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2011

Adieu 2011



Books read in 2011:


1. When You Are Engulfed in Flames by David Sedaris
2. War and Peace by Tolstoy
3. Charlotte's Web by E. B White
4. Kira-Kira by Cynthia Kadohata
5. Life of Pi by Yann Martel
6. The Ambassadors by Henry James
7. The Lovely Bones by Alice Sebold
8. The Four Loves by C. S. Lewis
9. Brave New World by Aldous Huxley
10. Sons and Lovers by D. H. Lawrence 
11. The Magician's Nephew by C. S. Lewis 
12. The Giver by Lois Lowry 
13. The Confessions of St. Augustine
14. The Good Earth by Pearl S. Buck
15.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by C. S. Lewis
16. Bonjour Tristesse by Françoise Sagan
17. Atlas Shrugged by Ayn Rand
18. The Shack by William Paul Young
19. Room by Emma Donohgue
20. The Pleasures and Sorrows of Work by Alain de Botton
21. Desiring God by John Piper 
22. The Heart is a Lonely Hunter by Carson McCullers 
23. Jean de Florette by Marcel Pagnon 
24. A Writer's Diary by Virginia Woolf
25. Essais by Montaigne
26. The Horse and His Boy by C. S. Lewis
27. Rich in Russia/ Bech in Rumania by John Updike
28. The Expelled/ First Love by Samuel Bekett
29. Rois 2
30. East of Eden by John Steinbeck
31. Lullaby by Le Clézio
32. Him with His Foot in His Mouth by Saul Bellow
33. Celui qui n'avait jamais vu la mer by Le Clézio
34. Leçons Particulières by Hélène Grimaud
35. Feed by M. T. Anderson
36. Don't Waste Your Life by John Piper
37. A Tale of Two Cities by Charles Dickens
38. The Paris Review #106 & #107
39. SchweserNotes Book 1
40. Révolution by J. M. G. Le Clézio
41. SchweserNotes Book 2
42. In the Penal Colony by Franz Kafka
43. The Karamazov Brothers by Dostoevsky
44. The Rest Is Noise by Alex Ross
45. Prince Caspian by C. S. Lewis
46. What's So Amazing About Grace by Philip Yancey
47. Let the Great World Spin by Colum McCann
48. Tinkers by Paul Harding
49. Wolf Hall by Hilary Mantel
50. The Paris Review Interviews - Joan Didion, Saul Bellow
51. SchweserNotes Book 3
52. Thus Spoke Zarathustra by Friedrich Nietzsche
53. 人間失格 by Osamu Dazai (오유리 역)
54. 斜陽 by Osamu Dazai (오유리 역)
55. The Nicomachean Ethics by Aristotle
56.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by 설흔, 박현찬


Movies watched in 2011:


1. Despicable me
2. Date Night
3. The Secret Diaries of Miss Anne Lister
4. World's Greatest Dad
5. My Last Five Girlfriends
6. Nothing But the Truth
7. The Song of Sparrows
8. Tetro
9. Nowhere Boy
10. Please Give
11. Affinity
1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13. Room in Rome
14. The Secret Lives of Pippa Lee
15. Somewhere
16. Never Let Me Go
17. What Dream May Come
18. My One and Only
19. Rabbit Hole
20. Winter's Bone
21. The Last Station
22.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23. I am Love
24. The King's Speech
25. Fried Green Tomatoes 
26. Blue Valentine 
27. Conviction 
28. Prête-moi Ta Main (Revisited) 
29. Ils Se Marièrent et Eurent Beaucoup d'Enfants 
30. Hereafter
31. Norwegian Wood
32. Another Year
33. Matilda
34. Temple Grandin
35. The Flipped
36.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37. Of God and Men
38. No Strings Attached 
39. Flowers 
40. Copie Conforme 
41. In a Better World
42. The Way They Were (1973)
43.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2008)
44. 文學少女 (2010) 
45. Suburban Girl (2007)
46. めがね (2007)
47. Annie Hall (1977)
48.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8)
49. Life is Beautiful (1997; revisited)
50. Incendies (2010)
51. Coco Chanel & Igor Stravinsky
52. 3 (Drei)
53. Biutiful
54. A Separation
55. Tree of Life
56. Beginners 
57. Mary & Max
58. I wish
59. Le gamin au vélo
60. Le Havre (and revisited)
61.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올해 나는 논문을 마쳤고 졸업을 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랍시고 오전 8시반부터 오후 5시반 까지 평일에는 광화문 어느 빌딩 자리 한 켠을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매일 사람들을 마주치는 것에 제법 익숙해졌고
교회 안에서 소그룹 모임이란 것을 시도해보았다.
저런 책들과 저런 영화들을 보았다.
여전히 서로 충돌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고
여전히 의심이 넘쳐났으나 지나치게 시니컬해지지 않는 데에 주의했다.
스스로 망신스러울 때가 꽤 있었으며 몇몇의 실수들을 더했다.
그 전에는 치지 않았던 피아노 악보들을 더러 보았고
뒤늦게 유화 색칠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매일 한 번 즈음은 웃었던 것 같고 전년보다 덜 울었다.
하늘에 계신 그 분과의 관계는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를 번복했다.
그가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심으로.

