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2011

Books and Films

photo by Brian Ferry


Books read in September:

Don't Waste Your Life by John Piper
A Tale of Two Cities by Charles Dickens
 The Paris Review #106 & #107


Film watched in September:

Coco Chanel & Igor Stravinsky


요즘 영화가 궁하다. 10월에는 그래도 좀 볼게 몇가지 있을듯. 게을러져서 책을 전보다 덜 읽는 것도 어느 정도 맞지만 지금 보는 책들이 두꺼운 탓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이 더 낫다. 냉장고에 시들어버린 야채들이 좀 슬프긴 했지만 오늘 오후에 예상치 않게 어떤 트레이더들이 많이 웃게 해주었으므로 괜찮다. 이만하면. 내일 새벽 3시 전에 일어나야 하는 과업에 가까운 각오가 있으니 얼른 9월을 보내주자.


9.29.2011

Mahler's 8th Ending



Simon Rattle and the National Youth Orchestra of Great Britain

그렇게 골수를 송두리째 흔드는 음악이 끝나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결국 멈춘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죽였던 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떨리는 심장에 손바닥을 갖다 댄다. 그런 다음에는. 그런 다음에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나.


9.28.2011

If I fail, I fail

Riverside
Georges Seurat

생각만 해도 좀 설레게 하는 것. 수내와 광화문 사이 퇴근거리가 5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공을 초월한 상상의 나래가 끝을 모르고 펼쳐지게 하는 어떤 것. 이것이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냥 어떤 가정일 뿐인 어떤 것이 있다. 이미 충분히 거품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 가정이 내일 터질지 모레 터질지 일주일 뒤에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거품이라도, 타임리해서 좋은 거품이다. 사라질 때 사라지더라도 그때까지는 내 이름에(만) 어울리는 이 모드이기다: 못하면 못하는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그러고나면 또 어딘지 모를데를 부유하거나 원래 있던 자리에 서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에 집중하고 있겠지. 그것이나 저것이나. 안전한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게 그거인것 같은 일상은 거기에서나 여기에서나 매일매일이 달라. 지루했다가 흥분되었다가 좌절했다가 새로운 것을 희망했다가 실망하고 또 관심이 생기고 하는 싸이클을 반복하는 한 감정과 의식의 physical entity가 계속 변하지 않고 너라는 거. 좀 신기해.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이기적이지. 나밖에 모르니까 나밖에 모르는거. 다른 사람 의식 속도 막 자유롭게 들어갔다 나오고 그러면, 그래서 아예 '나'라는 개념이 없어지면 '다같이 잘사는 사회'같은 것은 더 쉽게 되지 않겠어? 그것 대신 감정이 있잖아. 같이 느끼라고. 남이지만 나인것처럼. 개인이 먼저 있으니까 사회가 있는거야. 그런데 의식과 감정의 경계도 좀 의심스러워. 그렇게 분명할까. 그러기 전에 이번에도 언어가 그냥 잠정적으로 나누어 놓은 것 아닐까. 기억은 점점 멀어지는데 앞에 있는 것을 봐도 뒤에서 본 것 같고 한번도 해본적 없는 생각같은데 전에 했던 생각이고 쓰는 말과 글은 거의 대부분이 이미 어떤 사람이 뱉어놓은 거. 이런 느낌이 점점 농도가 짙어지면서 그렇게 시간이 가는거야. 신기해응. 아직 늙지 않았어. 늙었을지도 몰라. 아무렴 어때. 이 세개가 동시에 생겨. 느낌은 말할것도 없고 의식 역시 절대 linear flow가 아냐. 이것도. 전에 비슷하게 다섯번은 쓴 것 같아. 그런데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것은 왜? 뭐에 쓰려고?

9.27.2011

Think Over

The Quay at Bougival
Berthe Morisot

And the Pharisees and Sadducees came, and to test him they asked him to show them a sign from heaven. He answered them, "When it is evening, you say, 'it will be fair weather, for the sky is red.' And in the morning, 'It will be stormy today, for the sky is red and threatening.' You know how to interpret the appearance of the sky, but you cannot interpret the signs of the times. And evil and adulterous generation seeks for a sign, but no sign will be given to it except the sign of Jonah." So he left them and departed.
- Matthew 16:1 - 4

나도 그들 중 하나. 신호의 많고 적음이 마치 내가 무엇을 하느냐마느냐에 직결되는 것처럼 흉내나 내고. 애초에 신호의 문제였다 하더라도 그동안 받은 것들은 어디에 다 까먹어 버리고 또 다시 신호 타령을 하느냐고. 없어서 못보는 것도 아니고 눈이 어두워, 가려져서 안보이는 거. 두 번 생각해보면 알지 않아?

