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2012

Books and Movies

Maurice Utrillo Playing with a Slingshot
Suzanne Valadon

왠지 어리숙하게 그려서 내가 꽤나 좋아하는 Maurice Utrillo의 엄마되시는 분 Suzanne Valadon이 새총가지고 노는 그의 어릴 적 모습을 그려주시다.  


Books I've read this month:

The Savage Detectives by Roberto Bolaño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by 전혜린
입 속의 검은 잎 by 기형도
Première lettre aux Corinthiens (Bible Parole de Vie)


Movies I've watched this month:

Genova (2008)
The Amazing Spider-Man (2012)
Mad Men (TV Series, Season 5)



집에 있을 때 읽는 책과 출퇴근 길에 읽는 책, 사무실에서 짬날 때 읽는 책, 주말에 몰아 읽는 책이 모두 다르다 보니 이번 달에는 막상 끝까지 읽은 책이 별로 없다. 책이 너무 두꺼워 가지고 다니기에는 무리인 이유가 있겠고, 집어든 책이 생각보다 별로인데 어쨌든 끝까지 읽어는 봐야겠다는 괜한 의무감을 덜 딱딱하게 해줄만한 기분전환용 책까지 해서 가방에 두권씩 넣어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있겠다. 그,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다가, 생각보다 별로인 책은 Umberto Eco의 The Name of the Rose 이고 가지고 다니기 무리인 책은 DFW의 Infinite Jest이다. 앞에 것은 100여 페이지 가량 남은 것이 참 다행이고, 뒤에 것은 앞으로 900페이지 가량 더 남았는데도 이미 읽은 만큼 그 마지막 페이지와 가까워진 것이 못내 아쉽다. 내일은 Shakespeare의 Twelfth Night 를 소리내어 읽으러 가는 두 번째 날이다. 지난 주에는 읽은 지 좀 된 Marquez의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를 가지고 어디쯤 갔었는데 심도있는 이야기를 펼쳤다기보다는 그냥 이것저것 아는 척을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리석은 모양으로라도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 무어라도 꺼내 얘기하는 것은 이제 과제처럼 돼버렸다. 

오전에 방향없이 몰아치는 비를 뚫고 옆동네에 갔다. 1분동안 왠만하면 조리있게, 해야되는 얘기 다 끝내야 하는 게임같은 문제를 연습하는 아이옆에 앉아 이를 다 드러내고 키득키득 웃다, 또 짐짓 진지한 얼굴을 하고 그랬다. 한참 그러고 나와서도 오전이 지나지 않아 귀족적인 스타벅스에 가 전혀 우아하지 않게 앉아있었다.

이번 달에 한번도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별거 아닌데 괜히 당황스러워하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오늘 놀라운 스파이더맨을 보았는데 순전히 Andrew Garfield를 보기 위해서였다. Boy A 때부터 유심히 보아온 그의 얼굴이나 몸의 어떠함와 연기는 영화 상영 도중 여러번 스크린을 멈춰버리고 싶게 한다. 진짜다, 싶다. 웃을 때 진짜 웃고 울 때 진짜 우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 표정 없을 때에도 그의 눈은 뭔가 계속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쓰지만 누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다른 누군가에 대해 쓰고 있겠는 클리쉐일 뿐이겠고 그냥 과도한 감정이입으로 일어나는 착각일 수 있겠다. 아무튼 나는 그가 참 좋기 때문에 오늘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계속 오른 검지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그가 영화 속 상대역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것은 좀 의외인데 나는 애초에 그도 잘 모르고 그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으니 의외라고 느끼는 것은 외람된다.  

이제 어쩌다가 마주친 새로운 사람들이 왠만하면 나보다 어린 것으로 밝혀지는 것이 썩 유쾌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이에 어떤 인위적인 감정을 투척해 자연스럽게 다듬어볼까. 적어도 어느때나 불쾌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지게.  

6.28.2012

2:35pm




The mind is a funny thing.


Billie Holiday - Solitude


6.27.2012

le bon moment



식욕부진.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종종 숨이 찬다. 올해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여름이다. 점심때 너무 덥고, 몸이 사라졌으면 좋겠고, 화가나기 싫어 쾡한 눈으로 다시 사무실에 들어왔다. 곧 미국으로 가는 아이가 토플을 봐야하기 때문에 당분간 덩달아 바쁘다. 힘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먹기 싫은 것과 상관없이 먹고 있다. 아아, 지금이 바로 그 얘기하시는 적시가 아니고서는 도대체 언제랍니까. 

6.26.2012

A Nomad

Pierre Bonnard

그러게. Bloomsday가 지난지 좀 됐네. 이 날 기념으로 나온 뉴요커 기사를 읽다가 그리움을 좀 앓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돌아가고 싶지 않거나, 포기하게 되거나, 어디 다른 곳에 안착하게 되는 날이 먼저 올지도 모르겠다.

전에 기형도의 시집과 같이 빌려온 누구의 시집을 몇 번 여닫았는데, 왠지 사치스런 푸념과 지극히 제한적인 단어 선택으로 어둡고 뻔한 감정 표현들만 보여, 의욕을 가지고 읽어보려해도 동정도 공감도 안되고 축축 힘만 빠지게 하니 이 시집은 읽지 않겠다. 

