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2011

Monsoon

Etretat in the Rain
Claude Monet



지난달 Club Volume에 Stéphane Pompounac이 온다는 것을
다이어리에 마크할 때부터 이미 나는 
거기 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주 전쯤 홍대에 또 멋진 DJ가 오니 같이 가자는 제안에,

나는 밭에다 녹색야채나 심고 
그것들이 자라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다가
적당한 때 샌드위치나 만들어 먹고 싶다

고 너무 아무것도 거르지 않고 
당시 생각하고 있던것을 그저 읊어버려
상대를 조금 당황하게 했던 것 같다.


클럽. 뭐 기분따라 갈수도 안갈수도 있지만
더구나 이런 날씨에
밑에 음악 정도면 충분하다.


특히 트랙 1번하고 2번은 
몇년동안 닳도록 들어온 곡이지만
이맘 때쯤은 더 집중적으로 닳아지는,
 그래도 계속 좋은 곡들이다. 


1. Przyplyw, Odplyw, Oddech Czasu - Anna Maria Jopek
2. Menina Da Lua - Maria Rita
3. L'ingenere - Giovanni Mirabassi
4. Blue Alert - Madeleine Peyroux
5. Silent Way - Wolfgang Haffner
6. Elevation of Love - Esbjorn Svensson
7. Milonga Sin Palabras - Gidon Kremer
8. Never Let Me Go - Keith Jarrett
9. Once In A While - Madeleine Peyroux
10. Rainy Days and Mondays - Pat Metheny
11. Hymn - Lars Danielsson







No Feeling is Final

Portrait of Rainer Maria Rilke
Paula Modersohn-Becker



Let everything happen to you: beauty and terror.
Just keep going. No feeling is final.

- Rilke




...그렇게 내 이야기가 다 전달됐고
내 삶 전체를 드러났다고 판단돼도 무방하다.
내 말이 입에서 떨어져 당신의 고막을 울리고
이 글이 내 손끝에서 떨어져 스크린에 박히는 순간
나는 이미 또 조금 변해있고 
비워진 것이 채워져있다.


당신의 판단을 교묘하게 피해다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코 거만하지 않은 미소로 
그것들을 투명하게 통과해버리는 것 같은 것이다.
'겨우 그거냐'
하는 조소들을
'응 겨우 그거야. 지금 알았삼?'
으로 가볍에 웃으며 넘길 수 있을만큼
나는 나의 한계와 약함을 이미 철저히 인정해버렸다.
그렇게 더이상 숨기고 감출 것이 없을 때 오히려 얻어지는

밝고,

강하지만,

부드러운

자유, 화해, 그리고 평안이 있다.




의심과 불안, 고통을 
백퍼센트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다하더라도
그 어느날 정오의 햇살 아래서
나 역시 
기꺼이 사랑하는 쪽을 선택하겠다.







How to Draw Penguins













by Oliver Jeffers





으앙
기여어. 
기여어. 
기여어.




Fragments





오늘 꼭 지켜야 할 일이 있다.
10시가 되기전 침대에 눕는것이다.
원래 베게에 머리만 대면 꿈도 보이지 않는 먼나라로 가는게 보통인데
지난주말부터 눈을 감고 누워도 계속 '너안자니 너안자니' 라고 
너무나 지겹게 멀쩡히 움직이는 의식을 한참동안 응시하다 간신히 설잠에 자는가하면
그나마 그것도 중간에 깨고 그러는 바람에
오늘즈음 상태는 눈이 거의 뒤통수에 가있는 것처럼 푹 들어가버렸다.
다크써클에 왠만하면 관대한 편이나 
다크얼굴이 되어버렸다.

도저히 내일 새벽에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도
너는 어떻게든 일어나서 가게 될테니
자고 일어나면
또 내일 하루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줄 
밝은 자유가 내 안에 생겨나기를.



지금 이 시점에서
Pat Metheny의 솔로앨범  What's It All About이야기를 하면
그 자체가 
말하려는 내용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런것은 두렵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So, what's it all about?
Life, maybe. 
Or love. 
Or loneliness.


One thing I do know for sure is
that this album has something to do with 
"Dialogues" and "Fragments".







편지야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는데.
라고 나는 생각한다.











