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2012

Books and Movies

I am this woman's soul.


























What I've read this month:

- The Golden Bowl by Henry James
- Tristan by Thomas Mann (translated by David Luke)
- Bartleby the Scrivener by Herman Melville (Audio)
- Tonio Kröger by Thomas Mann (translated by David Luke)
- The Paris Review #199
- Persuasion by Jane Austen (Audio)
- Le Nouveau Testament: Actes des Apôtres, Lettre aux Romains (Parole de Vie)
- The Adventures of Sally by P. G. Wodehouse (Audio)
- A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by Bertrand Russell
- A Christmas Carol by Charles Dickens (Audio)
- The Man Who Loved Islands by D. W Lawrence
-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by Johann Wolfgang von Goethe (translated by R. Dillon Boylan; Audio)


Movies I've watched this month:

- 無用 (2007)
- The Quiet (2005)
- Gran Torino (2008)
- Don Giovanni (1979)


*
Esther: You've read quite a lot this month.
Esther: Yea, guess I have.
Esther: But what does that mean?
Esther: Nothing. Nothing other than just that I've read those.
Esther: Anything suggestive?
Esther: No. Let's not go there.
Esther: ... You're a fool.
Esther: I agree.

5.30.2012

not fitting in

Le Pont de Courbevoie
Georges Seurat

한 페이지에 포스트 한 개만 보이게끔 디폴트를 해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 페이지에 일주일치씩만 보이게 하더라도 이건 심각한 정신분열, 다중인격, 질풍노도의 연속이다. 어쩌다가 한 달간의 포스트를 한페이지로 보게 되는데 그 때의 우스꽝스러움이란. 심심하면 해보시고 실컷 비웃으시라.

그 분이 또 오셨다. 모든게 피곤하고 지치고 슬프고 의미없다. 나는 영 맞질 않는다. 어디에도 맞질 않는다. 그대로 아무렇게나 길에 누워버리고 싶은 순간에도, 아무에게나 다 줘버리고 싶은 자의식은 꼿꼿하기만 하다.

모든 걸 손 놓아버리게 될 때 응대불가하게 슬프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 볼, 의도하지 않게 짐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가 계속 이대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로, 가고 있게 하는지도 모른다. 

질문이 있다면, 이 삶도, 이 세상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나에 대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뭣에든 열심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뭐 하나에 집중을 하고 어떻게 이 멈추지도 않고 계속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 개인의 자유가 당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어제 일곱시간이나 잤는데 이러니 분하다. 그것에 대해 분한 것도 슬프고 지치고 의미없다. 

5.29.2012

I celebrate your romance

Spring Breeze
Igor Grabar

여자친구가 일을 관두고 세계 여행을 나간 다음부터 주말마다 심심해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게 멀리서도 느껴지게 하는 롯데가,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그녀를 찾아 인도에 간단다. 아무렴 그래야지. 

가는 김에 화려하진 않지만 왠지 의미있어 보일 것 같은 심플한 반지를 채워주고 오라고 했다. 정작 내가 제안하면서, 상상만해도(상상이라서) 낭만적인 장면이라 내가 막 베시시한다. 전 우주적인 관점 같은, 가장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아도 단 하나 뿐인 그녀를 찾아 대륙을 건너 흙먼지를 날리며 나타나는 남자. 그리고나서 오랜만에 같이 보내는 며칠 밤낮동안 뭐 매 순간이 유리알처럼 빛나고 황홀하겠냐만. 남자가 다시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저녁 호주머니를 뒤적뒤적하며 부끄럽게 꺼내드는, 작고 조용하게 반짝이는 것이 박힌 소박한 반지. 캬!! 괜춘해 응? 대사는, 음. "그냥. 주고 싶었어." 캬! 얼굴은 빨개져도 되는데 뒤통수는 긁지마. 완-전 클리쉐지만 클리쉐가 괜히 클리쉐가 되는 게 아니야. 

그러겠노라며 반지를 골라달라는 롯데의 말에 나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왜 막 떨려. 흐흐.

오랜만에 이 곡으로 건반을 만졌다: Schubert Impromptu in G flat major D899 No.3



played by Horowitz

5.28.2012

i wonder what it's like to be a mother


나는 오늘 까페에 나가 적당한 빛을 쐬며 여유롭게 책이나 읽을 요량이었으나 어떤 부탁으로, 한 선생님께 왜 아이가 과제를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없었는지 설명하는 학부모의 장문의 편지를 엄마의 마음으로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오후내 했다.

나는 전에 딸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을 가늠해보려고 애쓰며 입학원서에 필요한 장문의 학부모 에세이를 써본 적도 있고, 열 살 남짓이지만 어쨌든 총명한 아이의 마음을 가늠해 보며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도 있고, 비슷한 마음으로 학교 과제 에세이를 종종 고쳤다. (이렇게 남의 신발을 잘도 신어보는데 왜 그 밖의 크리에이티브하지만 진짜 같은 스토리는 당최 만들지를 못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걸 미리 다 해봤으니 능숙한 엄마가 될까는 모르겠으나 보통 초 중 고 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들이, 특히 그 자녀가 똑똑하고, 칭찬과 박수를 많이 받고 있을수록 더 긴장하고 조심해야 하는 어떤 것에 둔해지는 경향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이것은 스스로의 조심성으로 가장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에, 자녀가 별로 똑똑하지 않은 것 같고 들리는 칭찬도 박수도 뜸하면, 다른 종류의 긴장이 필요하겠으나.  