6.25.2012

pardon

Martiros Saryan

준비없이 갔다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된통 망신을 당했다.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일단 본인은 망신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얼굴을 붉혔다. 요 며칠 좀 괜히 바쁘기도 했지만 그래서는 안되었다. 창피한 건 둘째치고 잘못했습니다. 

6.24.2012

Eagerness, the Uncoolness of it

Cafe Neon at Night
Yiannis Tsaroychis


최근들어 가장 열심을 낸 소통에의 시도. 참 언쿨하고 언섹시하고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천천히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당분간 좀 인내심있게 너그러워져보련다. 

6.23.2012

garden-variety reading

Reading Woman with Parasol
Henri Matisse


오전에 정자동에 갔다가 오는 길에 미용실이 눈에 띄길래 쑥 들어가, "머리를 어떻게 좀 해주세요" 했다. 날도 머리도 너무 더웠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요렇게 조렇게 이렇게? 아니면 이건 어때요? 나는 계속 심각한 표정으로 갸우뚱하다가, 아놔- 이 손님 참-, 소리까지 듣고, 그냥 해주시는 분이 원하시는대로 머리에 물을 들이고 나왔다. 짧은 커트머리는 끝까지 안해주시겠다는데 그래서 나는 해줄 때까지 계속 같은 미용실에 가서 다른 머리를 하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머리를 해서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백화점을 통과해 나오다가 만만찮은 충동구매를 두 개나 하고선 집에와 머리를 쥐어박았다.

세종에서 하는 무슨 하프 독주회에 마드모아젤과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그녀는 일에 심취해, 나는 침대에 부착되어 없던 일로 하기로 하고 그녀의 귀가길에 다시 정자동에 가서 깐부치킨을 먹었다. 마드모아젤에게는 내일 저녁 흥미로운 일이 펼쳐질 예정이다. 기념으로 그녀의 몫은 거의 내주지 않고 닭한마리를 나 혼자 다 먹었다. 배부르게 먹으니 졸려서, 언니 졸려요, 갈래요, 했더니 그게 내 스타일이라고 지적하셨다. 막 하던 것을 어느 순간 탁 내려놓고, 갈래요, 언니는 계속 언니 할 거 해요, 하고 가버리는게. 내가 그러는구나. 괜찮은데?  

졸린 눈을 꿈뻑꿈뻑하며 파크뷰를 지나 집에 걸어왔다. 여름 밤 공기가 미적지근했다. 

토요일이고 해서 며칠 전 읽었던 기형도의, 휴일의 독서에 관한 시를 다시 들춰보았다.


흔해빠진 독서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 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그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 자를 눕혀두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
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
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달라고

-기형도


남의 말을 쓰면 judgmental 하다그러고 자기 말을 쓰면 self-indulgent 하다그러니 비평하는 사람들의 말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책잡히기 싫어 아무것도 안쓰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어쩌고 저쩌고 쓰려고 했으나

아 나 지금 너무 졸려서


6.22.2012

two things

The Child's Bath
Mary Cassatt


엄마는 나를 슬프게 하지마세요. 엄마가 해다준 반찬을 남기면 나는 슬퍼요. 열심히 먹어도 그 전에 시들고 마르면 나는 슬퍼요. 말을 곧이 곧대로만 성실하게 알아들은지 오십 구년. "그냥 버려. 그런게 왜 슬퍼". 엄마 나는 그런게 막 슬퍼. 쓸데없이 많이 배웠거든. 넘치는 건 그런 식이에요. 어머니 날씨가 더우니 여름에는 밭에 가지말아요. 엄마가 밭에 가면 나는 속상해. "안가. 안가." 여기 저기 안해도 되는 일은 제발 하지 말아요. 바빠도, 급해도 안되기야. 내가 문자로 엄마를 불러도 오랫동안 답이 없고 한참 있다 눈을 잔뜩 찡그리고 오타작렬, "뭐긒한일이써" 이렇게 답이오면 내 마음은 무너져내려요. 엄마. 그냥 불러봤어요. 심심한건 아니에요.


되려 부드러움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왠만하면 당황스럽고 싶지 않은 두려움을 기초로 한, 눈치 못챌 무관심으로 지내다보면 어느 샌가 물렁하지도, 딱딱하지도, 아무 느낌도 없이 감쪽같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을까, 이런 의지적인 무관심에서 비롯된 무관심의 습관화는 얼굴들이 어색하게나마 다시 웃게되는 데에 꼭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만 뭐가뭔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시간들에 살았던 본인이 참 믿기 힘들 정도로 멍청하고 바보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그건 그냥 기억의 조장. 시간의 차이가 일으키는 특수한 효과. 살아온 동안에는, 그 어느 창피하고 모욕적이고 부끄러운 순간에도 나는 결국엔 오롯이 나였으며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여하간, 매순간, 결정같지 않은 결정도, 무시무시한 선택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었다.  

그런데 느낌이 없어지고 다시 웃게된다,라.. 그리고 다시 부드러웁시다? 쯥. 오늘도 그냥 막 갖다 붙이면 말이되는 줄 안다. 하여간 지나간 것들에 대해 대체적으로 괜찮을 수 있는 것이 좋겠다. 본인에게 무진장 너그럽자는 것보다, 핏줄을 타고 올라와 입가를 물고 늘어질 노예근성은 정말이지 누구도 원하지 않으니까. 괜찮을 수 있는 원리로는 이미 치뤄진 댓가, 이미 주어진 용서, 구원. 이것들을 신뢰함. 괜찮아질 수 있는 과정은 개인마다 가지각색.

