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2012

notes to self

Woman Washing Her Feet
Pierre Bonnard


아이러니의 함정.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요리조리 샥샥 피해다니는 것에 맛들여 본인도 어느 좌표 쯤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 이른다. 좀 언쿨하게 보이게 될 지 몰라도 똑바로 서서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분명히 밝혀라. 

누구 말대로 나 역시 나의 지친 정신을 동그랗게 보호하고자 했으나 모양이 안예쁘게 뾰족해짐으로, 카드회사나 저축은행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저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계속 들려도 중간에, 전화 끊겠습니다, 잘도 소녀의 목소리로 그런다. (가끔은 지나치게 소녀 소리를 내는지, 다짜고짜 "학생이에요?" 그러시면 나도 주저없이 "네!". 그러면 더 이상은 낭비라는 듯 앙칼지게 끊어버리는 그들도 나와 비슷하다.)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한 것이, 도저히 끼어들어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빠르게, 그러나 상냥하고 계산적인 억양으로 줄줄 읊어나가시는 데 선수들이시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 앞도 투명인간처럼 지나간다. 아줌마들 식구들을 생각하면 전단지도 냉큼 받아주고 이왕이면 많이 받아주고해서 아줌마의 그날 할당량을 빨리 없애드리는 것이 아줌마 가족의 점심, 저녁 밥상에 도움되는 일이겠지만, 전단지로 인한 나의 이익을 장담하신다는 듯 손을 탈탈 터시며 얼른얼른 가져가라 그러시면 본듯 만듯 지나가게 된다. 나는 못되먹었다. 

옆에 앉은 남자가 넥타이를 풀고 앉아 정신 사납게 양 다리를 마구 흔들며 손은 컵에 대지 않고 얼굴만 빨대로 가져가 뭔가를 쪽쪽 빨아마신다. 나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귤 세 개를 연속으로 까먹었다. 힐끔힐끔 하는 눈길을 여기저기서 느꼈다. 그러다 마주친 눈이 여러 개다. 딱히 주목할만큼 못생기지도, 예쁘지도 않게 생긴 걸 아는 나는, 오늘 내 옷이 이상한가, 속옷이 보이는가, 생각했다. 그런 눈은 왠만하면 안느낄 줄 알았으면 좋겠다. 곤란한 상황에 고정적인 대답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는: ("너 속옷보여"할 때) "어, 봐."가 있고 ("와, 너 오늘 옷 괜찮다"할 때) "너 줄까?" 내지는 "드릴까요"가 있다. 이런 것은 다 아는 사람들하고의 문제다. 모르는 사람들하고는 "흥. 착각은 자유셔"라고 하셔도 아무런 할말이 없다. 

여자여, 눈 앞에 있는 것에 매달리지 말지어다. 질투나 일으키게하는 아름다움을 괜히 흉내내지 말지어다. 현실주의자들에 맞서 분개하지 말고, 어제 했던 말을 오늘은 완전히 반대로 말하고 있나 겁도 먹지 말고,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을 때까지 내려가볼지어다.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 이미 너는 충분히 알고 있다. 

저는 생각나는 대로 받아적으려고 하긴 하나, 대체적으로 조악한 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놀라우리만큼 끈질긴 것은 뭐라도 기록을 해야겠다는 욕구이니 어쩔 수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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