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2011

Incendies




기다렸던 영화. 오늘 씨네큐브에서 개봉. 퇴근하자마자 가서 보았다. 더 오래 기다리고 있었더라도 충분히 그동안의 기대와 가치를 채워주고도 남았을 영화. 한 컷 한 컷이 예술이다. 주된 배경이 되는 지역을 차치하고서라도 어딘가 모르게 영화 Babel을 연상시키지만 (아마 영상과 음악의 조화 면에서) 그보다 한층 절제된 영상미와 플롯의 유기성이 있다. 이 영화의 플롯은 아 정말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은 충격과 전율이다. '극적 반전으로 끝나는 결말'이라는 식상한 프레이즈에 들어가는 어떤 단어에도 충실하게 해당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심장을 쓸어내리게 한다. Mélissa Désormeaux-Poulin이라는 낯선 이름의 여배우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예술적인 마스크를 가지셨음에도 (특히 그 빠져나올 수 없는 눈망울이란!) 이 배우와 어머니 역의 Lubna Azabel의 연기에 브라보. 브라보.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조 역시 매우 감각적인데 전혀 젠체하지 않는 정제됨이 있다. 아 음악이 빠질 수 없는데 음악 역시 극 절제되어 아주 조금만 쓰였는데 그 선택들이 다 과감하면서도 동시에 갖추기 어려운 탁월함이 있다. 특히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음악은, 엄, 씨네큐브는 원래 끝까지 불을 안켜줘서 그렇기도 하지만, 도저히 자리를 뜰 수 없게 한다. 하필이면 마지막 그 음악이었기에 집에 오는 버스안에서도 서울 밤거리를 내다보며 한참 영화 주위를 맴돌게 하는 효과있었다. 삶의 절박함과 강렬함이 왜 저기에는, 거기에는 있고 여기에는 없어보일까. 말 그대로 없어 보일 뿐인거겠지. 더 많이 알게되고 집중하면 나도 모을 수 있는 그런것인가. 이런 생각들의 저변으로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끝없이 올라간다. 안그래도 압도적이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야 왜 압도적인지가 이해가 되는 첫 장면을 누군가 올려놓았다. 트랙 넘버가 4번까지 있을까 말까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1번으로 음악 감독이 과감하게 선택한 것은 Radiohead의 "You and Whose Arm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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