6.21.2012

Modern Times

A Blue Morning
George Grosz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생각나요", 옆에 앉은 언니에게 혼잣말처럼 건넸다. 
30, 31, 163, 59. 이 의미를 모르겠는, 의미가 있긴 할런가도 모르겠는 숫자 패턴을 나는 오늘 320번 쯤 반복해 컴퓨터에 집어넣었다.

"이건 비인간적이에요", 싱겁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귀가길에도 계속 오른손과 어깨를 움직여 30, 31, 163, 59를 차례로 눌러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을 평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서 위안을 얻을까. 그런 건 내일이 오는 것이 아주 쉽고 당연할 때나 가능한 것. 그래가지고 연습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언제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건강한 생각. 혹시 오늘 밤에 자다가 숨이 끊어지더라도, 분하지도 억울하지도 않고, 그저 족한 삶.

저 또한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했습니다만. 걱정 없는 공중에 나는 새도, 수고를 아니한 들판의 백합화도 잘 보이지가 않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내일의 목표: 30, 31, 163, 59 - 640번
(아아, 저는 점점 나아지고 있는거죠?)

건반을 좀 치고 자려다 관두었다. 아니, 좀 쳐야겠다. 

6.20.2012

notes to self

Woman Washing Her Feet
Pierre Bonnard


아이러니의 함정.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요리조리 샥샥 피해다니는 것에 맛들여 본인도 어느 좌표 쯤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 이른다. 좀 언쿨하게 보이게 될 지 몰라도 똑바로 서서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분명히 밝혀라. 

누구 말대로 나 역시 나의 지친 정신을 동그랗게 보호하고자 했으나 모양이 안예쁘게 뾰족해짐으로, 카드회사나 저축은행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저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계속 들려도 중간에, 전화 끊겠습니다, 잘도 소녀의 목소리로 그런다. (가끔은 지나치게 소녀 소리를 내는지, 다짜고짜 "학생이에요?" 그러시면 나도 주저없이 "네!". 그러면 더 이상은 낭비라는 듯 앙칼지게 끊어버리는 그들도 나와 비슷하다.)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한 것이, 도저히 끼어들어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빠르게, 그러나 상냥하고 계산적인 억양으로 줄줄 읊어나가시는 데 선수들이시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 앞도 투명인간처럼 지나간다. 아줌마들 식구들을 생각하면 전단지도 냉큼 받아주고 이왕이면 많이 받아주고해서 아줌마의 그날 할당량을 빨리 없애드리는 것이 아줌마 가족의 점심, 저녁 밥상에 도움되는 일이겠지만, 전단지로 인한 나의 이익을 장담하신다는 듯 손을 탈탈 터시며 얼른얼른 가져가라 그러시면 본듯 만듯 지나가게 된다. 나는 못되먹었다. 

옆에 앉은 남자가 넥타이를 풀고 앉아 정신 사납게 양 다리를 마구 흔들며 손은 컵에 대지 않고 얼굴만 빨대로 가져가 뭔가를 쪽쪽 빨아마신다. 나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귤 세 개를 연속으로 까먹었다. 힐끔힐끔 하는 눈길을 여기저기서 느꼈다. 그러다 마주친 눈이 여러 개다. 딱히 주목할만큼 못생기지도, 예쁘지도 않게 생긴 걸 아는 나는, 오늘 내 옷이 이상한가, 속옷이 보이는가, 생각했다. 그런 눈은 왠만하면 안느낄 줄 알았으면 좋겠다. 곤란한 상황에 고정적인 대답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는: ("너 속옷보여"할 때) "어, 봐."가 있고 ("와, 너 오늘 옷 괜찮다"할 때) "너 줄까?" 내지는 "드릴까요"가 있다. 이런 것은 다 아는 사람들하고의 문제다. 모르는 사람들하고는 "흥. 착각은 자유셔"라고 하셔도 아무런 할말이 없다. 

여자여, 눈 앞에 있는 것에 매달리지 말지어다. 질투나 일으키게하는 아름다움을 괜히 흉내내지 말지어다. 현실주의자들에 맞서 분개하지 말고, 어제 했던 말을 오늘은 완전히 반대로 말하고 있나 겁도 먹지 말고,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때까지 내려가볼지어다.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 이미 너는 충분히 알고 있다. 

저는 생각나는 대로 받아적으려고 하긴 하나, 대체적으로 조악한 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놀라우리만큼 끈질긴 것은 뭐라도 기록을 해야겠다는 욕구이니 어쩔 수가 없겠습니다. 

6.19.2012

Flâneur



여행자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찬,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 기형도


사무실에 붙박이 가구처럼 쾡하게 앉아있다가 점심 시간에 나가서 기형도의 시들을 몇 개 보았다. 마음을 들킨 것 같았으나 그대로 팔을 베고 잠이 들어버렸다. 이 시 외에 '흔해빠진 독서'와 '추억에 대한 경멸'이라는 제목의 시도 내 맘을 질척하게 잘 읽는다.

이런 시에는 눈길도 안 준 사람처럼 귀가길에는 발랄하게 저녁거리를 사고 명랑하게 칼도마를 통통 울리며 야채를 썬다. 이렇게 잘해줘도 저녁을 먹고 나면 내 몸은 이내 나를 배신하고 침대에 가 털썩 누워 쿨쿨 잠들어버린다. 자꾸 가구 취급을 하니 기필코 가구가 되어버리고 말겠다는 듯 점점 삐딱선을 타는가. 소위 말하는 '정상궤도'. 12년 개근, 뭐 그런거. 

