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2011

Haircut & Extra Activities

어젯밤 늦게 잠에 들면서 오늘은 오전 늦게까지 실컷 늑장을 부려야지 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참 융통성도 없는 몸뚱이를 구박하면서 일으켰다. 늑장을 부릴 수 있었더라면 이 놈은 당최 질서란 걸 모른다고 구박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튼을 열어젖히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은 "Perfect." 그러면서 스스로 좀 당황스러워하기. 

그냥 별 관심 없이 놔두니 치렁치렁해진 머리가 문득 청승맞고 지겨워져 싹둑 자르고 빠마를 했다. 고등학교 때 미장원 알바로 시작해서 십 몇년이 넘게 일했는데 아직 서른이 안 된, 얼굴은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 "언니"의 흥미로운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그럴 때에는 적절한 추임새와 맞장구가 중요하다. 

옆동네 어여쁜 마드모아젤과 만나 무슨 또 힙하고 핫하고 시크한 브런치 부띠끄라고 이름만 봐서는 한 쪽 입술이 올라가기 쉬운 곳에서 푸짐하게 늦은 점심을 들었다. 또 열심히 말하기 연습을 하며 마드모아젤에게 잘 어울리는 그림 액자를 선물했다. 주면서도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이 화가가 뜨면 마드모아젤은 내 덕분에 떼부자가 되겠지.



근처의 또 핫하고 힙하고 시크하고자 노력하는 하는 타르트 까페에 있다가 날이 어두워져 마드모아젤의 집에 가 놀이의 연장을 하기로 했다. 캔버스에 그림이나 그리면서 놀까라는 제안에 주저없이 동의했다. 그래가지고 이런 생산적인 놀이를 하는 이의 자세부터가 이미 꽤 실험적이다.


그림을 그리는가, 붓글씨를 쓰는가. 앉지도 서지도 않은 불안한 자세로 뭐라 하기 애매한 정신을 작품에 투영한다.


물감은 매니큐어요 캔버스는 손톱.

Meant to be Uncertain
Esther Ahn

... because the author herself doesn't know what this is supposed to mean, really.

한시간 남짓 이런 고된 노동이자 알찬 놀이를 하고 휴식(?)을 이용해 Pat Metheny Group의 The First Circle을 주의 깊게 듣자 또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마드모아젤이 이전에 영문도 모른채 붉은색으로 그라데이션을 해놓은 캔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She Doesn't Know What She Thinks
Esther Ahn



그라데이션 배경에 이런 우는지 웃는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모르겠는 미니멀한 인물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하겠다. 뭔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법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제목 역시 그럴 법하다. 그렇지만 그 제목은 그림과 상관없이 작가의 정신 상태를 보여주는 반전이 있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물감과 캔버스와 비빔국수를 제공해 준 마드모아젤에게 감사의 표시로 두고 나왔다. 주면서도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래가지고 나는 오늘 그녀에게 자그마치 두 개의 그림을 선물한 것이다. 두 개 모두 오리지널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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