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2012

a windfall

Spyros Papaloukas

어제 저녁부터 시름시름 하던게 오늘 오전 내내 시름시름해서 오늘은 아무래도 계속 시름시름하고 말 모양인줄 알았다. 남들 하는 보통 정도의 품위유지를 위해 귀찮지만, 야인의 발을 그래도 좀 노력한 발로 보일듯 말듯 하게 해주고 토마토를 씻어 잘라 먹었다. 오랜만에 옆동네 마드모아젤을 만나기로 했으나 영 신통치 않은 컨디션이라 미리, 재미없는 여자의 본 모습으로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다있다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고서는 강호동 육칠팔에 목살을 궈먹으러 갔다. 그 전에 메뉴를 골라놓으라고 해서 또 노력했다는 증거의 일환으로 '맛', '멋', '유명한가', '가기 귀찮은가', 기준으로 별점표를 만들어 보였으나 강호동 육칠팔은 옵션에도 없었다. 그곳은 어쨌든 왠만하면 맛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나와, 디저트 선택을 위한 별점표에 내가 별 다섯개 붙인 파리크라상 로얄밀크티빙수를 먹으러 갔다. 마드모아젤은 직업상 미친듯 바쁘고 나처럼 연애도 안하고 하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일들이 있다. 나도 덩달아 주섬주섬 꺼내볼까 했으나 있는얘기 없는얘기 다 합해도 영 재미없는 여자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마드오마젤은 얼굴처럼 마음도 착해서 자기 집에 데려가 맛있는 커피도 내려주고 같은 브랜드의 커피머신을 사라고 할인권도 막 내어준다. 마드모아젤의 오빠의 아내가 구운 쿠키도 막 예쁘게 포장해서 주셨다. 뭐니뭐니해도 뜻밖의 횡재는 마드모아젤이 (평생) 읽은 책의 반 정도를 빌려온 것이다 (낄낄). 한글로 된 시집 두 권과 소설 일곱 권이다. 오늘 지내보고 나니 별로 시들시들하지 않은 날이다.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VW 846-893



performed by Sviatoslav Ric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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