성장이란 것을 했다면 얼마나 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life is to be continued... (not in the way I already know, I hope.)


2011년, 나의 서른 한 번째 해였다.

12.30.2011

Merci


그런 관심 고맙습니다. 그런것 오랜만이에요.

집에 들어와 꽃을 꽃병에 꽂으니 어떻게, 보기가 참 좋아요.




12.29.2011

He has heard...


by Zachary Kanin from The New Yorker


큭큭.


12.28.2011

A Hint of Warmth


우리의 관심의 대상은 각자 다르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향도 각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있는 안타까움과 기다림 같은 것이 있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왠지 내가 서있는 쪽으로 오는 것 같은 따스함이 더 당연하지 않고, 고맙고, 어쩔 줄을 모르겠는 그런 것도 있다. 

팀 회식이 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많이 웃다가 집에 들어올 때는 조용하게 들어왔다. 




12.26.2011

Thought For The Day

Maurice Utrillo

천하에서 가장 친밀한 벗으로는 곤궁할 때 사귄 벗이고, 우정의 깊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으로는 가난을 상의한 일을 꼽습니다. 아! 청운에 높이 오른 선비가 가난한 선비의 집을 수레 타고 찾은 일도 있고, 포의의 선비가 고관대작의 집을 소맷자락 끌며 드나든 일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듯 절실하게 벗을 찾아다니지만 마음 맞는 친구를 얻기는 어려우니,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벗이란 술잔을 건네며 도타운 정을 나누는 사람이나 손을 부여잡고 무릎을 가까이하여 앉은 자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벗이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나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벗이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벗에서 우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연수


오늘 읽은 책에서. 중심내용은 아니고, 지나가는 부분이었지만 수수하게 진심을 잘 드러낸 것이, 어쩌면 오늘이라서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지난 사흘간 많은 의미심장한 일이 있었다고 할 수도, 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어줍잖은 그림을 세 점 그렸고, 책을 한 권 읽었고, 사람을 만나 대화를 했고, 교회에 갔고, 피아노를 치고, 와인도 조금 마셨다. 그랬건만 사흘 째 휴일의 밤을 보내면서 드는 생각은, 이 휴일을 만족스럽게 보내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남녀간의 속삭임도, 흔들리는 촛불도, 은근한 디퓨저의 향기나, 보이는 것을 '생산'해내기 위해 색칠공부에 쏟아붓는 고집도 아니었던 듯 하다. 

아, 2011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그 숭고한 러브 스토리도 이번 성탄절에는 곱씹어 생각해보지 않았다.


12.23.2011

Ouch

Maurice Utrillo

냉소하는 것은 언제나 쉽다.
매사에 무거운 것도 경박할 수 있다.
긴장과 호들갑도 그렇지만 부르주아 시나락까먹는 소리도 전염성이 있는 것이다!

우헤헤. 이렇게 우스울 수가.
어디서부터 다시해야 되는거야 이거?


12.22.2011

hahaha

The Passage Cottin
Maurice Utirillo

하하하.
그만해요. 나는 이제 자기 연민 같은 것엔 속지 않는다니깐요.
독해지지 않는다,는 중요한 과제가 있으니 그런건 상관할 수 없어요.

소크라테스가 그랬다죠.
아는 것의 목적은 이것을 잘하고 저것에 능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는거라고.

12.21.2011

Kinfolk



a table shared by friends
simple, uncomplicated, and less contrived.