여하튼 엄마로서 속상할 수 있을 일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엄마가 아니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시시한 것들이 일단 엄마가 된 이상, 가능성이 되고 걱정이 되고 슬픔이 되고 아픔이 되고 실망이 되어 밀려올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좀 지혜로워져서 가끔은 쿨해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엄마가 되기를 바라겠으나 알 수 없는 일이다. 겨우 세 시간씩에 걸쳐 완성했다는 흉내낸 그림들도, 자식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자식같다며 얼마나 남주기 아까워하는데, 열 달 간의 집중과 관심, 내 몸이 전에 없이 불룩해짐과 내가 먹고 듣고 보고 읽고 생각하는 것, 심지어 내가 어떠하게 생긴 것!까지 직접적으로 연관된, 어떤 살아있는 것이 나타나 걸음을 뗄 때, 그 땐 내 마음이 어떻게 울렁거리게 될지에 대해서는 영 자신이 없다. 

작업을 하는 동안 옆에 어떤 커플이 앉아 있더랬다. 각자 곱게 차려입고 나와 내가 거실처럼 여기는 이 까페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한쪽 손을 꼭 붙들고 앉아 다운로드 받아온 티비 쇼프로그램을 보며 박장대소하고 있다. 에, 한 손씩 박장대소. 나는 하루 빨리 그들이 순조롭게 살림을 합쳐서 티비던 티비를 담아온 노트북이던 그런 건 그들의 안방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기를 바라준다. 괜한 심술이 아니라 이건 진심이다. 

모든 종류의 포기가 부정적인 건 아니다. 이를테면 손해를 보겠다고 미리 마음먹는 건데 이게 잘 될 수록 고맙고 감사한 것이 더 많이 보이게 된다. 이런 자세에는 겉멋으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깊은 멋이 있다. 내가 이래서 지져스가 좋다.

스피킹 오브 지져스, 어제부터 알게된 멋진 사람, Matt Chandler. 특히 이 클립 중 욥기를 읽어주는  부분에서 나는 알고 있던 구절인데도 전에 읽어본 적 없는 것처럼 두렵고 떨렸다. 또 바울이 얼마나 자유로운 인간인지를 얘기하는 부분에서 나는 이미 알고 있던 인물인데도 전에 들어본 적 없는 것처럼 연신 실실대고 있었다.




Indeed, this guy is beautiful and his words are powerful. But what's even more beautiful and powerful is to know where all that beauty and power came from. To know it and thereby to love it, to desire it more.

     

5.27.2012

Answer Me, My Love



Keith Jarrett Live 2011


오늘 본 어떤 영상: 다른 연고 없이 할아버지(88)와 함께 살고 계시는 할머니(83)께 뭐하며 지내시냐고 물어본다.

"그냥 청소도 하고, 밖에 나가 서있고 그러지 뭐"
"밖에는 왜 나가 서 계세요?"
할머니는 감출 것도 없다는 듯이 웃는 눈으로,
"사람이 보구싶으니께 그러지"

나는 여든까지 살아보진 않았지만 무슨 말인지 알기라도 한다는 듯 목이 메였다. 나는 각자 혼자서도 생활에 별 지장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사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은거나, 전에 본 적 없는 할머니가 사람이 보고 싶어 밖에 나가 서 계신다는 것을 보며 목이 엉기는 것 같은 자체가 이미 적자 생존 원리는 엉터리라고 알려주는 자연 현상이라고 본다. 이런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꽤나 불편한 현상이므로, 경제나 하고 효율이나 올리고 '힘' 깨나 쓰려고 사람이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이 내 해석이다. 악착같이 우리네 이해력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이름 달아 정돈하고 결론 지으려는 거만한 집착은 '마비'나 '고립'의 정의에 더 가깝다. 잘 모르겠거나 확실하지 않으면 닫기 보다는 열어두는 것이 상책이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 게 되는 수가 있다.  

Being alone makes us stronger. That's the honest truth. But it's cold comfort, since even if I wanted company no one will come near me anymore. 라고 방금 읽던 데에서 Lisandro는 말한다. 그래가지고 나는 문득 밤인사가 하고 싶어졌다:

내일은 휴일이니 마음이 어떻게 참 좋아요. 비도 막 내리겠다 자기 전에 이런 음악 괜춘해요. 그럼, Good night to you all. 


5.26.2012

I don't understand my body


나는 평소에도 여러 의미에서 내가 이해가 안가는데 오늘은 특히 내 몸이 이해가 안간다. 별로 수고하고 있는 게 없음에도 밤 열 시만 되면, 빨리 눕자, 눕자, 당장 누워야 돼, 하는게 이제는 전혀 귀염성이 없어졌다. 어제 저녁에는 그렇게 잘 먹여놓고 바로 침대로 보내줬음에도 오늘 아침 기운을 못차려서, 좋은 의도로 조물락조물락 어제 저녁만큼 먹을 걸 만들어서 한껏 먹여 준 다음 또 다시 친절하게 침대에 눕혀줬던 것이다.

