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4.2011

Bach-Busoni Chaconne






퇴근하고 
분당구청앞에서 내릴 즈음은 
거의 매일 이렇게 장관이 펼쳐져 있다.  
오늘은 비대신 오랜만에 빛을 보아 좋았다.


어제도 평소처럼 다섯시간 반정도 
나쁘지 않게 잔 것 같은데
아침 저녁 버스 안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회사에서도 종일 잠과 피곤에 취해 헤롱댔던 것은
어젯밤 Bach-Busoni Chaconne를 연습하는데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썼기 때문인것 같다.










특히 두번째 클립 시작하는 부분은
연주할때마다 눈물이 고인다.
그 때 떠오르는 장면은 톨스토이의 War and Peace 끝부분이다.

그것 말고도 어제밤에는 이곡을 연습하는 동안
어렸을 때 장면들이 많이 지나갔다.
넘치는 자의식을 주체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얼굴이 빨개지던
초등학교 3학년때
Mozart의 변주곡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던 순간,
4학년 때 Schubert의 Impromptu로 오르기 전
무대 뒤에서 피아노선생님이 내 손을 붙잡고 기도해주시던 장면,
5학년 때 Beethoven의 Appassionata로 콩쿨준비할 때
같이 준비하던 중학교 2학년 언니가 Emperor Concerto 치던 것을
몹시 질투했던 내 씰룩이 볼.



오늘도 Accu Radio를 듣다가 Mendelssohn의 어떤 곡이 좋아서
혹시나 하고 뒤져보니 역시 내 맥북에 들어있다.
그는 그때 자그마치 6기가 가까이의 악보를
덜렁 그렇게 넘겨주었다.
그리고서 우리는 너무 신경질적으로 조급하게
다시보지 않을 것처럼 인사해버렸다.
내 인간관계 점수는 마이너스 두자리다.
그 때 이 악보들을 덜렁 받아들고
물론 고맙다고 말하긴 했겠지만
설마 내가 이렇게 두고두고 오래도록
고마워하고 고마워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때 이 악보들을 덜렁 받아들고
어느 정도 충분히 흘렀던 시간을 살아내지 않고서는
이것이 쳐도쳐도 끝이 없는 엄청난 분량의 악보인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렇지.
이런식이지.




그렇게 오전에 졸다가
윤롯데와 회사 근처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다음주? 다음달에 여름휴가로
여자친구와 같이 이탈리아에 10일정도 가있는댄다.
좋겠다 싶다.
막 부럽진 않고.
한 일년 살러 가는 거면 부러울텐데.
아니면 같이 가는 사람이 부러울까 말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윤롯데의 여자친구는 사귄지 몇년이 되어도
어찌나 귀하신 몸인지 당최 보여주질 않아서
어떤 인물인지 알 수가 없으니 안부러워지는게 어쩐지 더 쉽다.
여튼 윤롯데와는 조만간
막 날이 어두워지려고 할 때
회사앞 파리크라상이나 아티제에서 팥빙수를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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