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난해 본 책과 영화를 정리하다 보니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조금은 실감이 났지만, 오늘은 여느날과 별 다르지 않게 저렇게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그림의 질과는 상관없이 초고속으로 색을 칠했습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니 저렇게 손도 보이지 않더랍니다. 더 잘 그릴 수 있어, 가 아니라, 나 더 빨리 그릴수 있어, 라고 무의식적으로 내뱉고 그 말이 너무 웃겨서 붓을 든 채로 데굴데굴 구르며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자못 범상치 않은 스케일의 각오, 같은 것은 딱히 생각나지 않지만. 있는 자리를 티안나게 지키거나 걷고 싶을 때 걷고, 티가 날 것 같을 때는 왠만하면 'go low'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있는 것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는 것도 좋겠습니다.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감각이 갖춰지면 더 좋겠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몇번 바닥에 앉았다 일어났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 올해도 가는 줄 모르게 잘만 가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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