6.28.2011

Books and Films

Couch on the Porch
Frederick Childe Hassam


저 여자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저렇게 카우치에 반쯤 누워 
딱 저정도 그늘 밑에 
딱 저정도로 여기저기 새어나오는 햇살을 맞으며
어제고 오늘이고 내일이고
책이나 읽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Really, though, I will read anything at any time. 
If there's nothing else available I will read airplane shopping magazines.
You find out some pretty interesting things in there, actually.
You think: "Somebody invented this. They actually sat in a room and invented it. 
And then they went out and raised the money 
and they manufactured it 
and now it's in the airplane shopping magazine."
Boggles the mind.



라고 얼마전 Atlantic지에서 
Margaret Atwood가 그러는 것을 읽었을 때
요전날 내가 그 양도 얼마 안되는 요구르트를 야금야금 마시면서
그 쪼만한 병에 뭐라고 써있는지 빤히 읽어보던 것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


이번 달은 단편 소설도 몇개 들어 있어서 그런지
유독 많이 읽은 듯 하다.
그만큼 다른때보다도 
더 오래 더 많이
혼자있었다는 얘기다.


Books read in June:

Essais by Montaigne
The Horse and His Boy by C. S. Lewis
Rich in Russia/ Bech in Rumania by John Updike
The Expelled/ First Love by Samuel Bekett
Rois 2
East of Eden by John Steinbeck
Lullaby by Le Clézio
Him with His Foot in His Mouth by Saul Bellow
Celui qui n'avait jamais vu la mer by Le Clézio
Leçons Particulières by Hélène Grimaud



Films watched in June:

The Way They Were (1973)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2008)
文學少女 (2010)
Suburban Girl (2007)
めがね (2007)










아 
책읽는 것을 안좋아했으면 어떡할 뻔했는가
피아노를 안쳤더라면 어떡할 뻔했는가
그림보는 것을, 음악 듣는 것을,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어떡할 뻔했는가
무슨 수로 이 시간들을 
혼자 다 채우겠는가 말이다.

(사실 '어떡할 뻔했는가'와 '채우겠는가'는
단순한 인과관계일 수도 있지만서도) 



그래서,


어제고 오늘이고 내일이고
저 그림 속의 여자처럼 드러누워 
적당히 햇빛이나 바람이나 초록내음이나 맞고
책이나 읽고 있으면 행복할까?


아니면 이렇게 인텐스하게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하다가
제풀에 못이겨
혹은 다 헛것인걸 알고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터벅터벅 걸어 나와
 다시 주변을 두리번하게 될 것인가.
그때가 되면
지금 여자 친구와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나와 살겠다는
웃기는 그 친구와 진지한 대화를 시도해보겠는가.
그 친구를 1년 underbid하겠다는 
다른 이의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진지하게 해석하고 싶어지겠는가.



둘 이상이 함께 쌓아 올리는 
어떤 세계를 다시 시도하게 될 때까지
무너질까 두려움없이 
그 곳에 다시 열의와 성의를 붓게되기까지
나는 
여기 계속 존재하고 있을까.



언제나, 무엇이나 그렇듯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6.27.2011

Hélène Grimaud

내가 꽤나 많이 집착하는 사람.


Arvo Pärt's Credo




With the Berliner Philharmoniker





Rachmaninoff.
Conductor: Claudio Abbado





Portraits of Passions
특이 이것에 이어진 나머지 네개의 클립들까지 다 보고 나면
평상시 내 허멀건한 의식 상태보다
열 세배쯤 더 인텐스한 주의와 집중력을 주는 효과가 있다.
그녀의 연주 뿐만 아니라 그녀가 하는 생각과 말들이.
그만큼 내겐 의미와 가치가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의 경계를 넘어서
끝없이 갈망되어지는 어떤 실재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을 위한 도구로
음악뿐만 아니라 글, 말, 생활 양식 역시 탁월하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




6.26.2011

A Ribbon






삼십여년간 
부던히 몸만 왔다갔다한 것 같은 교회인데,
나같은 사람들 때문에 
크리스천이라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 전체에 대한 의심과 야유와 불신이
더하면 더해지지 덜해지지 않을거라는
괜한 죄책감을 아직도 완전히 떨쳐버리지도 못했는데,
어느날 보니 이렇게 
커다란 핑크색 리본을 목에 달고
성가대회라는 것에 나가
열심히 무릎을 굽혀가며 
엄한 율동도 하고 찬양도 불렀다.
익숙한 피아노 반주자 자리도 아니고.
원래 음색도 아닌 알토 자리에서.