해가 중천에 있을 즈음에야 겨우 눈곱 뗀 얼굴을 하고, 어젯밤 자기 전에 생각할 땐 오늘 오전동안 후딱 놀아나고 말 줄 알았던 캔버스를 삐딱하게 내려놓았다. 최근 내려받은 Goethe의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오디오북을 듣는 동안 캔버스를 거의 대충 채웠다. 토론토에 있는 어떤 목소리 좋은 남자가 읽어주는데, 나는 책 내용을 어느 정도는 알았기 때문에 미리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삼분의 일 정도 되었을까싶은 데 부터 계속 이 목소리 좋은 남자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막 울먹울먹하는데, 나도 막 색은 칠하겠는데 그 밖에 남은 대부분의 마음으로는 갈팡질팡 어쩔 줄을 몰랐다.

마지막 챕터를 들을 즈음 거의 다 칠해놓고 나니 저 앉아있는 여자가 막 Charlotte 같다.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샤를롯. 혼자 턱을 괴고 앉아있는 샤를롯. 아무렇게나 벗어놓았어야 하는 신발을 빼놓고 안그려넣었네. 나중에 하자.

그러게. 나도, 이게 계속되는 사랑이 아니면 죽어야지, 하는 때가 없었다고 못한다. 너무 티나게 인텐스하고 진지한게 싫어 (혹은 싫다고 해서) 어느 땐가 부터 스스로 바깥 물을 조금씩 타 묽게 하는 요령을 익혔는데 그러다보니 지금은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인간이 된 것 같다. 이것 역시 좀 별로다.

미완이지만 책도 끝났겠다, 원래 대충 그려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하겠다, 싶어 이쯤하고 이름을 쓰고 일어났는데 머리가 핑핑 돌았다. 어지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머리의 모든 혈관들이 쿵덕쿵덕하는게 느껴지고 그림의 색들과, 앉아있는 여자와, 울먹울먹하는 토론토의 남자와 죽어버리는 베르테르가 뒤죽박죽 엉켜버려, 내가 어디에 살고 지금껏 얼마나 살았고 왜 계속 살고 있는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어졌다.

곧 이해가 안가는 내 몸이 얼렁뚱땅 말했다: 서현에 있는 뚜레쥬르에 가서 이분의 일 건포도 빵을 사와. 서현동 뚜레쥬르가 우리 동네 뚜레쥬르보다 맛있는 건 사실이지만 머리가 이렇게 흔들리는 판국에 굳이 거기까지 갈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마침 머리가 잘 작동하지 않으니까 이해가 안가는 내 몸은 지가 원하는 대로 한다. (식욕이 신체적 고통을 줄이려는 욕구보다 더 힘이 센가?) 마침 가는 길에 이어폰에 랜덤하게 걸린게 Schoenberg라서 상황은 더욱 비논리적이고 어쩐지 초현실적이 된다.

원하는 빵을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이해가 안가는 내 몸은 힘들다며 쉬었다 가잔다. 귀족적인 아이스드 케냐를 꼭 드셔야 겠다고 해서 친절하게 대접하고 이층에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다가 이제 됐으니 가자고 해서 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 공원에서 고딩들이 고데기로 시간 좀 들였을 머리를 하고 하의 실종인 채로 데이트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오늘 아무거나 꺼내다보니 입게된, 다 늘어나서 속옷 색이 보일까말까한 민무늬 흰색 티셔츠가 좋다. 찾을 수만 있으면 이런 것 세 개쯤 더 사서 십년은 더 입고 싶다.

집에 와서 엄마표 딸기잼과 브리 치즈, 발사믹을 곁들여 이분의 일 건포도 빵을 먹다가 야채를 얹어 에그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Gerard Manley Hopkins의 God's Grandeur를 천천히 소리내어 읽었다. 반복되는 'o' 소리와 't' 소리와 'f' 소리와 's' 소리와 'b' 소리와 'w' 소리가 좋았다. 참 맞는 말을 하고 있어 두 번 더 읽었다:


The world is charged with the grandeur of God.
It will flame out, like shining from shook foil;
It gathers to a greatness, like the ooze of oil   
Crushed. Why do men then now not reck his rod?
Generations have trod, have trod, have trod;
And all is seared with trade; bleared, smeared with toil;
And wears man's smudge and shares man's smell: the soil
Is bare now, nor can foot feel, being shod.

And for all this, nature is never spent;
There lives the dearest freshness deep down things;
And though the last lights off the black West went
Oh, morning, at the brown brink eastward, springs -
Because the Holy Ghost over the bent
World broods with warm breast and with ah! bright wings.





Brahms intermezzo Op. 119 No. 1 in B minor
played by Sviatoslav Richter

5.25.2012

Antonín Dvořák Serenade For Strings Op.22




참 내게 열심히도 메일 보내주는 Booking.com은 73208원이면 빠리에 4성 호텔을 잡아준다고 하고 심지어 로마는 33276원이면 그 정도 호텔에서 지내게 해주겠단다. 나는 오늘 뉴스팀 쪽에 달린 TV를 무심히 보다가 이탈리아인가 어디에서 몇 시간 동안 계속 지진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눈알이 아프다. 오랜만에 편두통도 오셨다. 푹 잘 요량으로 맘먹고 갈비찜 2인분에 밥 한공기를 깨끗이 비웠다. 과일을 좀 깎아 옆에 두고 엊그제 사둔 캔버스에 구도만 약간 잡아놓았다. 기분이 나면 내일 오전에 물감들과 놀아날거다. 드보르작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특히 더, 괜찮아 괜찮을거야, 하는 것 같아서 걸어놓고 이제부터 잠을 잘거다. 