무슨무슨 건물을 상상하고, 이름도 거창한 사업 구상 같은 것을 하고, 우리끼리도 서로 잘 몰랐으면서, 어떻게, 얼마나 우리가 잘 알아주는 모임이 될지 같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바람이 잔뜩 들어가서 허세를 부리다가 어느 새 그렇게 얄짤없이 뿔뿔이 흩어졌나. 

그러게 테이블 위로 오가는 대화에, 나누는 음식, 목을 적시는 음료가 있으면 그만인 것을. 멋도 모르고.

오늘 잡담을 하다가 어느 순간, you can't find what you want to do by excluding what you don't want to do; life is too short for that, 라고 말해버렸는데, 거 말 되네, 했으면서 한편으로는, 그래도, 모르면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나아, 라고 몰래 자기 합리화. 쿡쿡.

12.20.2011

To Live




아아, 나 너무 헷갈리고 피곤해요.


12.19.2011

Non Merci

Flower Study
Pierre Auguste Renoir


어리숙함을 가장한 얼굴, 그러나 누구보다 교활한 처세술.
좀 아는 듯한 말투, 세련된 지식인으로 보이고 싶은 초조함일 뿐.
내가 바로 피해자, 라지만 줄서는 덴 항상 맨 앞줄.
베푸는 척. 밀어젖히는.


12.18.2011

Headache

Winter Sun Moret
Alfred Sisley

어제에 이어 오늘은 다자이의 <사양>을 다 읽고 그 참 일관성있는 허무주의에 맥이 탁 풀려있다 낮잠을 좀 자고 일어나 뭔가에 반항하는 태도로 저녁을 건강하게도 차려먹었다.
그런데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이럴 때 왠만큼은 차도를 주는 Bach의 Well-Tempered Clavier를 한동안 치고 앉아있어도 좀처럼 효과가 없고 귀까지 웅웅거린다.
억지로라도 일찍 잠을 청해야겠다. 나는 내일 건강하게 출근해야겠으므로.




12.17.2011

No Longer Human


번역글을 읽다보니 스스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어, 습니다, 체를 쓰게 됩니다. 어제 윤롯데는 주말 동안 자기가 먼저 읽고 나서 나한테 책을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 당장 읽고 싶었기 때문에 오전에 이매에서 볼일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서현에 들러 책을 사왔습니다.

볶음밥을 차려먹고 만족감을 느끼며 방해되지 않는 음악을 걸어두고 초콜릿을 한 손에 들고 침대에 올라가 누운것도 앉은 것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고 책을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인간실격>은 다 읽었습니다.  중간에 책을 옆에 뉘여두고  삼십분 정도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만.

전같으면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읽었을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책 속의 '요우'가 너무 이해가 되고 감정이입이 저절로 되지만서도, 그것 말고, 뭔가 다른 것, 다른 방법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안에는 뭔가 더 강하고 밝은 것이 자라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요우'가 꽤 좋아서 그에게까지 시니컬해지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가장 곤란한 상황에 있는 남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약한 척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토를 느끼지만 (또 그런 것에 대해서는 원하는 것 이상으로 눈치가 빠르고 의심이 많지만), 정말 약해서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보여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그게 아닌 줄 알았는데 인생은 희극인 것 같다고. 희극이긴 희극인데 좀 슬픈 코메디인 것 같다고. 기회가 되면 이것저것 끄집어 내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오늘 또 남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 어떤 부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테면 가끔 내가 내뱉는, 바보같다,라는 것 외에 달리 뭐라 형용할 길 없는 실언들이 왜 그렇게 나와서 나를 당황시키는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 나는, '무서운 일일수록 보고 싶다',가 아니라 무서우면 보지 않는, 안팎이 같은 사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그림의 포스터 물감같이 덩그러니 명확하고 단순해서 없는 것을 꾸미고 있는 것을 가리고 하는 일 없이 가만히 눈을 뜨고 닫고 하고 있는 것도 어떤 때는 좋겠다, 싶습니다.




Dazai Saying Hello To Me

illustrated by JH


안녕하세요 다자이. 반가워요. 이제야 인사를 해요. 
(Thank you, JH.)




12.15.2011

J'ai même essayé

Pierre Auguste Renoir

나름 오래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옮긴 발걸음이었는데 뜻밖이었다. 면접이라니. 설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려는 의도는 아니실테고. 뭐. 그렇다하더라도 이웃에게 내미는 손이 너무 많아서 그 중 가장 적절한 손을 골라야 한다는 것은 어쨌든 좋은 신호겠지.