6.18.2012

2 years ago

참 배경을 모르고 앉아있는 여자
Apr. 28, 2010

기타 좀 칠 것 같지만 못치는 여자
Jun. 26, 2010

내가 늙는 건 그렇다쳐도 (아무리 해봐도 결국에는 남의 눈으로 나를 볼 수가 없다), 주위 사람들이 늙어가는 것이 나는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앨범을 뒤적이다가 이 사진들을 찍어준 사람들의 당시 모습들을, 그들의 얼굴표정과 그들과 나눴던 시간들을 곱씹고는 또 그렁그렁해진다. 꾹 참고 있지만 누가 톡 말이라도 걸면 하염없이 통곡이라도 할 태세이다. 겨우 2년 전인데. 아니, 2년이나 지나갔기 때문에.

아아, 앞으로 가야지. 앞으로... 왜 하필 앞으로 가는 방향이 늙는 방향인거야.


Keith Jarrett - Danny Boy

6.17.2012

i babble

Konstantin Somov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어떤 굳은 체념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 밑도 끝도 없는 의식의 연속과 인식에의 놀이에 잠식당해서는 안된다. 가장 낭비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지독한 집착의 대상이 되어있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이면 또 간단하게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좀 재밌었다. 동시에 그 원류를 알 수 없는 배짱이 좀 무섭기도 하다.

생에 대한 애착의 문제. 얼마전 잠실 근처에서 나는 그것을 의지라고 표현했었다. 애착과 의지의 관계. 아무래도 의지만 가지고는 끝까지 버틸 수 없을 지 모른다. 특히 내 의지가 약한 것은 이제 지겨울만한 하다. 애착은 의지를 포함하는 동시에 의지를 생성시키기도 한다. 나는 더 살고 싶다와 나는 더 살고 싶어야 한다의 차이.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을 간절하게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그게 무슨 일일까 싶었지만 설사 그런 게 있어서 오더라도 오고나면 시시해지는 것이라는 걸 정말 몰랐을까 싶다. 

자신있게 센티멘틀할 수 있기에는 이미 남의 의식이 내 디폴트적인 의식 안에 많이 섞여 있고, 또 포기할 건 깨끗하지 않게지만 어느정도 포기할 줄 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희망은 이 세계안에 있지 않다. 유명세도, 지식도 적당한 선을 지나치면, 특히 방향을 잃게 되면 평생을 헤매고 허우적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채로 허망하게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영원을 갈구하는 것 만큼 지속적인 훈련이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도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영원히 살기 위해서 이 찰나같다지만 그렇다고 잘 끝나지지도 않는 것 같은 이것을 착실하게 살아내는 것. 푸코의 어떤 힘의 지배 논리로 설명했을 법한 상벌의 개념을 나는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보상을 갈구하며 희생을 감내하는 것은 인간의 조건적 한계라기보다는 철저히 이기적이며 부자유한 개인의 사고, 인식, 감각을 넘어서게 할 수 있는 축복된 도구, 같은 것으로 본다. 자기 파괴적으로까지 자신을 비웃고 조소하면서 역설적으로, 점점 사라지지도 죽어지지도 않는, 알아볼 수 없는, 내 앞의 생을 사는 것. 

유머 감각과 웃을 줄 아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나던 일어나지 않던 가장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상관없을 수 있게 되는 것. 어디서부터 오는지를 알고 어디로 가는지를 알기만 하면 나는 괜찮다. 이런 인식이 지배적일 때는 나는 정말 괜찮지만 복되게도, 뭐든 잘 까먹고 잊어버리고 다시 기억을 해낼 때도 있고 기억하려고 노력할 때도 있으니, 정말이지 똑같고 싶어도 매 순간이 같아질 수 없는 놀라움이 있다. 여기 지금 이곳에.

본래 순도 백퍼센트의 열정과 사랑을 그만큼 동경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무지함에서 오는 막연한 행복감인 것도 같다면 이것은 너무 시니컬하게 들릴까. 어제 읽다 잠든 전혜린의 수필집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생활의 서서한 파괴작용과 둘만의 권태에 의해서 죽이느냐 또는 사랑을 지닌 채 죽느냐의 양자 택일 밖에는 남겨지지 않는다." 내 인식도 기본적으로, 지상에서는 사랑이 불가능하다,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이것은 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상의 것이 아닌 어떤 힘이, 의식이, 존재가 필요한데 그런 것이 태초부터 존재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내가 사랑, 참된 사랑, 영원히 살아있는 사랑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자체가 무리이다. 있는 것에 말이 없는 경우는 더러 있다고 생각하나, 없는 것에 말이 붙어있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그러니 사랑도 영원도 거짓말이 아니고 나는 결국 모순을 안은 이상주의자다. 