Think over what I say, for the Lord will give you understanding in everything.
- 2 Timothy 2:7

오늘도. 괘씸하고 한심해서 스스로 고개를 젓는 와중에도 그냥 막 내버려두시지를 않잖아. 그래가지고 너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받을 자격도 없다는 것을 오롯이 알고 넙죽 엎드려 한평생 오로지 감사의 눈물만 쏟아도 부족해.

9.26.2011

Untitled



그래서 나는 어제 왜 라합이 창녀라는 사실을 끝까지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던 것이다. 내게는 그것이 가장 흥미롭고 전복적인 요소였는데. 음식을 가려먹는 것보다 호흡운동을 하는 것이 백배 이상 좋다고 하길래. 그건 뭐야. 들이쉴때 삼박 내쉴 때 삼박 하는거야? 아니 그냥 호흡 패턴에, 호흡 하고 있는 자체에 집중하는거야. 억지로 조절하려고 하지도 말고. 음식은? 응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는데 속은 물렁한 것들. 예를 들면? 토마토, 메론,... 웩. 토마토. 토마토 아까 했잖아. 오늘도 어김없이 French 코너를 지나며 괜히 Proust 의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를 한번 스윽 뽑았다가 스르륵 넘겨보고 다시 스윽 제자리에 꽂는다. 내가 매달리는 것 중 하나.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것들 중 하나. 너라면 정말 해낼 것 같아. 오늘도 너는 침착해보였는데 오히려 내가 더 흥분되는 거 있지. 그래서 내가 네 뒤를 계속 왔다갔다 했잖아. 잘될 것 같아. 안그래도 너는 이미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능력자야. 그런데 (스톱).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갈대가 무성한 탄천을 산책했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걷는 둥 마는 둥 삼십분을 했더니 온몸으로 자장가를 부른 듯 나른해져 눈을 꿈뻑꿈뻑 하면서 또 걷는 둥 마는 둥 집에 돌아왔다. 들이쉬고 내쉬고- 하아암.

9.25.2011

9.24.2011

Once Upon a Time

Puppy Love
Norman Rockwell


Once upon a time there was a boy who loved a girl, and her laughter was a question he wanted to spend his whole life answering.
- Nicole Krauss

9.23.2011

Sick

Seated Woman
Georges Seurat

Amazed at my vanity. This is sickness. Where's my sanity? Why do I not change, God?

9.22.2011

Scarcity Value

Roses
Berthe Morisot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은 없다. 하나같이 (음, 한 사람같이?) 핸섬하고 예뻐지는데 보는 사람은 없다. 안타까운 가치 절하 현상이다.

9.21.2011

Roberto Bolaño




Why am I so afraid sometimes? And why, when I'm most afraid, does my spirit seem to surge, rise up, and observe the whole planet from above? (I see Frau Else from above and I'm afraid. I see Ingeborg from above and I know that she sees me, too, and I'm afraid and I want to cry.) Tears of love? Do I really want to escape with her not just from this town and the heat but from what the future holds for us, from mediocrity and absurdity? Others find peace in sex or the passage of time. Charly is satisfied with Hanna's legs and tits. He's happy. But I, when face with Ingeborg's beauty, and forced to see clearly at last and am thrown into turmoil. I'm a nervous wreck. I feel like weeping and throwing punches when I think about Conrad, who has no holidays or spends his holidays in Stuttgart without even a trip to the pool. But my face remains unchanged. And my pulse is steady. I scarcely move a muscle, though inside I'm falling apart.

- from The Third Reich, translated from Spanish by Natasha Wimmer


I fell in love with this guy. He's been long dead. Now, this seems the most natural thing to me.

9.19.2011

Breathe



모든 것이 얼기설기 얽혀 단 한가지도 명확하게 생각해낼 수 없다. 단 한가닥의 실오라기도. 단 한 문장도.
Earplugs를 샀다. 시끄러운 것은 내 머릿속일 뿐인데 괜히 귀나 틀어막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9.17.2011

The Paris Review


3월에 구독 신청한 위 잡지의 Spring, Summer 판을 3일 전에서야 동시에 받았다. 그 동안 "아, 오는거야 안오는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봐" "아, 안오잖아" "알았어. 다시 보낼께" 비스무리한 내용의 이메일을 스무 번은 됨직하게 교류하며 내 투정과 재촉을 용케 견뎌준 구독팀의 Maxine에게 고맙다고 했다. 받고 보니 이것은 잡지라기 보다는 사이즈의 면에서나 광고면이 전혀 없이 250쪽에 달하는 두께, 무엇보다 내용에 있어서 기대 이상으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에 가깝다. 야호.

