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모르게 하고 따뜻한 지중해 어디쯤 볕좋은 해변에 가서 다리를 쭉뻗고 누워있고 싶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바람이 애꿎은 토요일 오전을 당황스럽게 했다. 책을 좀 보다가 에잇, 그려버리지 뭐, 해서 책을 엎어놓고 뚝딱 그려버리니 공격적인 바람은 좀 잠잠해졌다. 그린 것을 세로로 찍어서, 지금껏 본인이 그린 모든 그림이 일관성있게 초등학교 5학년이 그린 것 같다고 하시는 엄마에게 카카오로 보내드렸다:
본인: 딸작품
엄마: 이게또뭐야
본인: 옆으로봐야돼. 진짜모르면섭섭해
엄마: 바다풍경같은데잘했어
본인: (눈 대신 하트 박힌 이모티콘)
엄마: 이게뭐야무서운얼굴같애
본인: 눈이하트로변했잖아 좋아서
엄마: 안경을안끼면안보여
본인: (방긋 웃는 이모티콘) 착한얼굴
*
마지막이라는 형용사가 달린 꽃다발을 한아름 받았다. 그러게 꽃 받는것을 어지간히도 좋아했더랬다. 그런 것은 어디안가지싶다.
겹겹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장미들에게 붙여주기에는 좀 소박한 미색이긴 하지만 마침 떠오르는 예이츠의 시 하나를 달아준다.
He Wishes for the Cloth of Heaven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 W. B. Yeats
그림 때문인지 책 때문인지 시 때문인지 꽃 때문인지 음악 때문인지 모르게 마음이 좀 어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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