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lorist Frederick Childe Hassam |
어제는 저녁밥을 지으면서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끊일날 없는 엄마의 걱정은
이제 공격태세로 접어들어
요즘은 하나님한테 막 따지고 계시단다.
'아니, 쟤 저렇게 그냥 두실 거에요 정말?'
하시는 것이
귀에도, 눈에도 선하다.
눈을 크게 뜨고 다니라는 소리에
나는 피식 웃었지만
갈수록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따가워져
점점 전화기가 귀에서 멀어진다.
뭔가 또 억울함 비슷한 것이 생각나신 듯 할 때
나는 괜찮고, 잘지내고 있으니
엄마의 그 조급하고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라고하고
전화를 끊었다.
괜찮다.
잘지낸다.
이를테면 오늘도.
회사에 휴가를 냈기 때문에
아침 아홉시 넘어서까지 모자란 잠을 충분히 자고
분주함 없이 일어나
머리를 묶고
Bach의 Goldberg Variations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보고
Juliette Binoche와 Daniel Day Lewis가 나오는 1988년 작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을 보면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다.
욕실 청소를 하고,
오전의 연습 덕에 Bach 프레이즈에 더 익숙해진 손가락으로
Chaconne를 한번 쳐본다음
보고 싶은 책 두권을 들고
대한민국에서는 커피빈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써있는
영수증을 주는 시원한 곳에 가 앉아
한시간씩 사이좋게 나눠읽고 들어왔다.
(왜 이리 내 문장은 잘 안끝나는가.
조만간 Hemingway나 James Salter를 읽을 일이다.)
이제 짐을 꾸리고
이박 삼일동안 또 한번도 안해본 것을 하러 갈테다.
청년부 수련회.
찜찜함 없이 청년이라 불리울 날이
얼마 안남은 것 같아서.
지난 16년동안 당연히, 자연스럽게 해볼 수 있었는데
꾸준히 피해다닌 덕에 오늘 이렇게 낯설어진 것.
어떤 각오 비스무리한 것이 요구되는
호기심의 충족.
이
가는 이유라 할려니까 뭐가 좀 비는 것 같지만.
엄마한테 전화하기 전에
권장되는 어떤 각오 비스무리한 것과는
다른 것이 확실하다.
괜찮다.
이정도면.
그렇지만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싶은 바람은 인정한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처럼.
어째 써놓고 보니
눅눅하고 미적지근한것이,
어디에서 백번쯤 봤거나
누군가 천번쯤 했던 말 같다.
젠장.
이것이 진짜 내 바람인지
세뇌된 의식인지 알아내오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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