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2012

Mozart: Ave Verum Corpus




+ 한숨 대신 기쁨과 감격, 경이로움으로 꽉 찬 심장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줬던 음악. 오전내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사실 이 버전이 개인적으로 더 좋지만 이건 여기 옮겨지지 않는 관계로.)

+ 나는 사람들이 하도 Wodehouse, Wodehouse, 하길래 언제가 한번 읽어볼 참이었다. 마침 근래에 그의 작품 중 The Adventures of Sally라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찾아서 어떤 캘리포니아 발음의 마담이 읽어주시는 것을 듣고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첫만남에 그닥 불꽃이 튀고 있질 않는 것은 이 마담의 영향일까.

+ 점심 시간에 명동 롯데에 갔다가 오랜만에 윤롯데를 봤다. 저녁 먹자는 걸, 점심 때 잠깐 얼굴이나 보고 괜찮게 생긴 것 같으면 저녁 때 보자고 했다. 이런 재미없는 농담을 무표정하게 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 뭐 별다른 걸 또 말하는가 싶다. 

김치말이밥을 먹으러 갔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 윤롯데가 일하는 회사의 어느 팀 과장님이라는 분 일행이 식사를 하고 나가시면서 윤롯데의 이름을 크게 한번 부르더니 (윤롯데는 이름이 있다.) 우리 테이블 것까지 계산을 하고 가셨다. 나는 참 젠틀맨리한 기업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윤롯데의 얼굴은 쫌 빨개졌다.

결국 우리는 서로 안생겼다고 생각했는지 저녁 때는 보지 않기로 했는데, 뻥 차인느낌이야, 역시 내 뾰루지가 견딜수없이쪽팔렸던거지, 같은 다소 부조리극 같은 대사들을 문자로 읊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인도에 가 있다. 앞으로 네팔, 칠레 등의 나라를 일 년간 여행할 참이다. 그들은 매일 Skype을 한다. 내 생각에 여자친구가 돌아올 때 쯤 되면 그들은 결혼할 것 같다. 장하다! 윤롯데. 

나는 여행 자체를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그것에 대해 절실해 본적이 없다. 스물 두어살 때쯤 성신여대 입구에서 두세달인가 살았을 때도 5층 건물 옥상에서, 자 여기가 바로 빠리야, 한다음 집중해서 상상하는 연습을 하곤 했었다. 어느 날 밤에 친구 두 명이  놀러왔다가 내가 그러고 있는걸 보고, 웃기고 있네,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 낮에 케빈이가 "pretty awesome"하다고 보내준 링크. 전부 사실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에서야 처음 Nikola Tesla라는, Thomas Edison과는 비교도 안되게 훌륭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알게되었으니 그러게. 좀 미안하다.

+ 퇴근을 하면서 평소와 같이 3호선을 탔는데 별안간 방송에서, 뽀뽀뽀 언니의 억양과 연속극 대사의 어투로, 고객님~ 저희 서울메트로가 .... 하게되어 얼마나 좋으십니까~ ... 즐거운 저녁되시기 바랍니다~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나는 책을 읽다말고 눈이 똥그래졌다. 114의, 사랑합니다~ 고객님~, 처럼 좋다싫다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어색한 부담감의 사촌 오빠 정도 되겠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학 때 방송반에서 회장했다고 자기소개서 쓴 서울메트로 신입직원일 수 있겠다. 서울메트로는 '혁신적인 글로벌 지하철 문화' 같은 선전 문구를 내걸고 야심차게 신입을 뽑았을 테다. 나는 이런 게 (주로 내맘대로 그렇다 치는게) 다 재밌다. 

+ 나는 아무래도 요리를 좀 하는가? 나는 아무렇게나 썰거나 볶거나 끓이거나 뒤적거려도 내가 한건 잘 먹는다.

+ 이번 주에 착하고 시원하고 여름 냄새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으므로, 나는 이제 벽에 못질을 하기 전까지 당분간은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했던건 간단하게 무효로 하기로 한다. 나는 구체적으로 작년 Christie's 경매에서 삼만 칠천 오백 불에 팔렸다는 Maurice Utrillo 그림 같은 것을 그릴거다. 심지어는 가을이 오는 9월 말 10월 초 경에 그릴 그림도 생각해 두었다. 다 그리고 나면, 에, 일단 그냥 쌓아두기로 하자.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