내가 언제 또 이런것을 달아보랴 싶어
기록용으로 남겼는데
머리카락에 가려 큰 리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근 한달 반동안 일요일마다 연습을 했더랬다.
오늘 
치열한 경쟁끝에
역시 우리 팀이 일등을 했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끼얏호를 외치며
옆에 앉은 아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런 것.
낯설다.


그렇지만 또.
낯설지 않다.



리본이 대수냐.




아니라면
뭐가 대수인지 기억할 일이다.



  

6.25.2011

La Vanité

Rainy Late Afternoon
Frederick Childe Hassam




아놔. 진짜. 이 여자.

조용하고 험블하게 보내는가 싶더니
저녁때 잠깐 요앞에 나간다면서
그 새를 못참고
잔뜩 호사를 부리고 돌아오네.

고무장화는 신어가지고.
겁도 없이.





La Mer

by Brian Ferry


어제 퇴근 무렵
무려 두군데에서의 유혹적인 제안을 마다하고
동네에 와서
엄지 손가락을 자주색으로 칠했다.
장을 보고
집에와서 고기를 구었다.
때아닌 샴페인과 같이 일본 영화 '안경(めがね)'을 보았다.
마침 어제는 Le Clézio의
Celui qui n'avait jamais vu la mer
를 읽었더랬다.
바다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David라는 조용한 아이가
어느날아침 학교에 나타나지 않고 바닷가로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David는 글 속으로도 사라져 어느샌가
'그'라는 대명사도 나오지 않게 되고
대명사 'nous'로 우리 얘기를 하고 있게 되는 그런 책이다.
어쩌다보니 집어드는 것들이 바다와 관련된 것들이다.
여튼 영화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할머니가 냄비의 팥이 다 익을때까지
그 앞에서 숙연히 기다리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가스렌지 불을 끄고
'중요한 것은 조급해지지 않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장면과
다섯 인물이 각자 널찍히 떨어져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하는 중
한 청년이 난데없이 독일어로 이런 시를 읊는 장면이 특히 그러했다:



Mir ist bewusst was Freiheit bedeutet
Folge dem Wege geradeaus,
meide die Tiefen des Meeres,
doch hab ich solch Wort hinter mir gelassen.
Der Mond scheinet auf jedem Wege,
wie die in der Dunkelheit wie Diamanten schwimmenden Fische;
heiß wie durch Zufall Mensch - und hier bin ich.
Was hatte ich zu befürchten,
mit was zu kämpfen,
bald ist es Zeit die Lasten zu legen.
Erteile mir noch mehr Kraft,
Kraft zur Liebe.
Mir ist bewusst was Freiheit bedeutet,
mir ist bewusst was Freiheit bedeutet.


Peter Härtling




길을 똑바로 걸어라.
깊은 바다에는 다가가지 말도록
따위의 그런 당신 말은 팽개치고 왔다.
달빛은 어느 길에나 쏟아진다.
어둠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보석과 같다.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우며 이곳에 있는 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무엇과 싸워왔는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짐을 내려 놓을 즈음
좀 더 힘을
부드러워 질 수 있는 힘을.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저기 'durch Zufall'라는 부분만 빼면 
더 좋겠다.


일본 특유의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영화나 책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예의 바름.
조용한 정갈함.
개인 세계의 동떨어짐.
같은 데에서 오는 어떤 미적 요소를 생각하다가
문득 얼마전 일본에서 지내다온 A와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A는 그때 그들의 속을 당최 알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더랬다.
그들이 자기의 티셔츠를 칭찬할 때면
'바지가 뭐 그따위냐'라고 말하고 있는거라고.
어떨 때는 바지인지 구두인지 헤어스타일인지 알 수 없게
너무 멀리까지 빙빙 돌려 얘기하는 것을 따라가는게
지친다고.



좋은 사람, 좋은 여자
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여자는 최근
'왠만하면 짝발로 서있지 않기'와
'집중하지 않는 중엔 ㄴ자로 누워 앉거나 다리 꼬지 않기'
를 연습중이다.
(지금은 당연히 다리를 꼬고 있다.
어떤 사소한 문장이라도 말이 되게 문자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어떤 다른 일보다 더 많은 주의와 집중이 요구된다.)
어떤 인상을 만들어내고 싶다기 보다는
다소 인위적인 신체적인 자세가
원하는 특정 정신적 모드를 효과적으로 시동걸어주는
그런게 있기 때문이다.



