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2012

I Feel Good



지난 며칠간 책 한장 들여다보지 못하고 클릭 한번이면 될 뉴요커나 파리스리뷰 페이지에도 들어가보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었던 스케쥴을 고려하면, 저녁 여덟 시 전에 집에 들어온 오늘 같은 날은 뭐라도 먹고 대자로 뻗는 것이 뻔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조차 그 뻔하게 벌어질 장면만을 묵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쩐지 힘이 난다. 잠깐 지나가고 마는 제스츄어들을 과장해서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신호 같은 것들이라고 느껴졌다. 생각해서 그렇게 느껴진게 아니고 그냥 피부로 느껴졌다. 이것들이 속빈 강정들인지는 조금 더 살고 있다보면 저절로 알게되는 것이겠지만. 여하튼 지금은 힘이 나서 좋다. 

나는 잘하고 싶다. 부응할 기대가 거의 없는 낮은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만큼, 좀 알아줬으면, 인정해줬으면, 증명해 보였으면 해서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라면 제 머리털을 뜯어서라도 한사코 그래서는 안된다. 좋다카더라-는 것은 알고보면 좋지 않은 것이 많다. '잘 산다'카더라-도 알고 보면 잘 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단 좋은게 뭔지, 잘 산다는게 뭔지를 깨끗하게 알고 보기다. 이왕에 하는거 잘하는 건 좋은 것이니 (물론 '뭘' 하느냐가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나는 좋은 것이 탐나 잘하고 싶다.  

며칠 책 좀 안읽었다고 이런 자기계발서같은 글투로 써놓고 허허.

발랄하게 오징어를 넣어 스파게티를 만들어먹고 아무 소리도 없게하고 앉아 포도를 한알씩 따 먹고 토마토를 갈라먹었다. 배를 통통 두드리며 거울을 보니 아무래도 얼른 눕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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