  

5.24.2012

I believe; help my unbelief



And the days went by, and the nights, without desire, without ennui. All still and soft and uncrying, yet alive as rooted sea-weed is alive. The islander said to himself, "Is this happiness?" He said to himself, "I am turned into a dream. I feel nothing, or I don't know what I feel. Yet it seems to me I am happy."

- D. H. Lawrence, from The Man Who Loved Islands


I know this way of living is dangerous. I know it's not good. But I just can't stop.
Dear God, please open my eyes and ears; give me a bigger, loving heart. Help me not to isolate myself but to explore, dream, and discover. Help me to be infinitely free. 


5.23.2012

back to normality



If we shadows have offended,
Think but this, and all is mended:
That you have but slumbered here,
While these visions did appear;
And this weak and idle theme,
No more yielding but a dream,
Gentles, do not reprehend.
If you pardon, we will mend.

Shakespeare, from A Midsummer Night's Dream

5.22.2012

me and my brother


우리는 서로 닮았다가 안닮았다가 한다. 이 녀석이 나처럼 샷추가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온지 몇 년 째라는 사실은 좀 충격적으로 새롭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 잘 알지만서도 사실 별로 아는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5.21.2012

so, we're here



나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한 이박삼일 정도 서로 친해져보자고 이 주전 쯤 호각을 불었던 건데 이렇게 순순하게 엄마 아빠 동생이 나란히 따라나서 줄 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는 며칠 전 나를 그렇게 못살게 굴었을 줄이야. 동생은 어쩜 이렇게 볼 때마다 낯설 줄이야. 같이 다니는 내내 우리 넷은 모두 어쩜 이렇게 제각각일줄이야.  

5.20.2012

my ideal timetable



으흐흐.


BGM: Passion by Nightmares on Wax





저녁 먹고 동생 기다리면서 어제 놀고 남은 캔버스 하나 색으로 채우기


5.19.2012

food for thought



+ 초등학교 5학년이 그린 것 같다고 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착하게 생겨 좋다. 실제로 보면 더 착하게 생겼다. 이름은 내일 써야지. 이런 그림(밖에 못그리면서) 그릴 때의 관건은 대충 그리는 것이다. 공을 들이면 망하는 장르랄까.

Meanwhile science as technique was building up in practical men a quite different outlook from any that was to be found among theoretical philosophers. Technique conferred a sense of power: man is now much less at the mercy of his environment than he was in former times. But the power conferred by technique is social, not individual; and average individual wrecked on a desert island could have achieved more in the seventeenth century than he could now. Scientific technique requires the co-operation of a large number of individuals organized under a single direction. Its tendency, therefore, is against anarchism and even individualism, since it demands a well-knit social structure. Unlike religion, it is ethically neutral: it assures men that they can perform wonders, but does not tell them what wonders to perform. In this way it is incomplete. In practice, the purposes to which scientific skill will be devoted depend largely on chance. The men at the head of the vast organizations which it necessitates can, within limits, turn it his way or that as they please. The power impulse thus has a scope which it never had before. The philosophies that have been inspired by scientific technique are power philosophies, and tend to regard everything non-human as mere raw material. Ends are no longer considered; only the skillfulness of the process is valued. This also is a form of madness. It is, in our day, the most dangerous form, and the one against which a sane philosophy should provide an antidote.

- Betrand Russell, History of Western Philosphy

food for thought. not that I entirely agree. 

5.18.2012

a scene



나는 오늘 점심 때 광화문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집중을 한 몸에 받았다. 다 크고도 십 오년 쯤 더 보낸 여자가 꽤 높은 문턱에서 내려오다가 제 발에 걸려, 3초간 허공을 아치형으로 날아 시멘트 바닥에 두 무릎과 두 손바닥으로 착지한 것.

균형을 잃으면서 허공에 뜬 순간 열명 남짓의 "꺅!"하는 여자들의 단마디 비명( "어맛!"과 "꺅!" 사이에는 목격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에 심심찮은 차이가 있으리라 여겨진다)과 대여섯 명 남짓의 "어이쿠!"하는 흰 와이셔츠 남자들의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부터 "어?" 소리도 내지 않은 것 같은 나는 공중에 떠 있으면서도 그 소리들과 내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쿵!하면서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가, 이윽고 아까 그 "꺅"과 "어이쿠", 그리고 내가 그러고 엎어져 있음의 상관 관계가 믿어짐과 동시에, 아프다, 창피하다, 어떡하지, 울까, 아프다, 창피하다, 어떡하지, 울까가 빛의 속도로 연속 세 번쯤 지나간 다음에도 나는 그대로 좀 엎어져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한숨을 푹 쉰 다음 ('또야?') 털지도 않고 걸었다. 나는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하기도 싫고 창피하면서 창피하지 않은 척 하기도 싫었는데 그렇다고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너무너무 아프고 창피해요!!" 할 수도 없어, 뭐 어떻게 그 다음을 있어야 할지 모르고 헷갈리는 표정으로 그저 천천히 걸어 사무실로 돌아왔음직하다. 헷갈리게 돌아오면서도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온몸이 파프리카처럼 빨개진 것이 느껴졌다. 

금요일이라 스커트가 아니라 청바지를 입어서 다행이었지만 분명 두 무릎에서는 피가 철철 나고 있을 거라고 각오하고, 입술을 깨물며 바지를 걷어올리니 거짓말처럼 멀쩡하다. 생각해보니 바닥에서 밀리면서 멈춘게 아니라, 무슨,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것처럼..에, 어, 떨어졌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보면 두 무릎에 시퍼런 멍이나 들어있을지 싶다, 했는데 밤이 되면서 충격을 받았던 발목, 손목, 뒷목, 어깻죽지, 무릎이 점점 아파온다. 

