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2011
Keith Jarrett Concert
(끙. 이런것도 똑바로 못찍고응.)
나도 Keith Jarrett 공연에 가봤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하
보통 솔로 콘서트는 지루할 거라는 편견에 더하여
설마 Köln concert같은 퀄리티랴 싶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어떤 말을 갖다 빗대어도 경박하다싶을 정도로 훌륭한 공연이었다.
'훌륭한'이 경박하다.
적당한 말을 찾는 것은 힘들지만
말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더 힘들기 때문에
그냥 대충 적당하지 않은 말이라도 해놓고 보자는 정신은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도 없고
누구에게 어떠한 인상을 줄 필요도 없다면서
이런 기록들은 무슨 꿍꿍이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알게될때까지 이것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나 좀 보자한다.
여튼
그의 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한 손가락 끝에서
세상과 만나 만들어진 것은
꼭대기 객석까지 꽉채운 3천여명의 마음을 동시에 동하게 하는
어마하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임프로비제이션이라
전에는 존재한적이 없었고
연주시간 동안 계속 세상에 '처음이고 있는 상태'라는 데에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자유로워보였다.
그 자유로움의 정도가 놀랍고 부러웠다.
나의 경우 피아노 앞에서
자유로움 보다는 원하는 대로 표현되지 않는 좌절감이 더 잦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듯이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에 부응하여
이 까다롭기로 자자한 분은 무려 40분가까이 앙코르 연주를 해주셨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일단 피아노 의자에 앉긴 앉았는데 무엇을 연주하나 약간 생각하는 듯한 연주자에게
어떤 남자 관객 하나가 크게 "알러뷰!"라고 소리쳐
관객들과 이 60대 중반이 넘은 연주자는 한 2-3 초간 나지막히 껄껄댔는데
순간 눈썹이 올라갔다 내려오고 고개가 살짝 뒤로 젖혔을법한 이 연주자는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라는 듯이 드라마틱하게
"I love you, Porgy"를 연주해주었다.
연주가 완전히 끝난 뒤에도 객석을 떠날 줄을 모르고
뭐 그냥, 어쩔줄을 몰라하는 관객들에게
그가 유일하게 남긴 한마디,
"Thank you. Thank you for waiting so long."
마저도 poetic했다.
그렇지만 나는 감동을 받으면서도
이것 역시 Plato의 동굴 뒷 벽면에 비친 그림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흠이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이 저곳에 있다고 신호해주는 이곳에 있는 그림자.
음. 소리였으니
어떤 흠이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이 150억년 쯤 뒤 닳고 닳은 메아리로 들리는 것 쯤?
그러면 그 완벽한 아름다움은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아아 상상만해도 어지러워.
여튼 희망적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귀로 들었으니
어느날 갑자기
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고 맛을 보고 몸을 부대낄 수 있을 거라는 것이.
어느날 갑자기
이 모든것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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