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012

The UP Series



휴가를 냈다. 집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PBS의 UP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1964년부터 2005년 까지 7년 간격으로, 각자 다른 배경에서 자란 열 명 남짓의 일곱살 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처음부터 사회 계층, 인종, 부의 분배, 교육의 기회와 가치 등에 논점을 둔 다큐 같았으나, 그런 것은 화면에서 급속하게 나이가 들어 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하지 않고, 결혼을 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고, 이혼을 하거나 이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둘 낳거나, 셋 낳거나, 넷 낳고, 몸이 퉁퉁해지고 머리가 빠지는 이 꼬마들의 라이프스토리에 몰입해가는 관객의 입장에서, 완전히 핀트가 엇나간 이슈라고 생각했다. 음. 아마도 관객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역시 개인적인 의견이다.

지금 너가 관심을 두고 있거나 관심있다고 생각하거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곧 지나고, 변할 것이니 지나치게 신나할 것도 지나치게 풀이 죽거나 슬퍼할 것도 없다, 라는 것은 매사에 펄럭이지 않는 진중한 인품 만들기를 부추기는 데에 반해, 매 순간 팔딱거리는 생명력을 오롯이 살아내는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작은 것에 감동하는 앳된 마음 같은 것과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두 개 다 내가 의도한 범위 내에서는 좋은 것들이니, 아직 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결국은 그렇게 서로 모순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튼 올해 이 꼬마들은 56세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TV에 안나오게 조용히 살자.

다큐를 보면서 풍경화 한 점, 정물화 한 점을 그렸다. 바로 전만큼의 졸작들은 아니라 다행이다. 새로 공수된 물감을 의식해서 그런지 (고맙습니다!) 물감을 꾹꾹짜서 옅은 색이라도 두껍게 칠했더니 또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는 그동안 미루던 일을 했다.
나는 요리하는 것과 설거지 하는 것 둘 다 꽤 즐기는 편이지만 음식 찌꺼기를 처리하는 것 만큼은 나날이 비위가 약해져가고 있다. 원래 비위가 유난스러운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되어가는 현상은 나의 허영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소위 아줌마들의 뚝심은 음식 찌꺼기와 아가들의 응가 처리, 욕실 청소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메스꺼운 불결함과 더러움을 대하는 법을 터득하거나 아예 그런것에 무뎌질 수 있는 능력과 아주 관계가 없지 않다고 본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