Speak Low

Jourdans Cottage
Paul Cézanne


'그런 제안은 좀 조용하고 젠틀하게 물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면 이것 역시 다른 이 나름의 표현 방법을 포용하지 못하고 내 취향과 기호를 고집하고 있는 셈인가. (보통 내 취향은 허영으로 이르던가. 보통 취향은 허영의 냄새가 맞는가.) 그렇지 않으면 나는 소위 상식이라는 것을 준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비상식적으로 까다로운 여자인가.

어쩌다가 마주친 한 어려운 어르신에게, 흔하게 뿌려지는 연민을 넘어서 당장 오늘 안으로 해결해야 할 월세와 그 영혼의 구원까지 염려하는 그의 마음에 미약하나마 일조를 하며 경의를 표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그의 판단력을 의뭉스러워 한다면. 말하는 내용은 옳을 수 있느나 '삐익- 삐익-'하는 소리가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하는 확성기를 든 듯 크고 거칠게 표현된 방법이 불편했다고 고백한다면. 이것은 우아하게 누워있는 신경들을 그 상태로 흔들림 없이 유지시켜주는 것이 마치 세계평화와 자유의 실현과 같은 수준의 가치로 여기는 어떤 뻔한 수준의 세력에 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나는 인간의 피가 난무하는 전쟁 중에도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내 얼굴의 기름진 정도를 부던히 체크하며 기름종이를 아껴쓰는 데 온 집중을 쏟을, 맥락을 모르는 얄팍한 놈인가.

믿지는 않아도 이해할 수는 있다. 내 스스로의 능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서도,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품기도 한다. 그렇지만. 보기에도 몸가짐과 맘가짐이 매사에 방자하여 안하무인격인 사람과,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잔꾀가 충만하고 눈치가 백단이라 쉽고 편리하게 남들을 잘도 치켜세우면서 속으로는 자기정의에 도취되어 남이 받을 칭찬까지 자신에게 죄다 퍼주고 있는 다소 복잡하게 거만한 사람에게서도, 어떤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정의롭고 선하며 시간을 초월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타고 나기를 잘 속는 사람이라 그다지 힘들이는 의지 없이도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더 잘, 의심없이, 자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곧 재현될 자기의 착한 행실에 미리 만취되어 두 엄지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면서 벌어진 실천이라면? 어떤 정의로운 일이 자발적으로 선택되어진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엉거주춤 어쩌다 진행된 것이라면? 이 때에도 역시 액션이 최우선이며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질 수 있는가.

왜 하필 그 어르신이어야 하는가. 나는 라면박스 종이를 이부자리 삼고 펴놓은 우산을 조명 가리개 삼아 맨발로 잔뜩 꼬부리고 자는 케케묵은 냄새의 삐쩍 마른 홈리스들을 매일 아침 광화문 지하도에서 마주쳐도 별 동정심의 표현 없이 지나다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마도 앞으로 그럴 것이 거의 확실한 이 어르신을 가리키며 아는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메가폰을 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반응하는 것에 메스꺼운 위선의 냄새를 맡는 것이다.

왜 나는 의심하는가. 남들은 그러지 않을 동안에. 약아빠져서, 세상 물정에 밝아서, 타인에 대한 컴패션이 모자라서? 혹은 어느 새 내가 스스로 쉽게 빠질 수 있음을 미리 가늠했기에 그렇게 두려워하던,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서는 대략 모든 것에 대해 비웃을 줄 아는 것이 무슨 대단한 힘 인 양 행세하는 냉소주의자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던가. 아 이 끝없이 치이는 고달픔. sentimentalism과 cynicism. 둘 다로부터의 적절한 경계. 하긴, 이런 것 쯤에서 가장 쉽고 편리하게 자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앞의 둘을 구별하여 인식하는 것을, 혹은 인식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일말의 확신을 지우는 것이다. '행복한 돼지'라는 개념에 설득되기만 할 수 있다면.

9.15.2011

Blank

Tea
Berthe Morisot


평소보다 더 멍한 눈을 하고 다녀 어제부터 여러차례 지적받고 있다. 내가 결정할 차례인지. 맞는 타이밍인지. 옳은 방향인지. 신경써야 할 일인지 아닌 일인지. 어디까지가 나와 관계된 일인지. 이게 적색불인지 녹색불인지 노란색불인지. 신호가 필요없는 동네 어귀에서 혼자 요란을 떨며 들썩들썩하고 있는건지 아닌지. 하다보니 또 눈이 그리 되버렸네.