선악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한 만큼 항상 간단하지가 않다. 모든 것은 허용되어 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상상할 수 없는 모든 일을 벌일 수 있고 직접 벌이지 않아도 그런 것들이 그냥 어찌어찌 일어날 수 있음에,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음에, 모든 것은 허용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신을 믿지 않는 이들의, 신을 믿는 이들보다 더 굳건한 믿음은 어떻게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잔인함이, 모든 종류의 위선이, 부정의가 있을 수 있도록 허용되는가'의 문제의 논리의 결여에 철처히 매달려 있다. 자유는. 자유는 모든 것이 허용되어 있다는 그 자체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선하지는 않다는 것. 책임과 의무를 넘어 스스로 궁극의 선을 원하고 선택하게 될 때 자유의 참된 의미가 가장 가깝게 실현된다고 본다. 그러니 자유의 실현은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6.16.2012

a windfall

Spyros Papaloukas

어제 저녁부터 시름시름 하던게 오늘 오전 내내 시름시름해서 오늘은 아무래도 계속 시름시름하고 말 모양인줄 알았다. 남들 하는 보통 정도의 품위유지를 위해 귀찮지만, 야인의 발을 그래도 좀 노력한 발로 보일듯 말듯 하게 해주고 토마토를 씻어 잘라 먹었다. 오랜만에 옆동네 마드모아젤을 만나기로 했으나 영 신통치 않은 컨디션이라 미리, 재미없는 여자의 본 모습으로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다있다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고서는 강호동 육칠팔에 목살을 궈먹으러 갔다. 그 전에 메뉴를 골라놓으라고 해서 또 노력했다는 증거의 일환으로 '맛', '멋', '유명한가', '가기 귀찮은가', 기준으로 별점표를 만들어 보였으나 강호동 육칠팔은 옵션에도 없었다. 그곳은 어쨌든 왠만하면 맛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나와, 디저트 선택을 위한 별점표에 내가 별 다섯개 붙인 파리크라상 로얄밀크티빙수를 먹으러 갔다. 마드모아젤은 직업상 미친듯 바쁘고 나처럼 연애도 안하고 하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일들이 있다. 나도 덩달아 주섬주섬 꺼내볼까 했으나 있는얘기 없는얘기 다 합해도 영 재미없는 여자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마드오마젤은 얼굴처럼 마음도 착해서 자기 집에 데려가 맛있는 커피도 내려주고 같은 브랜드의 커피머신을 사라고 할인권도 막 내어준다. 마드모아젤의 오빠의 아내가 구운 쿠키도 막 예쁘게 포장해서 주셨다. 뭐니뭐니해도 뜻밖의 횡재는 마드모아젤이 (평생) 읽은 책의 반 정도를 빌려온 것이다 (낄낄). 한글로 된 시집 두 권과 소설 일곱 권이다. 오늘 지내보고 나니 별로 시들시들하지 않은 날이다.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VW 846-893



performed by Sviatoslav Richter

6.15.2012

Hell is Myself

from The New Yorker


In fact, introspection can actually compound the error, blinding us to those primal processes responsible for many of our everyday failings. We spin eloquent stories, but these stories miss the point. The more we attempt to know ourselves, the less we actually understand.

from "Why Smart People Are Stupid" by Jonah Lehrer


The underground man taunts his listeners, apologizes, criticizes himself, then gets aggressive, then collapses again. On and on. He pulls the rug out from underneath his own feet; he realizes he's trapped in the prison of his own character. Hell is myself ... Reason is only one part of our temperament, the underground man says. Individualism as a value includes the right to screw yourself up. 



오늘 읽은 이 두 뉴요커 기사의 닮은 점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자야겠다. 

6.14.2012

According to Einstein,

Not Detected
Edward Hopper

two things are infinite: the universe and human stupidity. And he said he wasn't sure about the former. 나는 주중 오전 8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앉아있는 데에서 요즘 전화통을 붙잡고 계속 통화중이다. 국내회사 임원들 이름의 영문 철자를 확인하는 작업(이라할 수 있다면) 중인데, 참 이 싱겁고 말 일 때문에 하루에 눈이 몇십바퀴씩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놔, 이 사람들. 버젓이 한글이름은 공시에 내어놓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철자는 개인 정보이니 보호를 해야 한다는 어쩌고저쩌고에, 당최 어디서부터 다시 소통을 시도해야 하는지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음료수 하나면, 마스크 시트 하나면, 무슨무슨 카드 포인트 1000점이면 전화번호 이메일까지 다 적어내면서. 아무데서나 인색하고 겁을 집어먹을 줄 알아가지고 말이다.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거면 이름이 왜 있겠습니까, 묻고 싶다. 누가 자기 이름 좀 불러달라는 김춘수가 알면 곡할 노릇이다. 그렇게 안가르쳐주면 본인은 엄청 똑똑해지는 느낌인가? 

친절하면 의심스럽다. 꿍꿍이가 있을테다. 친절하게 말하면 거짓말이거나 속임수고 (딴에) 상냥하게 물어보면 뭘 여우같이 채가려는 줄 안다. 그래서 다같이 숨이 확 트이도록 거칠게, 제대로 짜증 부려주고 날카로운 신경으로 비수같은 말을 갖다 어차피 모르는 서로의 맘에 팍팍 꽂아주고 왝.꽥.뷁.해지는 것으로 널리널리 솔직하자는 걸까. 여튼 나는 통화 중에 자꾸 땅이 꺼지는 한숨을 쉬어서 못해먹겠다.

나는 참 상식에 자신이 없다. 흔들리는 상식이 내 것인지 저 쪽의 것인지 항상 헷갈린다. 
나는 눈에 띄게 눈꼬리가 처지고 있다. 슬픈 현상이다.