음. 오늘은 또
끝내긴 무리인 책과
시작하면 좋을 책과
다듬어야 할 문서와
정리할 지난주 일기와
사면 좋을 티셔츠 하나와
탐닉하게 될 악보와
요리되길 기다리는 재료들과
어제 마시다 만 샴페인,
물어보고 구해질 기도제목들과
그밖에 이러저러하게 채워질 시간과
그닥 중요하지 않으면 좋을 공간이 있다.







6.23.2011

A Thought

Summer Evening
Frederick Childe Hassam



A thought went up my mind to-day
That I have had before,
But did not finish, - some way back,
I could not fix the year,


Nor where it went, nor why it came
The second time to me,
Nor definitely what it was,
Have I the art to say.


But somewhere in my soul, I know
I've met the thing before;
It just reminded me -- 't was all --
And came my way no more.




Emily Dickinson




7:46 am



it's not about task or time.
it's about desire and awareness.


오늘 아침 회사 맞은편 빵집.
버스 안에서 아이폰으로 Psalm13을
읽고 곱씹어 생각하고 노트를 하고 
소리없이 입술을 움직여 천천히 다시 읽고 계시던 
백발의 외국인 할아버지와
이른 아침 갓구운 고소한 빵냄새가 
왠지 잘 지워지지 않아
하루종일 마음이 어떻게 참 좋았다.
비는 주룩주룩 내려도.




It is What it is



























Charts by Ben Greenman

6.21.2011

Elements d'édition




















H와 A와 A의 오랜 친구 Claire Xuan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Claire는 Seoul Book Fair와 한국의 어떤 갤러리로부터 초청받아 오게 된 베트남계 프랑스인 아티스트이다. 삼청동 즈음에 곧 프랑스서적전문 북까페를 열까말까 고민중인 A에 따르면 지난주 책 박람회에서 그녀의 책이 솔드 아웃될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를 콜하고 있어 어느 한나라에 장기간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볼맨소리를 하는 그녀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최선의 도구로 표현해낼 줄 아는 아티스트일뿐만 아니라 강인한 인간이자 겉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구상중이라는 다음 tea 프로젝트를 위해 오설록과 출판단지를 추천했는데 안그래도 내일 제주에 있는 오설록에 간댄다.

여러 분야에 대해 조금씩 알고 음미할 줄 아는 것은 인생을 여러모로 즐기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요즘 들어 자꾸 드는 생각은 뛰어나게 잘하는 분야가 적어도 한가지는 있어야 두발을 제대로 땅에 딛고 설 수 있는 건가.. 싶다. 다들 어디계시다가 요즘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나셔서 나를 이렇게 당황스럽게 하시는 건지. 나 이제 서른하난데. 어쩌라고.
어찌됐든
나같은 은둔자가 이런 마당발 행세하는 거 좀 웃기다.

6.18.2011

Le Ciel






















이것은 어제 아침의 하늘이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드라마틱한 하늘 밑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눈을 깜빡이고 숨을 쉬고 걸어다녔음이다.
아무 느낌없는 하찮은 일과들을 마쳤음이다.

Vendredi Nuit


























어젯밤에는 의도한것과는 다르게 좀 거칠게 놀은 편이다.
새벽 한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갔으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몇시간이고 지속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나누는 것. 어떻게 왜 다른건지 들추어보는것. 많은 질문이 오고가고 답하는 것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것. "내가 이런 사람이다. 완전 괜찮지" 내지는 "내가 항상 옳다"라고 미리 핀을 박아놓아 무슨 말을 하든 그 끝이 어디에 이르는지 너무나 뻔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대화가 오고감에, 던져진 다른 생각과 느낌들이 때론 거칠게 때론 상투적으로 때론 미묘하게 만나는 것에 즐거워하고 그것이 어디로 이르는지를 같이 궁금해하는 것. 좋다. 대충 어제 6시부터 10시 반까지의 대화가 그러했는가 하면
그 다음으로 집 근처에와 펼쳐진 대화는 좀 다른 성격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이미 상대방을 공격한 것처럼 되어버려, 표현된 느낌과 생각이 충돌할 때마다 설명아닌 변명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그런것.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마치 나의 whole being이 정의되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이 이미 깔끔하게 레이블을 달아 정리해놓은 서랍 속에 너무나 편리하게 핀으로 박아져 분리되고 있는 것. 그런 판단이 자칫 성급한 것일 수도 오해일 수도 있다고 반박하기도 싫은 피로함. 이해하려는 의지가 결여된 판단의 연속은 결국, 나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그런 피곤과 지루함, 끊임없이 political correctness를 의식해야 하는 데서 쓸데가리없는 긴장만 만들어낼 뿐인것 같은데 말이다.

