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2011

Thought For The Day

Maurice Utrillo

천하에서 가장 친밀한 벗으로는 곤궁할 때 사귄 벗이고, 우정의 깊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으로는 가난을 상의한 일을 꼽습니다. 아! 청운에 높이 오른 선비가 가난한 선비의 집을 수레 타고 찾은 일도 있고, 포의의 선비가 고관대작의 집을 소맷자락 끌며 드나든 일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듯 절실하게 벗을 찾아다니지만 마음 맞는 친구를 얻기는 어려우니,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벗이란 술잔을 건네며 도타운 정을 나누는 사람이나 손을 부여잡고 무릎을 가까이하여 앉은 자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벗이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나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벗이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벗에서 우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연수


오늘 읽은 책에서. 중심내용은 아니고, 지나가는 부분이었지만 수수하게 진심을 잘 드러낸 것이, 어쩌면 오늘이라서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지난 사흘간 많은 의미심장한 일이 있었다고 할 수도, 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어줍잖은 그림을 세 점 그렸고, 책을 한 권 읽었고, 사람을 만나 대화를 했고, 교회에 갔고, 피아노를 치고, 와인도 조금 마셨다. 그랬건만 사흘 째 휴일의 밤을 보내면서 드는 생각은, 이 휴일을 만족스럽게 보내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남녀간의 속삭임도, 흔들리는 촛불도, 은근한 디퓨저의 향기나, 보이는 것을 '생산'해내기 위해 색칠공부에 쏟아붓는 고집도 아니었던 듯 하다. 

아, 2011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그 숭고한 러브 스토리도 이번 성탄절에는 곱씹어 생각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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