드라이버를 들고 쪼그리고 앉아 청소기 배를 갈랐다. 다 닳은 배터리를 주문한 새 것으로 갈아끼우고 다시 이리저리 돌려가며 말끔하게 조립했다. 전원을 켜보니 윙윙- 힘이 아주 세어졌다. 이런 것 혼자서도 잘한다. 멍한 눈을 해가지고서는.

9.14.2011

On Being Serious

The Dining Room of the Rouart Family
Berthe Morisot


가벼운 것보다야 진지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진지함에도 방향이 있어야지 시도 때도 밑도 끝도 없이 무겁기만 하면 무어 그것에 설득당하고 맞장구 칠만한 매력이 있는가 말이다.

때로 상대방의 직관마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다수의 행동패턴을 똑부러지게 분석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아니라 특정 개인의 사고와 감정을 이해하려는 의지와 꾸준한 감정이입에의 연습에서 오는 것이 맞다. 그러게 누군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애정을 갖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이냐고.

근 3-4년간 구입한 책들로 차 있는 책장을 볼때마다 스스로 아니꼽다아니꼽다 하면서 여태 뻔뻔하게 아니꼬우시기다. 때아닌 위기의식을 느끼고 점심시간에 교보문고에서 한글로 된 책들을 뒤적였다. 몇년 만인지.

9.13.2011

Perpetual Unrest

La Grande Jatte
Georges Seurat

길고도 짧은, 쉬는데 쉬는 것 같지 않은 휴일은 이제 너무 식상할 정도로 보통이 되어버렸다. 특히 대전에서 지낸 지난 이틀은 하루에 여섯끼를 먹는 것 같을 정도로 황송하게 대접을 받았지만  그럴수록 확실한 대상이 없이 미안해지고 불편해지는 뭔가가 있다. 그래도 좋은 것이 더 크다. 베란다에 핀 꽃들을 보고, 길가에 죽어있는 쥐를 보고, 피아노를 오랫동안 치고, 빛이 있는 데서 책을 읽었다.

당장 내일부터 5일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려니 가슴이 좀 답답해진다. 새벽에 일단 어떤 강제적인 모드를 걸어놓아야겠다.

9.10.2011

Facing Eternity

Little Dancer
Berthe Morisot


누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을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의도하지 않게 영원을 대하는 연습을 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가는 것을 의식하며 피아노를 치면 듣는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차이일 수 있지만 충분한 음을 누르기가 어려울 뿐더러 정작 본인에게도 창조의 희열과는 관계없는 손가락 운동이나 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연습. 

음을 이해하려는데에 집중할 때 작곡가의 의도를 넘어서거나 비껴서 그의 창조의 상상력과 나의 해석의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진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가지고 아예 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무에 가까운, 그러나 언제나 변하고 있는 영원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내 기분이 내킬때마다, 가까이에 있다.  

9.09.2011

Sleeping Beauty



hahahahahahahaha
특히 대사 한마디 없는 꼬마의 표정이 압권.

9.08.2011

Lost (Again!)

The Lovers
John Atkinson Grimshaw

또 길을 잃은 것 같다. 근래에는 어릴때에도 없던 손가락을 무는 버릇도 생겼다. 생각하는 모드인지 생각하려는 모드인지 그냥 초조한 모드인지, 기분 나쁜 뭔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모드인지 알수가 없다.

세상이라는 것이 이렇게 리얼하지 않을 때가 좋았다. 어느 때에 내 스스로가 만든 성급한 판단과 실수가 이렇게 재차 각인되지 않을 때가 좋았다.

일단 5일이다. 도망가자!

9.06.2011

Autumn Day

Woman Before the Rising Sun
Caspar David Friedrich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great.
Lay your shadows onto the sundials
and let loose the winds upon the fields.

Comman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yet two more southern days,
urge them to perfection, and chase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Who now has no house, builds no more.
Who is now alone, will long remain so,
will stay awake,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ill wander restlessly here and there
in the avenues, when the leaves drift.


- Rainer Maria Rilke
translated by J. Mullen



뇌는 깨진듯 욱신대고
속은 덩달아 메스껍고
숨은 고른지 아닌건지
눈은 보는데 보는건지
귀는 있는데 듣는건지
혀는 의욕이 없다하고
힘은 드는데 쓰는건지
잠은 퍽이나 잘자는데
꿈은 꾼지가 언제인지
빛은 있다가 사라져도
길은 여하튼 걷겠는데
끝은 멀게만 느껴지고
뜻은 알리가 만무하고
그는 버젓이 계심에도 
님은 뉘신데 뵈질않고
해는 어느새 짧아지고
시는 여전히 애달프다.

