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글을 읽다보니 스스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어, 습니다, 체를 쓰게 됩니다. 어제 윤롯데는 주말 동안 자기가 먼저 읽고 나서 나한테 책을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 당장 읽고 싶었기 때문에 오전에 이매에서 볼일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서현에 들러 책을 사왔습니다.
볶음밥을 차려먹고 만족감을 느끼며 방해되지 않는 음악을 걸어두고 초콜릿을 한 손에 들고 침대에 올라가 누운것도 앉은 것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고 책을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인간실격>은 다 읽었습니다. 중간에 책을 옆에 뉘여두고 삼십분 정도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만.
전같으면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읽었을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책 속의 '요우'가 너무 이해가 되고 감정이입이 저절로 되지만서도, 그것 말고, 뭔가 다른 것, 다른 방법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안에는 뭔가 더 강하고 밝은 것이 자라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요우'가 꽤 좋아서 그에게까지 시니컬해지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가장 곤란한 상황에 있는 남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약한 척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토를 느끼지만 (또 그런 것에 대해서는 원하는 것 이상으로 눈치가 빠르고 의심이 많지만), 정말 약해서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보여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그게 아닌 줄 알았는데 인생은 희극인 것 같다고. 희극이긴 희극인데 좀 슬픈 코메디인 것 같다고. 기회가 되면 이것저것 끄집어 내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오늘 또 남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 어떤 부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테면 가끔 내가 내뱉는, 바보같다,라는 것 외에 달리 뭐라 형용할 길 없는 실언들이 왜 그렇게 나와서 나를 당황시키는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 나는, '무서운 일일수록 보고 싶다',가 아니라 무서우면 보지 않는, 안팎이 같은 사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그림의 포스터 물감같이 덩그러니 명확하고 단순해서 없는 것을 꾸미고 있는 것을 가리고 하는 일 없이 가만히 눈을 뜨고 닫고 하고 있는 것도 어떤 때는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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