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2012

Long Shot




2009 Kentucky Derby, Mine That Bird. 경기 중간까지 다른 말들에 비해 너무 차이나게 뒤쳐져서 화면에도 잘 안잡힌다. 하나 둘 앞질러 나오는 동안에도 해설자는 이 무명의 말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한참 뒤에서야 제대로 이름을 불러준다. 

역전 자체보다도 이 세계에 속한 이런 의외성과 예측불가능함이 좋다. 랜덤하다고 할 수는 없는, predictably unpredictable한 근원적인 질서가 정의의 영역을 넘어, 긴장과 기대의 연속을 가능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경주해서 이겨먹자는 게 아니라. 끝을 봐야 안다고. (이것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얘기와는 한참 다른 것이다). 특히 우리네 것은, 온갖 있을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을 만들어내고 쏟아내고 하는 동안, 그 판가름되는 끝이 오늘 밤인지 내일인지 50년 후인지 정말 알 수 없다는 것이, 또 한참을 열심히 달리는데 알고보면 거꾸로 달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등의, 말들의 경주와는 사뭇 다른 많은 변수들이, 진귀하고 복잡하고 말도안되고 이해불가한 스토리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아이고. 재미있을 수 있는 당연한 것을 또 지루하게 말해버렸네.

2 comments:

  1. 우리네 사는 것과 많이 닮았죠? 안 지루했습니다. ^^

    ReplyDelete
    Replies
    1. 워낙에 조용한 블로그이다 보니 가끔 이렇게 댓글이 달리면 뭘 잘못하다 들킨것처럼 화들짝 놀랍니다;;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