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2012

An Authentic Feeling


Gidon Kremer - Milonga en re


"I don't just make music to show how fabulously I can play but to draw attention to something that's more important than the performer and perhaps even more important than the listener."

"Twenty years of life, twenty years of disappointments, twenty years of experience, joy, encounters, ideas cannot simply vanish. They return in music."

"...but it's not an escape. It's perhaps a way... to discover values that last for ever and that exist for everyone."

Alas, did I mentally wince when he mentioned "values"?

9.14.2012

Lunch

Alexandre Benois

앞으로 9일 동안 휴가이니 책이나 보게 5권만 기부하라는 분과 점심으로 사시미를 먹는다. 다른 것도 아닌 책을 기부하는 건 안되겠고 일단 두 권 정도만 빌려드리겠다고 했다. 야한 책으로 골라달라신다. "ㅋㅋㅋ" 라고 답장을 보내고 제법 진지한 눈으로 책장을 뒤졌지만 이렇다할 야한 책이 전혀 없음에 조금 당황했다. 

이태원의 한 그리스 식당에서, 제 여자는 빌려줘도 책은 빌려주지 않는다는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고 껄껄 웃던 이탈리아 남자가 있었다. 여자친구는 못알아들은게 분명한 얼굴로 그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아있었다.  

결국 야한 것과는 상관없이 휴가 중 읽기 적절한 책 두 권을 골라 빌려드렸다.

나는 이번 주말에 푹 쉬는 계획 약간 있을까 한다.  

9.13.2012

Every Love Story Is A Ghost Story

누운자리에서 창밖으로 보인 달

어제는 내, 아직은 덜 살았다 할 수 있을 인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두 사람 중 한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도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스스로 강제로 삶을 등진 날이기도 하다. 그런 어제 나는, '피곤'이라는 단어의 syntax 영역을 넘어선 피곤함과, 뭐든 좇고 있는 것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 같은 인텐스한 허무함으로 기진맥진해 있다가 가벼운 영화를 하나 보는 둥 마는 둥 하다 잠이 들었다.

탄생과 죽음과 피로와 시시함이 한데 엉켜 깊이 가라앉다. 선택의 문제인 동시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문제.

9.11.2012

Lightless Holes


Why not put out the light if there's nothing more to look at?


9.10.2012

Dwelling Over


"Fuck it."

All defenses have been burned away.

9.09.2012

It's Been A Good Day


Stina Nordenstam - Hopefully Yours


나는 이번 주말에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도 못한 것이나 다음 주에  있을 일에 대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나 누군가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리워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거나 인정하거나 인정해주지 않거나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리워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거나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지금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로, 이런 음악 올려놓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핳

9.08.2012

Fake It Till You Make It


or analyze it till you find a cause to walk away.




E.S.T Live in Hamburg - Behind the Yashmak

9.07.2012

Masks



식상한 유행가가 괜히 식상해진게 아닌걸 보여주는, 속고 속이는 세상. 익숙한 가식과 능숙한 연기. 계산된 능청과 수를 쓰기 위한 내숭. 가면 위 또 교묘한 몇 겹의 가면들. 혼자 발가벗겨진 것처럼 엄살을 부리고 억울해하는 것은 또 무슨 우습게 저자신을 속이는 일인가. 누군들 그 누구의 진심을 알겠는가 말이다. 모두가 무척이나 단련되어 있다.  

9.04.2012

A Night in Vienna


촬영: 정자동 마드모아젤

옆동네 마드모아젤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매우 안전하기만 했을리는 없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 기념은 아니었고 그냥 우리 둘다 너무 배가고파 죽을지경이었기 때문에 우리 집 앞 하코야에서 비를 즐기며 돈부리와 라멘, 교자가 답긴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나는 어딜 참 가지 않고 한국에 가만히 있어도 온통 배낭여행하는 심정이다. 특히나 이번 여름은 그랬다. 



Stina Nordenstam - A Walk in the Park

9.03.2012

Trite Things

Brian Ferry

저녁으로 닭고기와 비빔냉면을 배부르게 먹었다. 그러자마자 불을 꺼버리고 바로 침대로 가 열린 창문 쪽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눕는다. 올챙이배를 슬슬 쓰다듬으며 늦은 저녁 바람을 맞고 누워있으려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는 Brad Mehldau의 솔로 앨범들이 이런 컨텍스트들과 더불어 이보다 더 음악적일 수 없다. 

피곤하고, (주로 내일이 오고 있다는 생각을 막기 위한듯) 아무 생각없지만. 나쁘지 않다. 지금 여기. 

진부한가. 진부한 것들은 어떠한 연유로, 어떻게 진부해지는 건지 아실런가.



Pat Metheny - The Sound of Silence

  

9.02.2012

A Wan Smile



어젯밤 잠들기 전 메모를 해놓았더랬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 마자 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대체로 주말 아침에 눈을 뜨면 밀려오는 막연함에 몇시간이고 드러누워 허우적대지 않도록. 