일단 나부터가 순전히 이기적인 동기에서 시도했던 것이니까.

All That Jazz



간만에 국내 재즈연주자들의 공연을 보았다. 다소 엄한 환경과 설정과 관객들이었지만 순간의 빛은 아무리 클리쉐스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것을 포착하여 만끽하는 자에게 드러나니까... 앳된 얼굴의 드러머를 보면서 과연 그가 굴리는 한 번의 브러쉬질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진정성만큼이라도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의심했다.

그러는가 하면 공연 후 엉겁결에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연주자들 중 한 분 에게 으쓱해보이며 "저 *** (2000년도 즈음 연주자가 속해 있던, 국내 거의 유일했던 재즈계의 아이돌 그룹) 1집 2집 다 있어요." 했더니 옆에있던 분이 "이 사람 *** 싫어해요" 하신다. 괜히 말은 걸어가지고 나도 무안하고 아까 진정성 어쩌고도 무색하고.


12.13.2011

They Never Quite Shine

Still Life with Apples
Paul Cézanne

설거지를 하다가 어떤 생각 내지는 느낌이 계속 드는데 정확히 뭔지 몰라 그릇을 헹구는 것에 집중해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 여름에 읽으면서 밑줄을 주욱 그었던 한 문단이 생각났다:

When a child first catches adults out - when it first walks into his grave little head that adults do not have divine intelligence, that their judgments are not always wise, their thinking true, their sentences just - his world falls into panic desolation. The gods are fallen and all safety gone. And there is one sure thing about the fall of gods: they do not fall a little; they crash and shatter or sink deeply into green muck. It is a tedious job to build them up again; they never quite shine. And the child's world is never quite whole again. It is an aching kind of growing.

- John Steinbeck, East of Eden


무너진 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예우. 정말 슬프고 민감한 작업이다. 더군다나 아무리 해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 작업이므로 특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12.11.2011

Food for Thought



You make known to me the path of life; in your presence there is fullness of joy; at your right hand are pleasures forevermore. - Psalm 16:11

Precisely the least, the softest, lightest, a lizard's rustling, a breath, an instant, a moment's glance - a little makes for the best happiness. - Friedrich Nietzsche


Hmmm...

Haircut & Extra Activities

어젯밤 늦게 잠에 들면서 오늘은 오전 늦게까지 실컷 늑장을 부려야지 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참 융통성도 없는 몸뚱이를 구박하면서 일으켰다. 늑장을 부릴 수 있었더라면 이 놈은 당최 질서란 걸 모른다고 구박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튼을 열어젖히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은 "Perfect." 그러면서 스스로 좀 당황스러워하기. 

그냥 별 관심 없이 놔두니 치렁치렁해진 머리가 문득 청승맞고 지겨워져 싹둑 자르고 빠마를 했다. 고등학교 때 미장원 알바로 시작해서 십 몇년이 넘게 일했는데 아직 서른이 안 된, 얼굴은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 "언니"의 흥미로운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그럴 때에는 적절한 추임새와 맞장구가 중요하다. 

옆동네 어여쁜 마드모아젤과 만나 무슨 또 힙하고 핫하고 시크한 브런치 부띠끄라고 이름만 봐서는 한 쪽 입술이 올라가기 쉬운 곳에서 푸짐하게 늦은 점심을 들었다. 또 열심히 말하기 연습을 하며 마드모아젤에게 잘 어울리는 그림 액자를 선물했다. 주면서도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이 화가가 뜨면 마드모아젤은 내 덕분에 떼부자가 되겠지.



근처의 또 핫하고 힙하고 시크하고자 노력하는 하는 타르트 까페에 있다가 날이 어두워져 마드모아젤의 집에 가 놀이의 연장을 하기로 했다. 캔버스에 그림이나 그리면서 놀까라는 제안에 주저없이 동의했다. 그래가지고 이런 생산적인 놀이를 하는 이의 자세부터가 이미 꽤 실험적이다.


그림을 그리는가, 붓글씨를 쓰는가. 앉지도 서지도 않은 불안한 자세로 뭐라 하기 애매한 정신을 작품에 투영한다.


물감은 매니큐어요 캔버스는 손톱.

Meant to be Uncertain
Esther Ahn

... because the author herself doesn't know what this is supposed to mean, really.