여튼 토요일 아침.
옆 건물 커피빈에 책 몇개를 들고 나와있다.
평일이면 가장 그립고 기다리게 되는 시공간이 지금 여기다.
앞으로 거의 손님이 없을 3-4시간 동안
죄책감을 내려놓고
그 조용하고 부드러운 휴식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태세다.

6.16.2011

A Pleasure

Love's Ambush
William H. Lipincott



















계속 뇌리에 박혀있는 한 기사를 링크달아 이메일을 보냈다.
기사에 대한 겨우 두 줄 정도의 리뷰와 함께 돌아온 답장에
단숨에 무표정으로 커버하기엔 어려울만큼
입꼬리가 올라갈만큼 올라간 다음에야 입꼬리가 올라갔구나 알았다.
그래가지고
누군가와 함께 같은 것을 좋아하는 것,
그것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으로부터의 기쁨을 기억해냈다.
And the post-its.
No one would be able to do what you did then. Ever.

6.15.2011

Excellence


photo by Brian Ferry


















얼마전 꼬마랑 같이 읽었던
The Absolutely True Diary of A Part-Time Indian
에서 어떤 농구 코치가 그런다.

The quality of a man's life is in direct proportion to his commitment to excellence, regardless of his chosen field of endeavor.


얼마전 뉴욕 타임즈에서 읽은 "It's Not About You" 라는 기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부분이 있었다.

It's excellence, not happiness, that we admire most.


지난주 회사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한 어떤 excellence의 잔향이
지금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럴 듯한 말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건 위 기사의 결론처럼
- The purpose in life is not to find yourself. It's to lose yourslef -
자기발견 대신 오히려 일하는 도중 잃어버려서?
잃어버릴만큼 일해서?

아 어려워어려워.
얘는 의심도 많은 것이,
뭐가 나온다고 자꾸 집요하게 자기를 들여다봐서.

Le Bistro

Le Bistro
Edward Hopper























이것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중에서도
특히나 좋아하는 것이다.
전에 쓰던 홈피에서도 이것을 아끼다가  어느날
이 그림 밑에 뭐라고뭐라고 쓰고
"더이상 슬프지않으리오"
비슷하게 붙였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아직 오지 않는 머언 날이다.
생각나서 또 꺼내보았다.

6.14.2011

On Being Loved




















사랑받고 싶어서
어떻게든 사랑스러워지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것은
어떤 다른 위험과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사랑을 달라고 칭얼대는 것보다
애초에 그런 관심이나 주목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자신을 길들이는 것이 더 유익하다. 이 여자는.
그런 아이디어를 날마다 일부러 연습하지 않아도
그런태도가 자연스러워질때까지.
그래가지고
갖지 못할까봐 안달이 나는 것이나
거절당할까봐 두려운 것이나
기대에 못미칠까 긴장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움이 있다.
스스로를 놀리는 동시에도 꽤 떳떳할 수있는 조용한 여유가 있다.
당연해보이던 것들이 범상치 않아지니 별게 다 감사해지는 감각들이 있다.
게다가
어차피 처음부터 사랑은 자격이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었으니
이것은 일종의 매우 희망적인 포기이다.

6.13.2011

Beware of Default-Settings




















The really important kind of freedom involves attention, and awareness, and discipline, and effort, and being able truly to care about other people and to sacrifice for them, over and over, in myriad petty little unsexy ways, every day.  - David Foster Wallace

