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ng Leg Edward Hopper |
오전에 무심히 한 헷지 펀드 매니저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예기치 않게 나에 대해서 더 알게 된다. Ray Dalio는 지난해 Forbes 지에서 55번째 재벌로 꼽힌 사람이란다.
모든 것이 "machine"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어느 기자가 비꼬았던 것처럼 그가 추구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Ayn Rand의 소설에나 등장하는 감정이 배제된 '완벽한' 인간상인듯 하지만 "Pain + Reflection = Progress" 이라는 그의 포뮬러를 반영하는 "our greatest power is that we know that we don't know and we are open to being wrong and learning"같은 말에는 공감한다. 'success'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실수를 가감없이 인정하고 그자리에서 왜 그것이 실수였는지를 짚는 연습. 감정때문에 발전의 기회를 더디게 하거나 놓치지 않는 연습 같은 것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프로젝트에 있어 긍정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겠다.
"What we're trying to have is a place where there are no ego barriers, no emotional reactions to mistakes... if we could eliminate all those reactions, we'd learn so much faster"
그 사람 면전에 대고는 하지 못할 것 같은 말은 어디에서든 꺼내지 않는 것. 그런데서 얻어지는 투명성.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말이 안되는 것 같은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하는 것. Radical transparency. 그러는 동시에 인간은 완벽함이 아니라 실수하는 데에서 비로소 인간성을 드러낸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졌다. 탁월한 연기나 자기방어로 인해 그닥 흠을 찾을 수 없는 사람보다 일반적으로도 하자가 있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처럼.
미심쩍은 부분:
1. "Creativity comes from open-mindedness and centeredness - seeing things in a nonemotionally charged way". 어떤 감정이 생겨야 뭐든 자발적으로 하게 되지 않나. 나는 그런 것 같은데.
2. "Constantly worry about what you are missing. Even if you acknowledge you are a 'dumb shit' and are following the principles and are designing around your weaknesses, understand that you might still be missing things. You will be better and be safer this way."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말그대로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은 이미 걱정스러운 default 모드이다.
6년 전쯤 일할 때 분산 투자라는 말은 'Don't put your eggs in a single basket'이라는 문장과 함께 지겹게 들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 6년 간의 내가 보낸 세월을 돌아볼 때 이것저것 맛만 보고 특정 장르나 분야에 완전히 몸을 담그지 못하는 내 가벼운 유랑기를 스스로 탓하기만 했지 그것이 어떤 형태로의 전략 따위가 될 것은 바라지도 않았었다. 학교 다니지 않는 동안은 계속 어딘가에 적을 두고 일해왔어도 내 CV의 절대적 인상인 '진지한 경력 없음' 자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없다는 것에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것을 아주아주 관대하게 본다해도 과연 '분산투자'라는 은유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수확의 때가 다소 멀어보인다는 것은 괜찮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내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의식적인 결정과 선택에 의해 계란들이 안 깨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잦은 이직과 이 장르와 저 장르를 옮겨다니는 탓에 이젠 진지하게 '일한다'는 말이 무색하여 '프로젝트'가 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어감을 더 선호하고 있는데 이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Dalio가 그의 펀드와 투자 방식을 설명하면서 "I'm always trying to figure out my probability of knowing... Given that I'm never sure, I don't want to have any concentrated bets."라고 말하는 부분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느낌이들었다.
"It's always a matter of controlling risk. Risky things are not in themselves risky if you understand them and control them. If you do it randomly and you are sloppy about it, it can be very risky."
그가 말하는 것과 다른 것이라면 나는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이미 가지고 있는 변할 수 없는 어떤 자산이 있는데 이것이 나의 전자산이고 이미 벌어진 진정한 의미의 수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게 될 경우 '위험'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어지게 되므로 나는 스스로를 번복하는 셈이 된다. 음 아마도 다른 수준의 위험을 말하고 있는 것이던지. 둘 중 하나에 있어서는 뭔가 다른 단어가 선택되어야 한다. 잦은 이직의 이유였던 '위험'이 뜻하는 바는 삶에 있어서의 여러가지 경험과 사람들과 관련된 'my probability of knowing'의 일부를 놓치는 것을 의미할 테고 내 raison d'être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위험'은 그것 없이 나는 완전히 패배한 것이고 그것의 상실로부터 절대 회복될 수 없는 것. 그것 없이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그런 종류의 위험이라 할 때 앞의 위험은 그리 진지한 위험은 못된다.
여튼 조건은 "outperform the market consistently". 내 맘대로 해석하면 꾸준히 평균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의 퀄리티에도 있다. 상황에 굴하지 않고 항상 평균 이상 하는 지적, 감정적, 심리적, 영적 상태의 유지.
평균 이상 하는 것이 몇가지나 되는지, 있기는 있는지, 이런 생각들이 어떻게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몰라도. 어쨌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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