는지 믿기 어렵다. 요즘은 알람을 5시 20분에 맞춰놓고 그 이후로 6시까지 5분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Kings of Convenience가 노래를 하고 Miles Davis가 트럼펫을 불어제껴도, 누가 보면 머리를 땅에 대고 기도하는 열렬한 신자처럼 콩벌레 모양을 한 채, 아침마다 의식적으로 실랑이를 벌인다. 오 정말 일어나야 합니까. 정말입니까. 아니면 안되겠습니까. 아니, 왜 그래야 한답니까. 그렇다면 언제까지이니까. 오.. 그냥 일어나지도 않고 안일어나지도 않는 그런 것은 없습니까.. 유치한 땡깡에 스스로 포기할 때 즈음에서야, 결국 초고속으로 샤워를 하고 스킨 로션 썬크림 파우더를 간신히 묻힐 시간만을 남겨두고 눈을 그대로 감은 채 그르렁하며 욕실로 향한다.

지난 주말에는 나보다 20년 어린 이 친구를 만났다. 전에 쓴 산문 내용을 이번에는 5분 가량 이어지는 구어체로 바꾸는 데 혹여나 도움이 될 까 나를 불렀던 거였다. 의자 두 개를 마주보게 놓고 방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강하다, 눈이 부시다, 허기지다, 고 요란스럽게 집을 나와 부첼라에 갔었다. 그녀의 글의 마지막 부분은 막 스티브 잡스를 인용하며 다소 격양되는 어조이다. 사람은 내일 할 일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뛰고 흥분되어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구가 두 쪽나는 중에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 빠져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중심 생각이다. 그렇지, 그렇게 쓰면 되겠다고, 연신 부추기고 있던 나는 어떤 적당한 표정을 걸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름 아닌 이런 것에 나는 전문가가 되었나.)

재작년 여름쯤 Itunes 강의 중에서 관심있게 보던 Michael Sandel이 오늘 오전 열시 즈음부터 오후까지 나와 같은 건물에 있었다. 점심 시간에 교보문고에 가는 길에 지나며 괜히 사진을 한장 찍긴 했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가 하버드에서 강의를 할 때나, 강의를  준비할 때나 화장실에 갈 때, 나 역시 턱을 괴고 있거나 콩벌레 모양으로 엎어져 있거나 제로 콜라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며 살아있는 중이었다. 나는 그가 어떻게 생겼고 뭐하는 사람이고 어떻게 말하고 말할 때는 어떻게 움직이고 그의 부분적인 생각들 같은 것을 알지만 그는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알 필요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 역시 나의 필요에 의해 유명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내가 일하는 빌딩에 와있다 해서 우리 둘의 관계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뭐 그런 당연한 말을 그리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나. 말이니깐. 여하튼, 사진은 찍었지만 사실 샌들씨보다도 동시통역하던 여성분을 눈으로 찾으며, 저건 또 어떻게 하는 거야, 고 눈썹을 치켜떴던 것 뿐.

오늘 하루를 씽씽 잘 가게 해준 한 흥미로운 블로그를 발견했다. 나는 종일 나의 루틴도 잊고 그것을 들여다봤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계시는, 스무다섯즈음으로 보이는 사내분이다. 차라리 군대 시절이 그립다는 남자가 생각났다. 차라리가 아니라, 군대에 가야지, 그렇게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편지를 쓴다던가 하는, 귀찮아서 미루고 안할 일을 일부러 하고, 유치하다고 거드름이나 피울 일에 히죽거리게 되니 삶이 오히려 풍족해지는 듯 싶기도 하다.

아아, 나는 지금 군대에 있는 건가?

퇴근을 하고 씨네큐브에 가 Barney's Version을 보았다.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나는 Rosamund Pike의 눈과 미소에 좀 반해버렸다.

오늘 콩밭에 가 있던 것은 왠지 마음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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