땡깡 땡깡을 어디에다.



9.05.2011

More Importantly

Psyche
Berthe Morisot

The Christian will take literature a little less seriously than the cultured Pagan... The unbeliever is always apt to make a kind of religion of this aesthetic experiences... and he commonly wishes to maintain his superiority to the great mass of mankind who turn to books for mere recreation. But the Christian knows from the outset that the salvation of a single soul is more important than the production or preservation of all the epics and tragedies in the world: and as for superiority, he knows that the vulgar since they include most of the poor probably include of the superiors. - C. S. Lewis

아 화끈거려.

9.04.2011

Symptoms

On the Cliff at Portrieux
Berthe Morisot

이것은 잊어버릴 때 즈음이면 또 나타나고 그런다. 날씨가 아주 추울 때나 가끔 나타나곤 하던 저혈압증이 벌써. 오전에 빈속에 샷추가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오후에 좀 무거운 것을 들어서 그런가. 기절까지는 아니지만 울렁울렁 힘도 없고 정신도 몽롱하고. 체중은 안재봤지만 요즘 어쩐지 살이 쭉쭉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긴 했었다. 고단백 고칼로리식이요법으로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데 한의학적으로는 체질상 맞지 않으니 고기 먹지 말랬는데. 어쩌라고.

9.03.2011

MYOB



Aspire to live quietly, and to mind your own affairs, 
and to work with your hands, as we instructed you, 
so that you may live properly before outsiders and be dependent on no one.

1 Thessalonians 4:11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서는 다시 침대로 가 열 시간은 족히 더 누워있었던 것 같다. 누워서 책을 보면 잘 읽히지도 않거니와 목을 가누느라 자세도 참 불편한데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 여튼 그렇게 책을 졸면서 보는 둥 마는 둥 낮잠을 다섯번 정도 잔 것 같다. 졸다 자다 눈이 떠지면 열린 창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도 들어오고 파아란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는 게 다섯번 정도 반복된 것 같으니.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침대에서 벗어나 건반 좀 뚱땅뚱땅하다가 라디오좀 듣고 하다보니 어슬렁하니 밖에 나가볼 시간도 없었네. 응. 너나 잘하시라는데 내 일이나 잘하기도 상당히 힘든 일이죠. 뭐 조용히 사는 것은 꽤 자신있음에도. 


9.02.2011

Books of August



Books read in August:

SchweserNotes Book 1
Révolution by J. M. G. Le Clézio
SchweserNotes Book 2
In the Penal Colony by Franz Kafka

지난 달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어제서야 알고 뭔가 말려들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오늘 휴가를 냈다. 음. 이렇게 말해도 말이되긴 하는구나. 이런 말을 내가 하니 더 그럴듯하다는. 하하. 어쨌든 그것 때문에 휴가를 낸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씨네큐브를 갔다. 오후 두 시쯤 시간이 맞는대로 <Coco Chanel & Igor Stravinsky>를 봤다. 옛날 Novo라는 영화에서 보고 반해버렸던 Anna Mouglalis의 시종일관 모델되주심에 눈이 즐겁기는 했다. 홍보용 전단지에는 이 영화를 "a beautiful, intellignet, shallow film, like a pane of plate glass that at first glance looks like a deep lake"라고 평한 Guardian의 이름을 빌려 앞에 뷰티폴과 인텔리전트만 따서 붙여놓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대부분의 관객이 오십대 후반에서 육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었다는 것. 간간히 그보다 좀 더 나이있으신 어르신들도 보이고. 코코샤넬이 여러 개의 만들어진 향 샘플 중 하나를 골랐을 뿐인듯한 장면에서 향수 제조자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듯 "numero cinq"라고 독백하는 순간 내 오른쪽 옆에 앉아계셨던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는 감명을 받으신듯 으음 하시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흥미롭다. 스트라빈스키는 음. 내가 아직 그를 좋아할 줄을 몰라서.


9.01.2011

When Yesterday We Met



something truly real.

On the Bus


저녁때 뭐가 어디 부위인지 모르겠는 고기를 족히 삼인분은 넘게 먹고 포만감에 젖어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좋다고 이렇게 얼굴 사진도 찍고 그런다. 10: 06 :36 pm. 포만감과는 상관없는 저 눈밑 그림자. 다크써클에 관대할뿐 아니라 얼굴에 명암이 있어 좋다며 되려 흐릿한 날에는 검은색 펜슬로 그리고 다니던 때도 있었는데. 하루에 다섯번 이상 씩 피곤해보인다는 말을 듣는 즈음이면 명암이고 뭐고 또 그렇게 안보이고 싶은 반항심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