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Breeze Igor Grabar |
여자친구가 일을 관두고 세계 여행을 나간 다음부터 주말마다 심심해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게 멀리서도 느껴지게 하는 롯데가,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그녀를 찾아 인도에 간단다. 아무렴 그래야지.
가는 김에 화려하진 않지만 왠지 의미있어 보일 것 같은 심플한 반지를 채워주고 오라고 했다. 정작 내가 제안하면서, 상상만해도(상상이라서) 낭만적인 장면이라 내가 막 베시시한다. 전 우주적인 관점 같은, 가장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아도 단 하나 뿐인 그녀를 찾아 대륙을 건너 흙먼지를 날리며 나타나는 남자. 그리고나서 오랜만에 같이 보내는 며칠 밤낮동안 뭐 매 순간이 유리알처럼 빛나고 황홀하겠냐만. 남자가 다시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저녁 호주머니를 뒤적뒤적하며 부끄럽게 꺼내드는, 작고 조용하게 반짝이는 것이 박힌 소박한 반지. 캬!! 괜춘해 응? 대사는, 음. "그냥. 주고 싶었어." 캬! 얼굴은 빨개져도 되는데 뒤통수는 긁지마. 완-전 클리쉐지만 클리쉐가 괜히 클리쉐가 되는 게 아니야.
그러겠노라며 반지를 골라달라는 롯데의 말에 나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왜 막 떨려. 흐흐.
오랜만에 이 곡으로 건반을 만졌다: Schubert Impromptu in G flat major D899 No.3
played by Horo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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