윤롯데는 그래서 여자친구를 위해 숙고해서 고른 반지를 호주머니에 넣고 인도로 떠났다.

나는 드디어 어제, "나한테 이건. 그냥 맛있는게 아니라, 상징적이고 함축적이야. 여름.같은거"라고 본인도 알아들을 수 없게 대강 지칭한 파리크라상 로얄밀크티빙수를 먹었다. 작년에도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못먹었던 한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러니 2년만이다. 하하. 근데 어제 먹어보니 그냥 혼자서도 다 먹겠더라. 

나는 엊그제 잠실 근처에서 조지클루니 닮은 남자를 봤다.

나는 Rock은 잘 안듣는 편이지만. 이건 어쩔 때 들으면 괜찮다.

Explosions in the Sky -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 (Full Album)


1. First Breath After Coma (9:33)
2. The Only Moment We Were Alone (10:14)
3. Six Days at the Bottom of the Ocean (8:43)
4. Memorial (8:50)
5. Your Hand in Mine (8:16)

6.13.2012

Brise Marine

The Long Leg
Edward Hopper




















La chiar est triste, hélas! et j'ai lu tous les livres.
Fuir! là-bas fuir! Je sens que des oiseaux sont ivres
D'être parmi l'écume inconnue et les cieux!
Rien, ni les vieux jardins reflétés par les yeux
Ne retiendra ce coeur qui dans la mer se trempe
O nuits! ni la clarté déserte de ma lampe
Sur le vide papier que la blancheur défend
Et ni la jeune femme allaitant son enfant.
Je partirai! Steamer balançant ta mâture,
Lève l'ancre pour une exotique nature!
Un Ennui, désolé par les cruels espoirs,
Croit encore à l'adieu suprême des mouchoirs!
Et, peut-être, les mâts, invitant les orages
Sont-ils de ceux qu'un vent penche sur les naufrages
Perdus, sans mâts, sans mâts, ni fertiles îlots...
Mais, ô mon coeur, entends le chant des matelots!

-Stéphane Mallarmé (1842-1898)


n'importe où sauf ici.



Trentemøller & Massive Attack - Miss You

6.11.2012

A Repetition of Repetitions

The Big Wheel
Marc Chagall


나는 오늘도 천 개 가량의 티커를 한 모니터에서 카피하여 다른 모니터에 페이스트 하는 작업을 열심히 했다. 엑셀의 빈 칸들도 빠짐없이 채워넣고 색칠도 예쁘게 했다. 이러한 작업들이나, 이것의 연장, 그렇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같은 성질의 작업을 지난 1년 4개월간 맹 훈련함으로써 나는 몸이 하고 있는 것에 별로 큰 방해를 받지 않고, 듣고 있는 거나 (e.g. today's accomplishments: BBC Desert Island Disc, All Things Considered, A Point of View, Studio 360, NYT Book Review, Being) 생각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면)을 급격히 발전시켰다. 이전에도 어떤 한 가지 일만 하고 있으면 왠지 불안하고 허전하고 뭔가 낭비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 같은 건 있었지만 이런 버릇이 소도둑처럼 커져, 집에 있을 때도 음악을 걸어놓고 요리를 하면서 칼도마 옆에 아이폰을 놓고 포드캐스트를 듣고 있는 본인을 종종 발견한다. 조금만 더 훈련의 수위를 높이면 글을 읽는 동시에 들리는 말들을 이해하는 희한한 재주를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동시에 쓰는 내용과 상관없는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하하. 참 쓸데없지. 왠지 좋은 말인 것 같은 걸로 하자면 '멀티타스킹'이지만 좀 더 정확하자면 ADHD에 가깝다.

나는 별로 불평하지 않고 카피 앤 페이스트한다. 이십 오년 동안 짬짬이 피아노를 쳐왔음에도 단 한번도 아픈 적 없었던 손목이 이제 저리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것에 괜한 감정을 집어넣어 쓸데없이 힘빼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몸으로 때우는 것 만큼 슬픈 것도 드물다. 

6.10.2012

head and heart

Luc Tuymans

the more you judge, the less you love. that's why.

being smart or looking smart is less important, less meaningful than being able to love. i say this and make a mental note because, somehow, "head" and "heart" seem almost incompatible. having both appears a near impossibility. i know the question is about my vanity that never suffices but keeps regenerating its own kinds. vanity that ultimately tires me out. 

and but so i don't want to go there. call me a sentimentalist or whatever you please. (our definitions of 'sentimentalist' will be vastly different, anyway) but i'm not going there. 

the more you judge, the less you love. that's why.


Tomasz Stańko Quartet - Sweet Thing

   

6.09.2012

Nightmare

Königstein with Red Church
Ernst Ludwig Kirchner


얼마만에 꾼 꿈인지 모르겠는데 하필 악몽이다. 누군가 밖에서 억지로 문을 열려고 하고 나는 그 문이 안열리게 온 힘을 다해 손잡이를 안으로 당기고 있는 그런 것. 덜컹덜컹 하는 문에 매달려 몇 시간을 그러고 있었는지, 잠에서 깨었어도 일어날 힘이 없었다. 그대로 누워있으면 하루종일 그렇게 있어야 하는게 싫어 의지적으로 몸을 일으켜 이것저것 잔뜩 먹여준다음 이번엔 아무 꿈 없는 깊은 잠에 빠졌다. 눈 밑에 또 거무스름하고 불룩한 주머니가 생겼는데 이것은 악몽 때문만은 아니다.

