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2011
Lost & Found
어제는 뭐라도 기록을 남길 요량으로 이것을 열었으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그냥 닫아버렸다. 오전에 발가락을 색칠하기 위해 잠깐 외출한 것 외에 하루종일 젖은 빨래마냥 비스듬히 침대에 앉아있거나 책상 앞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기 때문이리라. 오늘은 오전에 꽤 바지런히 움직이고 말도 좀 입밖에 냈기 때문에 머리속에도 꽤 동하는 것이 있었다. 열두시 반쯤 파리크라상의 좋아라하는 올리브 부메랑 빵을 좀 사서 스타벅스에 가 갓내린 커피와 함께 책을 펴들고 있으려니 한시간의 휴식이라도 앞으로 며칠 더 출근을 가능하게 하기에 충분한 격한 휴식이었다. 두시반 쯤 일어나 정자역에서 이매역로 갔는데 출구에서 패닉했다. 지갑이 없었다. 아 또 일년을 못가 잃어버리는구나. 지하철이 자주 다니는 시간대도 아니니 몇 분 전에 정자역의 누군가는 얼씨구나 하고 삼켜버렸겠지. 악. 또 카드들을 무효화시키고 새로 신청하고 할 것을 생각하니 귀찮음과 피로함이 우르르 몰려온다. 지난번 지갑을 잃어버리고 아직까지 주민등록증을 재발급하지 않은 건 다행이지 응. 그대로 몇분만 더 있었어도 더 많이 포기했을 텐데 아직은 당황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더 강했던 때라 이매역 출구의 HELP버튼을 여러번 누르고 고객상담실에 가서 격한 손동작으로 나른한 일요일오후를 보내고 있던 분당선 직원 여러분들을 한방에 긴장시켰다. 정확히 몇번째 칸에 탔었는지 어디에서 지갑을 빠뜨렸는지 내가 알리 만무한 질문들을 반복해서 여러번 물어보다가 포기하시고 일단 내가 출발한 정자역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해주셨다. 그리고서는 다시 내가 몇번째 칸에 탔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시는 동안 5분정도 지났을까. 정자역에서 전화가 왔다. 아저씨가 전화에 대고 "찾으셨다고요?" 하시는 순간 생각같아서는 내가 서있던 자리에서 5미터쯤 공중점프를 했음직하다. 180도 달라져 행복해 죽겠다고 말하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며 직원들도 흐뭇해하는 것 같았다. 진심을 담아 너무 감사하다 심하게 수고하신다고 연신 굽어 인사하며 다시 정자역으로 향하는데 비록 예배시간은 늦었지만. 뭐랄까. 겨우 지갑 하나가 연루되었을 뿐인 사소함이지만,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그런 장엄함. 내 작은 '아!' 소리도 무시되고 있지 않다는 그런 느낌. 그런 디테일까지도. 그러는 한편 나는 얼마나 또 가볍고 쉬운지. 흐흐. 여튼 그래가지고 오늘도 그렇게 드라마틱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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