한시간 남짓 이런 고된 노동이자 알찬 놀이를 하고 휴식(?)을 이용해 Pat Metheny Group의 The First Circle을 주의 깊게 듣자 또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마드모아젤이 이전에 영문도 모른채 붉은색으로 그라데이션을 해놓은 캔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She Doesn't Know What She Thinks
Esther Ahn



그라데이션 배경에 이런 우는지 웃는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모르겠는 미니멀한 인물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하겠다. 뭔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법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제목 역시 그럴 법하다. 그렇지만 그 제목은 그림과 상관없이 작가의 정신 상태를 보여주는 반전이 있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물감과 캔버스와 비빔국수를 제공해 준 마드모아젤에게 감사의 표시로 두고 나왔다. 주면서도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래가지고 나는 오늘 그녀에게 자그마치 두 개의 그림을 선물한 것이다. 두 개 모두 오리지널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12.09.2011

Why Should I?



왜 내가 그대들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왜 내가 그대들의 눈으로 편리하게 정리정돈 되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그대들에게 그것이 되던 말던 상관없이 이 사람은 이렇게 매시각 변하며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할때쯤 Flannery O'Connor가 오셨다: The truth does not change according to our ability to stomach it.

작년 말 스타벅스 프로모션 기간 동안 그 관심도 없는 토피넛 라떼와 페퍼민트 모카를 세번이나  마시면서까지 얻어냈던 2011년 다이어리에게 한 해 동안 참 충성한 편이지만, 작년보다 나이가 들고 그것의 배속으로 무거운 것에 더 민감해지니 미련 없이 지난달부터 모은 스티커를 누군가에게 쿨한척 건네주고 다시 Moleskine 2012를 손에 쥐게 되었다. 저런 미니멀한 삼색 스티커도 같이 들어있다는 것이 한 해동안 떠나있었던 몰스킨의 변화이다. 잘 변하셨어요.


12.08.2011

A Day of Winter

Farm Courtyard Midday
Pierre Auguste Renoir


이번 주 중 처음으로 맞는 다소 여유로운 저녁 시간이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연예인 모 양 이야기와 엑셀 예쁘게 색칠하기로 혼을 빼놓고 있다가 퇴근하는 버스에서 뻑뻑한 눈을 좀 쉬게하고 있으려니 그룹 카톡이 미친듯이 진동하는 바람에 눈을 뜨고 주섬주섬 책을 꺼냈다. 서현의 빵집에 들러 좋아하는 건포도 빵을 사고 집에 들어오니 반가운 메일이 도착해있다. 하하하. 간단히 저녁을 하고는 기분이 좋아 지난 주 집 앞 옴팡세일에서 구입한 백포도주를 꺼냈다. 이제 천천히 답장을 써야지. 내일은 더군다나 금요일이구나! 하하하.

날씨가 추워졌다. 또 한번의 겨울. 건강하게 잘 살아남기다. 




12.07.2011

Politics, Power, Passion

A Walk in the Wood
Pierre Auguste Renoir

The philosopher Isaiah Berlin once remarked that one should never underestimate the role of humiliation and shame in human affairs, especially in motivating men and women to rise up against injustice. Power that humiliates and shames will not endure forever. When Mohamed Bouazizi, a young Tunisian fruit and vegetable seller was fined, slapped and insulted by a female police officer in a small town in December 2010, he returned an hour later and set himself alight in the town square.

With this act, he transformed humiliation into politics. He ignited the Tunisian revolution, and the fire has spread across the Middle East. Emotions are facts in politics and their reality cannot be denied indefinitely. Eventually these feelings will erupt and surge into the streets. Shame and humiliation can justify revenge and violence as easily as they can validate demands for dignity and respect. For these emotions to be bent away from revenge and forced toward justice, great leadership is required. Looking around the Middle East, we do not see these leaders emerging. Perhaps they are there, only time will tell.

We are looking for leaders who hae endured shame and humiliation – Mandela is the example – but who have the force of character and strategic insight to rise above them. This is something more than moral nobility.

It is also political wisdom. When those who have been shamed and humiliated refuse to inflict it on others, we witness moral greatness, but we also create the foundation for a power that is based on justice
and will endure.

- Michael Ignatieff, Canadian politican and human rights advocate

Hmm. Too naive and optimistic. And possibly dangerous?