6.08.2012

SPO: Russia Series II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1 in F# minor, op. 1
Shostakovich Symphony No. 10 in E minor, op.97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or: Stephane Deneve
Piano: Alexandre Gavrylyuk

@ Seoul Arts Center


초반부터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템포가 빠르고 왠지 재지한 싱코가 느껴져 이거 이러다 엉망진창 범벅이 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색다른 해석의 훌륭한 연주였다. 결정적으로 엔드노트에서 "가자가자 이대로 막 크게 밀어붙이면돼!" 대신 섬세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보여준 서울 시향의 수준도 놀라웠다. 그들도 스스로 좀 놀란 듯 곡이 완전히 끝났을 때 연주자 중 네 명 정도가 자리에서 통! 튕겨지는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는 재즈에 좀 관심이 있으신지 앵콜 두 곡 모두에서 변주 내지는 즉흥연주를 보여주셨는데 '완전 잘하지' 풍이었다. 정말 잘하셨기 때문에 박수를 많이 쳤다. 객석은 매진이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subtle, ambiguous, indecisive, evasive, vulnerable, naked 같은 뭉툭한 형용사들이 떠오른다. 재현적이라기보다는 좀 상징적이다. 그는 왠지 신경과민이었을 것 같다. 왠지 James Joyce 같다. 그냥 모던하다고 할까말까. (주로 머리가?) 부지런한 것 같다. 동시대 관객의 예상과 어긋나고 싶어한다. 작품이. 어떤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긴 한데- 어떤 아이디어인지 잘 모르겠다. 앞에 라흐 곡과 인상적인 앙콜에 감동을 받아 계속 앉아 있었던 것이던 아니던,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전석을 메운 채 쇼스타코비치 10번을 끝까지 앉아 듣고 있는 관객들이 좀 놀라웠다. 번번히 느끼는 거지만 나는 대중의 미적 감상 내지는 인식 수준을 과소평가하거나 내 수준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아, 내 마음은, 내 마음은 너무 촌스러워요.

6.07.2012

2+1

Richard Diebenkorn

* Rostropovich BBC Documentary: 늙지 않는 웃는 얼굴과 늙지 않는 손가락.

* Chopin BBC Documentary: '쇼팽 뒤의 여자들'이라는 주제는 좀 시시하다고 생각했지만. 마들렌 교회에서의 연주와 Chaumet에 보관된 쇼팽의 본뜬 손은 그렇지 않았다. 앞에 것은 연주보다는 그 교회와 사연이 있어서; 뒤에 것은 그냥 너무 의외라서. 곧 맥박이 멈출 병약한 손을 본뜬 것도. 하필 쇼메라는 것도. 그게 아직도 거기 있는 것도. James Rhodes는 전에 Arts and Ideas에서였던가 인터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Pat Metheny 같은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클래시컬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정신적으로 앓았던 증상들과 이십 대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쳤음에도 지금은 스타덤에 올라있는 그의 이력이 흥미로웠더랬다. 그의 연주를 특별히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페달을 좀 덜 사용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아무래도 그 역시 쇼팽의 발라드 4번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것은 공통점이다. 

그 때 인터뷰에서였던가. 지독하게 어두웠던 날들 중 Bach의 어떤 곡이 '유일한 한줄기 빛'처럼 희망을 주었더라는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한데. 나는 Bach가 '유일한 한줄기 빛'처럼 느껴질만큼 지독하게 어둡지는 않은 것 같고, 그렇다치더라도 이미 믿는 구석, 아니 중심 같은 것이 있기 때문에, 아니면 있었으면 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Bach의 Well-Tempered Clavier나, English/ French Suites, Kunst der Fuge, Goldberg Variations는, 아침엔 아침이라서, 오후에는 오후라서, 저녁에는 저녁이라서, 밤에는 밤이라서 듣기가 참 좋고, 어디든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시끄러운데에서 볼륨을 크게 올리고 들으면 그 순간 개인성과 객관성을 모두 잃지 않고 건강하게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 어떤 연주자였는지는 잊어버렸지만 누군가 Bach의 음악은 정신적 보건상의 이유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자주 연주해주면 좋다고 한 데에 나는 동의한다. 

* 나는 좀 다양한 한국어 단어 습득을 위해 내용과 형식, 스타일 모두 좋은 한국 작가를 몇 명 추천받았으면 한다.

* A beautiful article I've recently read, "On Fear" by Mary Ruefle. 

I think it is time to list some concrete fears:

fear of death
of illness
of pain
of suffering
of despair
of not understanding
of disturbance or reversal of powers
of being unloved
of the unknown or strange
of destruction
of humiliation
of degradation
of poverty
of hunger
of hunger
of aging
of unworthiness
of transgression
of punishment
of making a mistake
of loss of dignity
of failure
of oblivion
of outliving the mind
of eating an anchovy

-from the article

Yes. (The last one is okay with me, though.)