링크달아놓은 이 글을 내가
한개만큼 좋아하든 백개만큼 좋아하든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마는.
그랬다. 내가 쓴 글이기를 바랬다.
내가 짚고 짚고 또 짚어도
오후 세네시만 되면 어느새 스르르 녹아버리고 없는 생각들이
부인할 수 없는 활자로 이렇게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생각과 마음이 맞아 동하기에 정도가 있다면
그 정도를 어떻게든 표현해 낼 재간을 찾아낼터이다.
오리지널에 해가 되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이를테면 요한계시록의 "Holy, holy, holy"처럼
위 글 전문을 다 카피해서 여기에 백번 정도 똑같은 포스트를 올리는 것으로. 볼드체로.
어떤 부분은 이탤릭체로.  그런 구차하고 궁상맞은 시도를 할테다.
라는 생각은 삐뚤빼뚤 엉성한 '상식'의 체에 걸러져
그나마 그중에서도 더 반짝 빛나는 부분을 찾아 세문장이라도 갖다 붙여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허사다. 컨텍스트를 염두해서라기보다는 한문장 한문장이 컨텍스트 없이도
어느 상황에서나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다 맛깔나는 여러가지 맛이라 어느 몇개를 추리는 능력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하기가 울고싶을만큼 아쉽다.
여기에 이 링크를 달고 안달고가 또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마는. 그렇다.
아직 모르거나 지금 알고 싶지 않거나 알면서 정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 아무말 안하고 있는 것보다 비굴하게나마 손짓발짓으로 이것저것 아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이 더 쉽다. 쉬이 쉬운 것을 선택하는 이 default 모드가 당분한 한 일주일이라도
이 글로 바뀌었으면 한다.
일주일이라도, 아니 하루라도 버젓이 이 글을
살고 싶다.

라고 쓰고나니,
또 바시시 떨고 있는 다른 더듬이가 있으니 이것은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삶의 한절이라도 그분을 닮길 원하네. 사랑, 그 높은 길로 가기 원하네"라는 거칠고 다소 추상적이지만 정직한 가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 성가시구나.
이것을 말하면 다른 언급하지 않은 것은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다면서. 증명할 것 없다면서. 뭘. 아 몰라. 성가신게 심해지면 언젠가는 입을 닫고 있는게 더 쉬워지겠지.
그러면서 또 그런 default-setting에 잠식당하는 이 여자.

6.12.2011

Donc,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토요일이
이렇게 지나가야 하겠습니까.

The Unchangeable

Room in Brooklyn
Edward Hopper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변하는 것들에
이렇게 아쉽고 뒤돌아 볼리가 없다.

6.05.2011

Keith Jarrett Concert




















(끙. 이런것도 똑바로 못찍고응.)

나도 Keith Jarrett 공연에 가봤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하
보통 솔로 콘서트는 지루할 거라는 편견에 더하여
설마 Köln concert같은 퀄리티랴 싶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어떤 말을 갖다 빗대어도 경박하다싶을 정도로 훌륭한 공연이었다.
'훌륭한'이 경박하다.
적당한 말을 찾는 것은 힘들지만
말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더 힘들기 때문에
그냥 대충 적당하지 않은 말이라도 해놓고 보자는 정신은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도 없고
누구에게 어떠한 인상을 줄 필요도 없다면서
이런 기록들은 무슨 꿍꿍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알게될때까지 이것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나 좀 보자한다.
여튼
그의 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한 손가락 끝에서
세상과 만나 만들어진 것은
꼭대기 객석까지 꽉채운 3천여명의 마음을 동시에 동하게 하는
어마하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임프로비제이션이라
전에는 존재한적이 없었고
연주시간 동안 계속 세상에 '처음이고 있는 상태'라는 데에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자유로워보였다.
그 자유로움의 정도가 놀랍고 부러웠다.
나의 경우 피아노 앞에서
자유로움 보다는 원하는 대로 표현되지 않는 좌절감이 더 잦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듯이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에 부응하여
이 까다롭기로 자자한 분은 무려 40분가까이 앙코르 연주를 해주셨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일단 피아노 의자에 앉긴 앉았는데 무엇을 연주하나 약간 생각하는 듯한 연주자에게
어떤 남자 관객 하나가 크게 "알러뷰!"라고 소리쳐
관객들과 이 60대 중반이 넘은 연주자는 한 2-3 초간 나지막히 껄껄댔는데
순간 눈썹이 올라갔다 내려오고 고개가 살짝 뒤로 젖혔을법한 이 연주자는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라는 듯이 드라마틱하게
"I love you, Porgy"를 연주해주었다.
연주가 완전히 끝난 뒤에도 객석을 떠날 줄을 모르고
뭐 그냥, 어쩔줄을 몰라하는 관객들에게
그가 유일하게 남긴 한마디,
"Thank you. Thank you for waiting so long."
마저도 poetic했다.