어쨌든 훌륭하다. '꽈당'과 '쿵'의 차이. 허공에 떠 있는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균형을 잡으려고 몸부림을 쳤으면 그렇게 정확히 네 군데의 좁은 무게 중심으로 떨어지는가. 정확히 두 손바닥과 두 무릎으로 무차별한 중력을 이겨내다니. 므하하. 아플만도 하지. 

그건 그렇고 나는 오늘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책 읽으며 가다가 쫌 잘생긴 사람이 옆에 서있는 것을 힐끗 보고 같은 문장 여러 번 읽게 됐다. 크흐흐. 웃기다.

내일 오전에 살 것들: 립밤, 캔버스, 파스 많이.

5.17.2012

summery and wintry

photo by someone whose soul i seem to deeply care about

+ 아주 거칠게, 여름 같은 사람들과 겨울 같은 사람들로 나누자면, 겨울 같은 사람이 우울과 비관에 처할 위험만큼, 여름 같은 사람 역시 얕고, 가볍고, 피상적이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정리가 됐다. 키워드는 summery/wintry personality, superficiality, depression, equally in danger이다.

+ 나는 회사 팬트리에 있는 코코아 분말에 스팀밀크를 넣고 에스프레소를 두 번 누르면 귀족적인 스타벅스의 샷추가 카페모카 못지 않은 괜찮은 음료가 된다는 사실을 오전에 발견하고는 땡잡은 기분이 들어 어깨를 여러번 으쓱했다.

+ "Tu refuses de comprendre, tu ne veux pas changer."

+ 오후에 약간 곤란하면서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 오셨다. 나는 정당함을 따지면서 냉소적으로  쏘아붙일 말이 아주 자동으로 그 자리에서 떠올랐지만 왠지 너무 쉬워 그만두기로 하고 대신, 우헤헤거렸다. 덕분에 내일 오전까지 좀 곤란하면서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의 연속이겠다. 내일은 금요일이니 그냥, 어쨌든 우헤헤하기다.

5.16.2012

Mozart: Ave Verum Corpus




+ 한숨 대신 기쁨과 감격, 경이로움으로 꽉 찬 심장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줬던 음악. 오전내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사실 이 버전이 개인적으로 더 좋지만 이건 여기 옮겨지지 않는 관계로.)

+ 나는 사람들이 하도 Wodehouse, Wodehouse, 하길래 언제가 한번 읽어볼 참이었다. 마침 근래에 그의 작품 중 The Adventures of Sally라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찾아서 어떤 캘리포니아 발음의 마담이 읽어주시는 것을 듣고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첫만남에 그닥 불꽃이 튀고 있질 않는 것은 이 마담의 영향일까.

+ 점심 시간에 명동 롯데에 갔다가 오랜만에 윤롯데를 봤다. 저녁 먹자는 걸, 점심 때 잠깐 얼굴이나 보고 괜찮게 생긴 것 같으면 저녁 때 보자고 했다. 이런 재미없는 농담을 무표정하게 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 뭐 별다른 걸 또 말하는가 싶다. 

김치말이밥을 먹으러 갔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 윤롯데가 일하는 회사의 어느 팀 과장님이라는 분 일행이 식사를 하고 나가시면서 윤롯데의 이름을 크게 한번 부르더니 (윤롯데는 이름이 있다.) 우리 테이블 것까지 계산을 하고 가셨다. 나는 참 젠틀맨리한 기업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윤롯데의 얼굴은 쫌 빨개졌다.

결국 우리는 서로 안생겼다고 생각했는지 저녁 때는 보지 않기로 했는데, 뻥 차인느낌이야, 역시 내 뾰루지가 견딜수없이쪽팔렸던거지, 같은 다소 부조리극 같은 대사들을 문자로 읊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인도에 가 있다. 앞으로 네팔, 칠레 등의 나라를 일 년간 여행할 참이다. 그들은 매일 Skype을 한다. 내 생각에 여자친구가 돌아올 때 쯤 되면 그들은 결혼할 것 같다. 장하다! 윤롯데. 

나는 여행 자체를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그것에 대해 절실해 본적이 없다. 스물 두어살 때쯤 성신여대 입구에서 두세달인가 살았을 때도 5층 건물 옥상에서, 자 여기가 바로 빠리야, 한다음 집중해서 상상하는 연습을 하곤 했었다. 어느 날 밤에 친구 두 명이  놀러왔다가 내가 그러고 있는걸 보고, 웃기고 있네,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 낮에 케빈이가 "pretty awesome"하다고 보내준 링크. 전부 사실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에서야 처음 Nikola Tesla라는, Thomas Edison과는 비교도 안되게 훌륭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알게되었으니 그러게. 좀 미안하다.

+ 퇴근을 하면서 평소와 같이 3호선을 탔는데 별안간 방송에서, 뽀뽀뽀 언니의 억양과 연속극 대사의 어투로, 고객님~ 저희 서울메트로가 .... 하게되어 얼마나 좋으십니까~ ... 즐거운 저녁되시기 바랍니다~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나는 책을 읽다말고 눈이 똥그래졌다. 114의, 사랑합니다~ 고객님~, 처럼 좋다싫다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어색한 부담감의 사촌 오빠 정도 되겠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학 때 방송반에서 회장했다고 자기소개서 쓴 서울메트로 신입직원일 수 있겠다. 서울메트로는 '혁신적인 글로벌 지하철 문화' 같은 선전 문구를 내걸고 야심차게 신입을 뽑았을 테다. 나는 이런 게 (주로 내맘대로 그렇다 치는게) 다 재밌다. 