6.06.2012

6.05.2012

Randomly


엄마는 우리가 어렸을 때 강원도 시골에 데려갈 때마다, 이만한 발암물질 없다고 아홉시 뉴스에 빵빵 터졌던 슬레이트판에, 닭고기를 구워먹였다고 고백아닌 고백을 하셨다. 정말 얼마나 무식한 엄마였냐고 글썽글썽 미안해하셨지만 나는 도통 기억에 없는 일이다. 동생은 기억이 나는 것도 같은지 잠자코 있더랬다. 그 초등학교 시절 즈음해서 기억이 잘도 나는 것은 내가 아빠 서재에서 오천원짜리를 몇 장이나 훔쳐 동네 오락실 동전교환기에 넙죽넙죽 잘도 갖다 바치던 날들이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 아직 입도 뻥끗하지 않은 작정이다. 

*
Oi, 미쳐가는 거라면 침착하고 차분하게 미쳐갑시다.

*
최근 읽고 있는 볼라뇨의 The Savage Detectives는 매우 절박하다. 아무것도 꾸밀 겨를이 없는 절박함. 펄떡펄떡 뛰는 것들이 그대로 날 것인 채 종이에 옮겨박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흙먼지 냄새와 검정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 냄새, 씻지 않는 것이 익숙해진 인간의 살 냄새. 내리쬐고 내리쬐고 내리쬐는 태양. 어딘가가 끈적끈적 Marquez의 작품과 비슷하게 연상되는 구석이 있지 않아? 하는 바보같으면서도 은근 잘난척하는 질문은 내가 얼마나 읽은 게 없는지를 증명한다. (실제로 라틴 아메리칸 작가들은 그 둘 말고 읽은 게 없는 것 같다.) Bolaño는 Marquez를 '쳐'주지 않았다니깐. 어쨌든 편리하게 지형적으로 묶고 마려는 습관적 편견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그것만도 아니다. 작품의 지형적 셋팅이 적어도 나한텐 꽤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으므로 두 사람을 완전히 떼어 놓지 않아도 된다.  

여튼, 절박하다. 타협이란게 없다. 매사에 죽을듯 하다. 죽을듯이 헤매고 죽을듯이 방황하고 죽을듯이 대화하고 죽을듯이 느끼고 죽을듯이 정처없고 죽을듯이 반항하고 죽을듯이 시 쓰고 죽을듯이 사랑하고 죽을듯이 사랑을 만들고 죽을듯이 술 마시고 죽을듯이 읽고 죽을듯이 담배피고 죽을듯이 찾고 죽을듯이 믿는다. 그러다가 미치기도 하고 깡 말라버리기도 하고 실제로 그러다 죽기도 한다. 아, 완전 그 반대일수도 있겠다. 매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산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헤매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방황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화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정처없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반항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시 쓰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랑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랑을 만들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술 마시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읽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담배피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찾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믿는다 (흠. 마지막 이건 쫌,).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건가? 

음. 쓰고보니 또. 두 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느 한쪽이 선행되어야 다른 한쪽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
그런 느낌을 이렇게 헐겁게 끄집어내어 기껏 엉성한 몇 문장으로 박아놓는 것도 너무 귀찮다. 그저 자고만 싶다.

*
마침 나는 엊그제 30년 전 과테말라에서 일어난 대학살에 얽힌 This American Life 에피소드를 들었다. 개인의 삶은 참 어이가 없을 정도로 끈질기고 다수의 삶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끝난다. 그 매 순간이 기적과 같은 개인의 인생의 무게와 가치를 본인만 모를 수도 있겠다 싶다.

*   
지하철에서 몇 년 째 안보이고 있는 내 줄무늬 여름 수트가 갑자기 생각났다. 또 어느 동네 세탁소에 맡겨놓고 잊어버려 영원히 잃어버렸음이러라. 


6.04.2012

All Men Become Brothers



A 10,000 member choir sings the 'Ode to Joy' from Beethoven's 9th Symphony as a dedication to the victims of the Japan earthquake and tsunami that occurred in March, 2011.

6.03.2012

A Love Song

Louis Armstrong plays for his wife in front of the Sphinx by the pyramids in Giza 1961
© Bettmann/Corbis photo


The Good-morrow

I WONDER by my troth, what thou and I
Did, till we loved? were we not wean'd till then?
But suck'd on country pleasures, childishly?
Or snorted we in the Seven Sleepers' den?
'Twas so; but this, all pleasures fancies be;
If ever any beauty I did see,
Which I desired, and got, 'twas but a dream of thee.

And now good-morrow to our waking souls,
Which watch not one another out of fear;
For love all love of other sights controls,
And makes one little room an everywhere.
Let sea-discoverers to new worlds have gone;
Let maps to other, worlds on worlds have shown;
Let us possess one world; each hath one, and is one.

My face in thine eye, thine in mine appears,
And true plain hearts do in the faces rest;
Where can we find two better hemispheres
Without sharp north, without declining west?
Whatever dies, was not mix'd equally;
If our two loves be one, or thou and I
Love so alike that none can slacken, none can die.

- John Donne (1572-1631)



Tomasz Stańko Quartet - Song For Sarah

6.02.2012

I emailed

나는 어제 두 번에 걸쳐 이메일을 보냈다:




나는 어쩔 때 기분이 내키면 애교를 부린다. 매우 이기적이다. 그렇지만 나는 애교던 앙탈이던 땡깡이던 성실하게 부리고 싶을 땐 성실하여 부려 조금씩 덜 불성실해짐으로, 마이너스 두 자리 점수인 이 장르에 앞으로 조금씩 발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01.2012

There's no country like Chile

I am this woman's soul

칠레의
동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이 있고
북쪽으로는 아타카마 사막이 있고
남쪽으로는 남극이 있고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