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5.2011

aA






삼청 aA.


덥지만 저녁때는 에어컨없이도 꽤 견딜만한 이맘즈음,


대부분 말하기 모드로 default되어 있는 듯한,
유난히 여자들 하이힐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계 미국인과
항상 긴셔츠를 입는 것과 어울리지 않게
약간 경사진 안경을 쓰고 
오늘따라 유난히 듣기 모드로 앉아있던 프랑스인과
날이 어두워지기 전부터
저렇게 달이 보일무렵까지
유럽식이라는 테라스에서 가벼운 화이트와인을 
하고 있으려니
나는 또 아무 공간에도 속하지 않은 것처럼
나이도 태생도 잊고 낯설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동안 앉아
어떤 대화라도 하자면,
어떤 긴 구불구불한 의식의 통로를 지나더라도
꼭 자기의 신념을 건드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아쉽지만 그렇게 또 
자신을 기억해내고야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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