평소 주말 아침보다 세시간 정도 일찍 샤워를 하고 이런 저런 과자부스러기를 챙겨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귀족적인 스타벅스에는 세 시간정도 앉아있으면서 책 두권을 번갈아 가며 읽어댔다. 

늦은 점심을 하러 집에 오면서 롯데에 들러 떨어진 샴푸와 계란을 사기로 한다. 오른손에는 가늘고 힘없이 쳐지는 모발을 위해 특수제조된 것처럼 광고하는 샴푸를 들고 왼쪽 어깨는 가방, 왼손은 요령껏 계란 10구와 지갑, 커피를 다 들고 있으면서 방금 받은 영수증에 샴푸값이 반밖에 안찍힌 것에 어리둥절하던 참에 마침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막 나눠주고 있는 쿠폰을 샴푸가 들린 오른손으로 받아들고 이건 무슨 쿠폰인가 보고 있는 참으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어디선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는 사람. 
"뭐 좀 물어봐도 돼요?"
"('아, 화장품 쿠폰이군') ..네"
"연락처 좀 물어봐도 돼요?"
"(쳐다보다) 아뇨"
"왜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남자친구 있어요"
라고 항시 대기중인 거짓말을 한다. 

근 두달 가까이 내가 연애를 하려나 싶었다. 연애 대상이 좀처럼 확실해지지 않으면서 점점 어떤 긴장이나 흥미가 시들해지고 다시 습관적으로 피하기 내지는 둘러대기 모드로 진입해버린 듯 싶지만.  뒤돌아보면, 혼자 있을 때는 왠지 누군가와 같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왠지 혼자 있고 싶고 그렇게 언제든 부족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가 어느 때부터는 혼자 있을 때는 별 생각이 없고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혼자 있고 싶은, 아무래도 혼자 있는 때가 가장 나다운 것 같아, 그게 더 편하고 좋은게 아니겠느냐는 단계 비슷한 것으로 접어들면서 연애 감정 비스무리한 것이라도 좀 거추장스럽고 귀찮게 느껴지는 것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소위 '위험한' 궤도에 들어섰다고 사람들은 말할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엊그제 명동의 한 후진 (그러므로 대화하기엔 적당한) 커피숍에서 Milton의 Lycidas를 통째로 외워서 읊는, James Merrill을 가장 좋아한다는, 외로웠던 청년과 섹스, 마약, 중독, 욕망, 상처, 고통, 종교, 기독교, 희망, 구원, 문학, 예술, 영혼, 영원 등등 온갖 주제를 막론하고 아무렇게나 뻗어나가는 대화를 장시간 나눴는데 후에 내가 그보다 여섯 살이나 더 많은 것을 알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하하하. 그런 것은 좀 웃기기도 하지만 어색함이 더 크다. 어색함은 전염성이 큰 데다가, 어색함을 무마하려는 것도 어색하고 솔직하게 어색하고 마는 것도 어색하여 난감한 그런 것이 있다. 이것은 그냥 갑자기 생각 난 것이고, 쓰고 싶었던 말은: 

남자들은 헷갈리게 용감하고 아무때나 비겁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바뀌면 바뀔수록 좋은 생각이기도 하다.

다만, 헛되지 않은 것, 헛되지 않은 것에 절박하게 매달릴지어다.

어쨌거나 이제 강남에 갈 시간이다.


Brad Mehldau - Rückblick

9.01.2012

Choosing Is Everything



Your freedom is the freedom-from. [...] It is this meaning only, this freedom from constraint and forced duress. [...] But what of the freedom-to? Not just free-from. Not all compulsion comes from without. You pretend you do not see this. What of freedom-to. How for the person to freely choose? How to choose any but a child's greedy choices if there is no loving-filled father to guide, inform, teach the person how to choose? How is there freedom to choose if one does not learn how to choose?

quoted from Infinite Jest by DFW.


..stumbling about in the dark. this confusion of permissions. 

8.31.2012

Books and Movies

Two on the Aisle
Edward Hopper

Books I've read in this month:

Midsummer Night's Dream by William Shakespeare
Lettre aux Éphésiens (Parole de Vie)
"The Depressed Person", "Laughing with Kafka" by DFW


Movies I've watched:

Midnight in Paris (2011; revisited) 
La bohème
Withnail and I (1987)
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2004)
L'enfant d'en haut (2012)
Ma femme est une actrice (2001)
Belle de Jour (1967)
Carnage (2011)

Sad



과장된 긴장과 쓸데없는 경쟁심리에 사람이 참 비겁하고 치사해진다. 속이 꼬이고 잔머리 굴러가고 여러가지로 수준이하로 삐뚤어진다. 결국 보여주는 것은 그쪽의 불안일 뿐. 뭘 위해 이렇게 다같이 비굴하고 치졸해지는지 대단히 슬픈일이다. 몸뚱이? 

