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1 in F# minor, op. 1
Shostakovich Symphony No. 10 in E minor, op.97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or: Stephane Deneve
Piano: Alexandre Gavrylyuk
@ Seoul Arts Center
초반부터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템포가 빠르고 왠지 재지한 싱코가 느껴져 이거 이러다 엉망진창 범벅이 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색다른 해석의 훌륭한 연주였다. 결정적으로 엔드노트에서 "가자가자 이대로 막 크게 밀어붙이면돼!" 대신 섬세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보여준 서울 시향의 수준도 놀라웠다. 그들도 스스로 좀 놀란 듯 곡이 완전히 끝났을 때 연주자 중 네 명 정도가 자리에서 통! 튕겨지는 느낌이었다. 피아니스트는 재즈에 좀 관심이 있으신지 앵콜 두 곡 모두에서 변주 내지는 즉흥연주를 보여주셨는데 '완전 잘하지' 풍이었다. 정말 잘하셨기 때문에 박수를 많이 쳤다. 객석은 매진이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subtle, ambiguous, indecisive, evasive, vulnerable, naked 같은 뭉툭한 형용사들이 떠오른다. 재현적이라기보다는 좀 상징적이다. 그는 왠지 신경과민이었을 것 같다. 왠지 James Joyce 같다. 그냥 모던하다고 할까말까. (주로 머리가?) 부지런한 것 같다. 동시대 관객의 예상과 어긋나고 싶어한다. 작품이. 어떤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긴 한데- 어떤 아이디어인지 잘 모르겠다. 앞에 라흐 곡과 인상적인 앙콜에 감동을 받아 계속 앉아 있었던 것이던 아니던,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전석을 메운 채 쇼스타코비치 10번을 끝까지 앉아 듣고 있는 관객들이 좀 놀라웠다. 번번히 느끼는 거지만 나는 대중의 미적 감상 내지는 인식 수준을 과소평가하거나 내 수준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아, 내 마음은, 내 마음은 너무 촌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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