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2012

Under the Moonlight



나는 위로는 달을, 옆으로는 탄천을 두고 자전거를 탔다. 속도로 치자면, 이게 구르는 거냐 걷는 거냐, 할 정도로 천천히 탔다. 그러다가 이유가 있어서 멈춰섰다. 전에 누군가가 고정해 준 안장이 아무래도 높아 여러 번 낮추려고 시도했었지만 나사가 너무 세게 조여 있어 꿈쩍도 안했었던 것을 다시 한번 해보려고 낑낑대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쨍쨍한 싸이클링복, 안경, 헬맷 다 갖추신 전문가님이 내 자전거 바퀴 지름의 세 배는 됨직한 자전거를 타고 수퍼맨처럼 나타나셔서, 내가 문제는 이것입니다, 라고 스스로 알아듣게 말씀드리기도 전에 한번에 나사를 훅 풀어주시고 안장을 낮춰주셨다. 나는 어려운 숙제를 8개월만에 해결한 사람처럼 활짝 웃었다. 한결 편하게 이게 구르는 거냐 걷는 거냐 하다가 다리 밑에서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맥북을 펴놓고 쿵짝쿵짝 반주에 맞춰 테너/알토 색소폰을 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구경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나는 유모차도 밀 겸 운동 겸 나오신 배나온 아저씨를 보았다.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도 보았다. 가로등 밑에 앉아 피자를 시켜먹고 있는 청소년들도 보았다. 그 밖에 산책에 적절하지 않은 복장의 연애 중인 커플들과, 늦은 저녁을 차려먹고 슬렁슬렁 바람쐬러 나온 츄리닝 차림의 커플들, 달리는 날씬한 사람들과 씽씽 지나가는 다른 자전거들을 보았다. 나는 가면서 이것을 들었는데 달빛 아래서 이게 구르는 거냐 걷는 거냐하는 상황에 매우 적절한 토크였다. 내 몸 전체가 살아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감탄할 수 있는 능력은 한 이십 구년전에 잃어버린 것 같지만 회복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내일오늘내일 살고 있는 나는 모든게 무리다싶은 이 때 가정의 달을 기념하겠다는 보기좋은 명목으로 엄마아빠를 좀 쉬게 해드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은 분명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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