We Need to Talk About Kevin


The mother doesn't know why. Neither the audience nor the reader knows. Kevin himself isn't sure.
I'm tempted to say it's too nihilistic for my taste. But "parenting", "nature or nurture" are subjects too weighty to be excused from with personal preference.

12.06.2011

Le Havre



아침부터 저녁까지 좀비스럽게 눈만 껌뻑껌뻑하고 앉아있었던 것 같다. 무슨 청개구리처럼 퇴근하고 나서야 샷을 트리플로 추가한 듯 진한 커피를 그란데로 마신다. (아침엔 따땃한 핫코코아로 세상의 모든 잠을 불렀다.) 영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마침 처음보는 잡지라 호기심에 들고 나온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Magazine을 훑어보다가 매우 인상적인 기사를 발견하고서는 오늘 한번도 떠 본 적 없는 듯한 정신이 처음으로 깼다. 그래가지고 오후 8시 40분 영화였음에도 이미 너무나 깨끗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투박하고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감독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한 컷 한 컷이 너무 좋아, 마지막 장면까지 반짝반짝 별모양 눈을 하고 들여다보았다.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올드한 음악도 참 좋다. 입가의 미소를 부르는 따뜻한 여운이 춥고 무디고 건조한 마음을 녹인다.

잠은 다 잤구나. 이런 패턴이라면 내일도 퇴근까지는... 끄덕.

12.04.2011

Doubt Settles In

Chestnut Trees
Paul Cézanne

어찌보면 처음부터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자연스럽게 그런 방법으로 커왔고 그런 방법으로 밖에 생각할 줄 몰라서. 더 깊이 끈질기게 생각해 보지 않아서. 다른 대안들을 소진해버리기 전에,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기도 전에 계속 보아왔던 시각으로밖에 볼 줄 몰라서 이것이 옳다고. 옳지 않을리가 없다고 믿고 있는거라면.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밖에 어떤 다른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것들까지 포함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럴 필요 없는것인지 내 이해 범위와 한계를 알아야 어느 컨텍스트에서건 스스로 평화로울 수 있지 않겠는가.


12.03.2011

Le gamin au vélo



씨네큐브에서 예술 영화 페스티발 중이다.위 영화와 <奇跡>이라는 일본 영화를 10분 간격으로 연속해서 보았다. <Le gamin au vélo>는 진지하고 섬세하고 지극히 현실적이라면 <奇跡>은 귀엽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내 취향에는 역시 전자가 더 좋긴 했다. 이번 행사에 상영되는 영화들 중 이미 본 것도 몇 개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호감이 가는 영화들이다.  홍보가 잘 되었는지 영화가 좋아서인지 오늘 내가 본 두 편 모두 매진되었다. 그렇지만 여하간 둘 다 좋은 영화라 해도 4시간 가까이 연속해서 보는 것은 무리인 듯 하다. 오히려 좋은 영화일수록. 다음 주중에 <Le Havre>와 <We Need to Talka About Kevin>을 볼 생각이다.

<Le gamin au vélo>에 유일하게 삽입된 사운드트랙으로 집에 오는 길 내내 반복해서 들었던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2nd movement:

12.02.2011

Mary & Max


A genuinely heartwarming film that makes you look back on the good old days when you were writing letters to a particular friend. If you've ever had the kind of one, who wrote you back.

12.01.2011

On Zarathustra's Comment

Two Women Chatting By the Sea, St. Thomas
Camille Pissarro

When asked about the Zarathustra's comment on women - "The happiness of a man is: I will. The happiness of a woman is: he wills"- , she said:

... I am not outraged at all. If Nietzsche meant by his “women” a “Universal Woman”, I will have to disagree. But I also understand that he was making those comments based on his observation of most women around him in 19th century Europe. Actually, if you look at ‘women’ of this century, for instance here in Korea, how many of them can you actually say would make an exception to what Zarathustra said? Not so many. [...] I’ve observed many contemporary individuals of my own sex who professedly are “independent” and “enlightened” – and what is their notion of “independence” and “enlightenment”? To buy Chanel bags and to consume various equipments to look beautiful… to what end? To look sufficiently respectable and competitive among her own sex and to get a decent male partner… Isn’t this de facto in line with “He wills”? As for many of our contemporary Korean males on the other hand, Zarathustra would have said: “My mother wills”. Food for thought (+ laugh).

So, I was sitting there in the office, nodding and smiling. Thinking, Oh, how I've longed for this small, affirmative ges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