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2012

A Repetition of Repetitions

The Big Wheel
Marc Chagall


나는 오늘도 천 개 가량의 티커를 한 모니터에서 카피하여 다른 모니터에 페이스트 하는 작업을 열심히 했다. 엑셀의 빈 칸들도 빠짐없이 채워넣고 색칠도 예쁘게 했다. 이러한 작업들이나, 이것의 연장, 그렇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같은 성질의 작업을 지난 1년 4개월간 맹 훈련함으로써 나는 몸이 하고 있는 것에 별로 큰 방해를 받지 않고, 듣고 있는 거나 (e.g. today's accomplishments: BBC Desert Island Disc, All Things Considered, A Point of View, Studio 360, NYT Book Review, Being) 생각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면)을 급격히 발전시켰다. 이전에도 어떤 한 가지 일만 하고 있으면 왠지 불안하고 허전하고 뭔가 낭비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 같은 건 있었지만 이런 버릇이 소도둑처럼 커져, 집에 있을 때도 음악을 걸어놓고 요리를 하면서 칼도마 옆에 아이폰을 놓고 포드캐스트를 듣고 있는 본인을 종종 발견한다. 조금만 더 훈련의 수위를 높이면 글을 읽는 동시에 들리는 말들을 이해하는 희한한 재주를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동시에 쓰는 내용과 상관없는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하하. 참 쓸데없지. 왠지 좋은 말인 것 같은 걸로 하자면 '멀티타스킹'이지만 좀 더 정확하자면 ADHD에 가깝다.

나는 별로 불평하지 않고 카피 앤 페이스트한다. 이십 오년 동안 짬짬이 피아노를 쳐왔음에도 단 한번도 아픈 적 없었던 손목이 이제 저리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것에 괜한 감정을 집어넣어 쓸데없이 힘빼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몸으로 때우는 것 만큼 슬픈 것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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