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2012

On Beauty of A Flower



보고 보고 자꾸봐도 지루하거나 질리거나 당연해지지 않고 신기해 죽겠다. 연분홍이라고 써있는 물감을 꾹 짜내어 아무리 기가막히게 예술적으로 표현한다해도 이를 수 없는 경지이다. 자세히 보면 어느 한 부분도 완전히 분홍인 곳이 없다. 이런 것을 흉내나 내는 물감은 가짜일 수밖에 없다. 서두르지 않는,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향은, 뿌리면 날아가고 뿌리면 날아가고 하는 그 어떤 고급 향수와도 비교가 되지를 않는다. 만져보면 그 어떤 그로테스크하게 곡선이 확실한 섹시한 여자의 얇은 속옷보다 부드럽고 황홀하다. 게다가 이건 볼 때마다 조금씩 변해 있어서, 그 때마다 곧 급박하게 다가올 죽음을 상기시키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더 아름답게, 충분히 바라봐줘야겠는 사명감마저 들게한다. 저 가운데 숨어있는 마지막 한 겹을 보여줄 때까지 살아만 준다면! 하게 되는것이다. 

본인은 이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척 하면서 곁눈질로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애가 말이 없어 눈이 더 간다.) 연신 코를 박고 킁킁대거나 하면서 같은 쪽을 수십번 읽고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으로 콕 고꾸라져 있었다. 있을 수 없는 것인데 어쨌거나 실제로 있는 아름다움에 머리끝까지 취했다고 할 수 있겠다. 분명히 같은 디자이너에게서 나온 작품일텐데 본인도 좀 샅샅이 뒤져보면 요렇게 예쁜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은 원래 좋은 것인데 자연스러워서 더 좋다.

BGM: Remember Me as a Time of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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