그렇지만 나는 감동을 받으면서도
이것 역시 Plato의 동굴 뒷 벽면에 비친 그림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흠이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이 저곳에 있다고 신호해주는 이곳에 있는 그림자.
음. 소리였으니
어떤 흠이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이 150억년 쯤 뒤 닳고 닳은 메아리로 들리는 것 쯤?
그러면 그 완벽한 아름다움은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아아 상상만해도 어지러워.
여튼 희망적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귀로 들었으니
어느날 갑자기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고 맛을 보고 몸을 부대낄 수 있을 거라는 것이.
어느날 갑자기
이 모든것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이.

The Value of College




















"why did we have to read this book?"에 대해
뻔하고 가볍지 않게 대답해보고자한 어떤 시도.


... picking out the most intelligent person is difficult, because intelligence involves many attributes that can't be captured in a one-time assessment, like an I.Q. test. There is no intellectual equivalent of the hundred-yard dash. An intelligent person is open-minded, an outside-the-box thinker, an effective communicator, is prudent, self-critical, consistent, and so on. These are not qualities readily subject to measurement.


위 기사 역시
얼마전 montainge의 essais를 읽으면서
또 때마침 the marketplace of ideas에서의 그에 대한 대화를 들으면서
공감했던 것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does honesty make one less opinionated?

John Piper & Rick Warren




















John Piper Interviews Rick Warren on Doctrine

well, finally.

yes, the pride issue is so subtle.
and i totally relate to where c. s. lewis says "it's like fighting the hydra".

During my afternoon "meditations," - which I at least attempt quite regularly now - I have found out ludicrous and terrible things about my own character. Sitting by, watching the rising thoughts to break their necks as they pop up, one learns to know the sort of thoughts that do come. And, will you believe it, one out of every three is a thought of self-admiration: when everything else fails, having had its neck broken, up comes the thought "What an admirable fellow I am to have broken their necks!" I catch myself posturing before the mirror, so to speak, all day long. I pretend I am carefully thinking out what to say to the next pupil (for his good, of course) and then suddenly realise I am really thinking how frightfully clever I'm going to be and how he will admire me... And then when you force yourself to stop it, you admire yourself for doing that. It is like fighting the hydra... There seems to be no end to it. Depth under depth of self-love and self-admiration.

from The Narnian by Alan Jacobs

On the Verge

George F. Watts


























Live with intention.
Walk to the edge.
Listen hard.
Practice wellness.
Play with abandon.
Laugh.
Choose with no regret.
Appreciate your friends.
Continue to learn.
Do what you love.
Live as if this is all there is.

- Mary Anne Radmacher

and always remember it's not about you.
keep asking whose intention it is.
또 시니컬해지려다 말았다.
최근 흥미로운 경험을 했는데 말이다.
정신줄을 잡고 있는게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팽팽하게 긴장된 이 줄이 이것보다 더 얇아질 수는 없을 것 같았기에
이런 상태로 15시간만 더 있으면 분명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는데
더 느슨해지지도 않는데도
며칠이고 며칠이고 잘만 가더라
마침내 내가 의지대로 그것을 놓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멀쩡히 살아지더라. somehow you don't get to lose your mind even if you want to.
정신줄을 잡는 것도 놓(아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니다.
잡는 것도 놓는 것도 아닌 뭔가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 수 있겠다.
또다시, 있는 것을 다 뭐라고뭐라고 가리키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

The Chains




















It's hard to free fools from the chains they revere.
- Voltaire

어제 흥미로운 전화를 하나 받았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여자친구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는데
뭐라고 해야 되느냐고.
하하 뭐라해야할까.
하하 꼭 뭐라고 해야돼?

Simplicity


photos by Brian Ferry

































Life is like Art. You have to work hard to keep it simple and still have meaning.

- Charles de Lint


there's nothing simple about simplicity. it's hard work, indeed.

Books and Films





















Books read in May:

The Pleasures and Sorrows of Work by Alain de Botton
Desiring God by John Piper
The Heart is a Lonely Hunter by Carson McCullers
Jean de Florette by Marcel Pagnon
A Writer's Diary by Virginia Woolf

Films watched in May:

No Strings Attached
Flowers
Copie Conforme
In a Better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