+ 나는 아무래도 요리를 좀 하는가? 나는 아무렇게나 썰거나 볶거나 끓이거나 뒤적거려도 내가 한건 잘 먹는다.

+ 이번 주에 착하고 시원하고 여름 냄새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으므로, 나는 이제 벽에 못질을 하기 전까지 당분간은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했던건 간단하게 무효로 하기로 한다. 나는 구체적으로 작년 Christie's 경매에서 삼만 칠천 오백 불에 팔렸다는 Maurice Utrillo 그림 같은 것을 그릴거다. 심지어는 가을이 오는 9월 말 10월 초 경에 그릴 그림도 생각해 두었다. 다 그리고 나면, 에, 일단 그냥 쌓아두기로 하자.


5.15.2012

the acacia tree revisited



저녁을 한껏 먹고 배를 두들기고 앉아, '피곤하고 배부른데 이제 그만 잘까', 하는 여자와 엊그제 반한 아카시아 나무를 보게 해주면 돌아와서 바로 재워주겠다는 협상을 하고는 대충 옷을 걸치게하고 자전거를 끌었다. 남 얘기 같지 않은 스크루지 얘기를 들으면서 이 십분 정도 굴려 엊그제 반한 아카시아 나무 앞에 멈춰섰다.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았다. 숨을 참았다가 공중에 코를 킁킁대도 아무것도 맡아지질 않았다. 바람이 세고 나는 추웠기 때문이다. 

처진 어깨로 왔던 길을 되돌아 굴리면서 그러게 옷을 제대로 걸쳐줬어야지, 이게 뭐냐, 춥다 추워, 기침도 막 나와, 잠이나 잘 걸 그러지 않았냐고 여자는 속으로 내내 궁시렁댄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도 어쩌고저쩌고하고 있는 여자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건너편 건물 계단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는 어떤 엄마와 아빠와 아들이다. 엄마가 술래다. 뒤돌아 눈감고 서서 무궁화 꽃이 피었다고 할 동안 아빠와 아들이 꽃게처럼 샤샤샥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양이 너무 재미있어 여자는 궁시렁은 잊어버리고 쿡쿡대고 있다. 

신호가 바뀌고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뒤돌아있는 술래 엄마에게 재빨리 샤샤샥 다가가 등을 찜하고 까르르르르르르 냅다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는 것을 상상하면서 짓궂게 씨익 웃다가 나는 서른 두 살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자못 진지하게 자전거를 굴려 얌전하게 집에 들어왔다. 


5.14.2012

disenchanted

photo by Elisabelle


나는 어제도 있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 오늘 더 깨끗하고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되면 더러워지고 식상해진다는 세상의 이치같은 것에 통째로 역행해서 살고 싶다.

보통 상식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의심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 앞에서 침튀기며 요란하게 다뤄질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주의를 끌려고 의식하고 목에 힘을 주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비슷하고 시시해지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본래 하나같이 특별한데 그런 개인의 특별함은 아무도 없이 혼자인 곳에서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몰라줘도 되는 소소한 존재의 위엄 같은 것, 오히려 조용할 수록 마음이 가는 것은 그냥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5.13.2012

after the aftermath



그래가지고 어젯밤 울상을 넘어 본격적으로 집중해서 울다 잠이 들었더니 오늘은 눈이 잘 안떠질만큼 얼굴이 심하게 망가져서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 했다. 교회에 가려고 집에서 나와 엘레베이터를 탔다가 거울을 보고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도로 들어와버렸다.

해가 지고 나서야 집 앞에서 표 안나게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자전거를 끌고 나와 동네 꽃집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요즘 같은 날씨에 뚱딴지 같아 매력있는 크리스마스 캐롤 오디오북을 들으며 탄천 주변에서 천천히, 표 안나게 놀았다. 늦은 저녁바람에 실린 향을 좇아 어떤 아카시아 나무 주위를 열 바퀴 쯤 빙빙 돌았다.

하루가 다 지나고 잘 시간이 되었는데도 내 눈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여전히 불그스름하고 그 밑에 불룩한 주머니들은 좀처럼 후퇴하지를 않는다.

5.12.2012

the aftermath

photo by Tim Robinson

그래가지고 즐거운 정신으로 끝까지 실험을 완수했고 아빠의 체면도 좀 세움직하다.
그래가지고 내 몫은 다했다고 계획된 정신을 흩뿌리고나니 나는 지금 아빠가 너무 밉고 엄마도 너무 밉다. 열 살처럼 아주 대놓고 울상이다. 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내가 해석할 수 있는건가. 아니, 상황 자체가 매우 설명적이니 해석이 필요없을 수도 있다.

오늘 잠들기 전까지만 실컷 밉다가 말았으면 좋겠다. 태연히 아름다운 나무들도 있으니까. 아아, 나는 착하게 살고 싶은데 자꾸 나를 못되게 만들어, 슬프고, 어쩐지 억울하다.

5.11.2012

Two Poems by Jonathan Galassi

photo by elisabelle



















YOUNG

I tired, and each attempt was a fiasco.
I yearned, but every love of mine was wrong.
I needed, and the shame was overwhelming.
I failed, and so I hated being young.



MIDDLE-AGED

He was middle-aged which
means that the mixture of
death and life in him was
still undetermined. And
all of a sudden he took
an unwarranted turn - impul-
sive, convulsive. As in
those nineteenth-century
plays where the roof gets
blown off the convention-
al house and the audience
is left to gape at the 
heroine bareheaded - him.
He has a gift for self-
serious hyperbole and he
resorts to it regularly
to describe and explain
his behavior. Not that
anything happened. But
he stared into something,
an abyss or a garden, and
now in the aftermath he's
more alone than before.
He has not been forgiven,
not that he wants to be.
What he wants is to know
what he saw, that it wasn't 
theatrics. But that's
hard to achieve, things
being what they are, the
others implicated being
themselves. So he walks 
in circles and wonders
and kicks at the leaves.

-from The Pairs Review #199 


+ 나는 오늘 화장실에서 혼잣말하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 나는 오늘 음식에 까다롭고 환경보호에 민감하고 매사에 깔끔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어떤 사람이 손을 씻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가는 것을 알아챘다.

+ 나는 오늘 까페에서 아주머니 세 분이 하시는 얘기를 엿들었다. 키워드는 영어 교육, 영어 발음, 제 2외국어, 조기 유학, 청담/ 대치, 유명 학원, 대원 외고, 내신 점수이다.

+ 나는 너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책들에 대해 그 새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말야. 미처 얘기할 기회가 없었네. 그것들은 아무래도 너무 건조해 안되겠어.

+ 나는 내일 아빠의 체면 같은 것을 생각해서 할 일이 있는데 즐거운 실험 정신으로 해보겠다.


5.09.2012

Tonio Kröger



I admire those proud, cold spirits who venture out along the paths of grandiose, demonic beauty and despise 'humanity' - but I do not envy them. For if there is anything that can turn a littérateur into a true writer, then it is this bourgeois love of mind for the human and the living and the ordinary. It is the source of all warmth, of all kind heartedness and of all humor. and I am almost persuaded it is that very love without which, as we are told, one may speak with the tongues of men and of angels and yet to be a sounding brass and a tinkling cymbal.

What I have achieved so far is nothing, not much, as good as nothing. I shall improve on it, Lisaveta - this I promise you. As I write this, I can hear below me the roar of the sea, and I close my eyes. I gaze into an unborn, un embodied world that demands to be ordered and shaped, I see before me a host of shadowy human figures whose gestures implore me to cast upon them the spell that shall be their deliverance: tragic and comic figures, and some that are both at once - and to these I am strongly drawn. But my deepest and most secret love belongs to the fair-haired and the blue-eyed, the bright children of life, the happy, the charming and the ordinary.

Do not disparage this love, Lisaveta; it is good and fruiful. In it there is longing, and sad envy, and just a touch of contempt, and a whole world of innocent delight.

- Thomas Mann, Tonio Kröger, translated by David Luke


5.07.2012

it's like spreading jam on bread

photo from 101 Cookbooks

시간을 잘 흘려보내는 것은 마치 식빵에 쨈을 바르는 것과 같다. 기왕이면 오가닉이고 너무 달지 않고 색이 예쁘고 텍스쳐가 너무 묽지 않고 좋아할만한 병에 담겨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겠다. 일정하게 적당한 압력을 주어 꼼꼼하게 바르는 작업은 싱싱한 야채를 썰 때처럼 보기에도, 하기에도 좀 재미가 있다.

드럼 세탁기가 돌아가면서 빨래들이 천천이 젖어들고 점점 거품이 나고 물이 빠지고 다시 채워져서 돌아가고 다시 빠지고 다시 채워져서 돌아가고 할 때마다 빨래들이 조금씩 깨끗해지면서 마침내 꺼낼 때가 되어 해가 있는 곳에 널리게 되는 것을 그날 따라 유독 유심히 관찰하면서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다. 

이러한 쨈 바르기는 오직 시간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음을 인식할 때만이 가능한 작업이다. 쨈 바르기도 귀찮아질 때는 오직 쨈 바르기 위해 태어났다고 마음을 고쳐먹어본다. 이런 마음 가짐은 이를테면 퇴근 후 옷갈아 입기 귀찮을 때도 효과가 있는데 오직 옷갈아 입는 그 순간을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물론 적당한 상상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혹자에게는 상상하고 집중하는 것이 옷갈아 입는 것보다 더 귀찮다.) 그것도 안될 때는 모르겠다. 그냥 어떻게든 있어도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람이 죽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좋지 않은 일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추측해보고 하는 것은 어느 상황에서건 별로 좋은 효과를 본 적이 없었다. 궁금해하는 건 괜찮다. 


5.06.2012

Touch Wood Commercial







What's done here is certainly beautiful. But what's more inspiring is how it's done.

5.05.2012

Under the Moonlight



나는 위로는 달을, 옆으로는 탄천을 두고 자전거를 탔다. 속도로 치자면, 이게 구르는 거냐 걷는 거냐, 할 정도로 천천히 탔다. 그러다가 이유가 있어서 멈춰섰다. 전에 누군가가 고정해 준 안장이 아무래도 높아 여러 번 낮추려고 시도했었지만 나사가 너무 세게 조여 있어 꿈쩍도 안했었던 것을 다시 한번 해보려고 낑낑대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쨍쨍한 싸이클링복, 안경, 헬맷 다 갖추신 전문가님이 내 자전거 바퀴 지름의 세 배는 됨직한 자전거를 타고 수퍼맨처럼 나타나셔서, 내가 문제는 이것입니다, 라고 스스로 알아듣게 말씀드리기도 전에 한번에 나사를 훅 풀어주시고 안장을 낮춰주셨다. 나는 어려운 숙제를 8개월만에 해결한 사람처럼 활짝 웃었다. 한결 편하게 이게 구르는 거냐 걷는 거냐 하다가 다리 밑에서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맥북을 펴놓고 쿵짝쿵짝 반주에 맞춰 테너/알토 색소폰을 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구경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나는 유모차도 밀 겸 운동 겸 나오신 배나온 아저씨를 보았다.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도 보았다. 가로등 밑에 앉아 피자를 시켜먹고 있는 청소년들도 보았다. 그 밖에 산책에 적절하지 않은 복장의 연애 중인 커플들과, 늦은 저녁을 차려먹고 슬렁슬렁 바람쐬러 나온 츄리닝 차림의 커플들, 달리는 날씬한 사람들과 씽씽 지나가는 다른 자전거들을 보았다. 나는 가면서 이것을 들었는데 달빛 아래서 이게 구르는 거냐 걷는 거냐하는 상황에 매우 적절한 토크였다. 내 몸 전체가 살아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감탄할 수 있는 능력은 한 이십 구년전에 잃어버린 것 같지만 회복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내일오늘내일 살고 있는 나는 모든게 무리다싶은 이 때 가정의 달을 기념하겠다는 보기좋은 명목으로 엄마아빠를 좀 쉬게 해드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은 분명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5.04.2012

The Point

Carl Holsoe

출근 전 화장을 하면서 아무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틀어놨던 단편 소설, Charles D'Ambrosio의 The Point에 나오는 어떤 서른 여덟의 꽐라된 여자가 하루종일 귓가에 맴돌았다. 퇴근 후 한번 더 들었다. 참 웃기고 슬프다. 

5.03.2012

God, help me


everything seems so utterly meaningless. something is being continuously, helplessly wasted. yes, i hate everything. no, i don't know what to do with myself. my whole being stinks. nothing but skin and ego. help me, God. help me.

5.02.2012

The Day Is Coming



There have been times when I think we do not desire heaven; but more often I find myself wondering whether, in our heart of hearts, we have ever desired anything else... It is the secret signature of each soul, the incommunicable and unappeasable want, the thing we desired before we met our wives or made our friends or chose our work, and which we shall still desire on our deathbeds, when the mind no longer knows wife or friend or work... All your consciousness. The day is coming when you will wake to find, beyond all hope, that you have attained it.

- C. S. Lewis, The Problem of Pain


5.01.2012

無用



딱히 노동절을 기념해서 꺼내보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노동의 의미, 생산의 절차, 창작의 의도와 철학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를 봤다. 단순히, 그러면 뭐하나, 매겨진 값을 빼고는 대다수의 소비자는 개의치 않는데, 일단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여겨지면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순리인 듯 바쁘게들 사는데, 특정 제품에의 소유가 마치 저가 속한 사회 문화 생활 계층을 직간적접이고 자동적으로 증명한다는, 퍽이나 허술한 품위에의 위계질서가 바로 본인과 여러분이 만들어낸 것인데, 라고 할 것은 아니고. 영화는 보는 사람이 약간 불편할 만큼 겸손해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귀족적인 스타벅스에 가 샷 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놓으라는 본인에게, 그럴 자격도 이뤄낸 것도 없다는 것을 또 굳이 요목조목 짚어내며 죄책감을 옴팡 안겨주었다.

원래부터 그닥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점점 안생겨져간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현상에 대한 반응인데, 치, 더 안생겨져보리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어떻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안생겨지게 놔두리라. 그러는 중에 어쩌면 본인의 안생김을 마음껏 스스로 놀릴 수 있는 넉살이라도 길러지면 그냥 마냥 놔두리라. 모두가 하나같이 인정하는 미인이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가까이에 앉아도 본인은 하품이나 하리라. 상호보완적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어코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을 믿으리라. (그러는 중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어떻게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그냥 어떻게든 해보리라.)  이런 건 내 평생 절친인 반항심이 재주를 부려 이른바 히스테릭한 노처녀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일까. 여하튼 이런 자세는 이 밖에도, 아무도 본인을 모를 때 더 무명이 되어버리리라, 평범도 안되면 아예 없는 것처럼 되어버리리라 같은 흥미로운 문장들을 짓는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곧 출근하기 싫다, 가 더 싫어져 보리라가 되지 않음이다. 이것은 불가능한데 이 때 반항심은 뷁, 그렇다면 그냥 출근하기 좋아버리지 뭐, 를 해보자고 제안을 하지만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 반항이 요렇게 조렇게 아무리 창의적으로 재주를 넘어봐도 어떻게 손쓸 수가 없는 명백한 한계이다.

나는 위 사진을 찍은 자리에서 거의 오후 대부분을 보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음 입안에 넣은 브라우니는 맛에 별 변화가 없지만 브라우니를 한 입 먹은 다음의 커피 한 모금은 더 맛있다는, 별 시덥지 않지만 어쨌든 새로운 느낌을 발견하는 업적을 이뤄냈다.

집. 한참 사용하지 않은(을?) 크리에이티비티를 모조리 불살라 황당하고 혁신적인 샐러드 소스를 만들어 숙제인 양 성실하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