8.28.2012

Unhinged


Display vulnerability and have the integrity of your heart evaluated.




Brad Mehldau Song-Song

8.26.2012

Remember to Remember


무슨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너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거의 항상 서두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고 뭔가 다른, 중요할 거라고 믿는 것에 안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자를 적기 시작하자마자 혹은 소리를 내는 건반을 누르자마자 시간은 속도를 줄인다. 

후회없이 죽여야 하는 시간들. 십오 센티미터 이내의 얼굴들. 특히나 흥미로운 호수의 창들. 

8.25.2012

Writers



최근에 단편소설 및 희곡을 쓰는 사람을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고,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글 깨나 쓸 것 같은데 정작 쓰지 않는 사람을 정기적으로 보기도 하고, 오늘은 시를 쓰는 사람을 만나 비오는 늦여름밤을 보냈다. 전에는 체코프와 모파상에 대해 한참 들었는가 하면 오늘은 월러스 스티븐스, 티에스엘리엇, 조지 허버트, 스펜서, 디킨슨, 홉킨스, 라킨스, 오든 등 내가 안다고 치는 시인들은 거의 다 한번씩 언급된 것 같다. 그 외 그들이 직접 쓴 작품들을 각각 타인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꼭 적당한 흥미를 가지고 읽어보았다. 

그 자리에서 읽어보고 이런저런 얇디막한 코멘트를 훅훅 불어날리면서 사실은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는다. 잘 모르겠는 것도 있지만 너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또 언젠가 회오리로 돌변하여 들이닥칠텐가. 적당한 시간은 이미 지나갔을 수도 있지만 아직 차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가능성을 얘기해서 뭐 어쩌잔 말인가, 하는 수도 있다.

값이 없는 것, 혹은 값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너무 비싸 값을 매길 수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또, 허다한 걸 얘기해서 어쩌잔 말인가, 하는 수도 있다. 

8.23.2012

The Window at Night




















Eyes wide like an owl's, an aspirin-pale face
foretells in lamplight how it accumulates age.
Somewhat masked, somewhat naked, there's no way
to know what others see when looking at it.
All five of the body's senses crowd
on this small planet a weather of hair surrounds.

My face is not a democracy - the eyes are tyrants
and the ears are radical dissenters.
In the conversations of eyebrows, mine are whispers.
Like the window at night, the face reflects too,
uncertain how to change when greeting itself
(and is it not cruel when another's face
won't reflect acknowledgment of you?).

My mother, my father, and my brother are found
in the blurring of feature and expression.
Cynicism finds no purchase here;
the same cannot be said for sadness
(and look deeper - anger hides in the jaw).
and while the nose quietly broods
like an actor rehearsing his soliloquy,
the empty page of the forehead, when I raise my brows,
fills suddenly with questions.


- Jennifer Grotz

8.22.2012

8.21.2012

Birds Sing


Rose-breasted Grosbeak



Indigo Bunting



Hermit Thrush



Orchard Oriole



Eastern Towhee



Forget about yourself.

8.20.2012

Ennui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5번을 연습중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유지하는 운동이라 치면 기껏 건반을 누르는데서 기대되는 팔근육 기르기가 있겠는데 이건 그냥 기분상만 길러지는 것 같은 효과일 수 있겠다. 음. 지금으로서는, 듣는 것과 직접 치는 것은 역시 많이 다르다는- 2D인간 같은 소리나 하고 앉아있겠다.

하루 종일 적막했을 집에 들어오자마자 존재를 송두리째 흔들만한 피로와 허무, 지루함 같은 것을 한꺼번에 느끼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기보다는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연필들을 휙 뽑아 나눠지지 않은 집중력으로 연필깎이에 돌입했다. 여덟자루 힘써 깎았음이다.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Krystian Zimerman & Leonard Bernstein


8.18.2012

Quiet Saturday



원했던만큼 한가롭고 조용한 토요일을 보냈다. 이번 주는 특히나 매일 회사 밖에서도 사람을 만났으니 버겁게 폭발적인 사회활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열시 넘어서 나갔지만 그래도 어쨌든 모닝 커피였고 오랜만에 눈에 들어오는 듯한 글자들은 꿀떡꿀떡 달게 넘어갔다. 떡볶이와 튀김을 사먹고 불을 끄고 누워서 포드캐스트를 몇개 듣다 졸다 듣다 일어났다. 이메일에 답장을 하나 쓰고 옥수수를 53분간 쪘다. 두 개만 먹고 슈만과 바흐를 좀 치다가 자련다. 아함- 

Playground



한국 사회의 불안을 주제로 했다는 아르코 미술관의 기획전에 누군가 가고 싶다길래 동행했다. 상식과 의심, 모호하지만 무거운 불안감, 일상에 묻어감, 소외와 은닉, 같은 것들이 주제어가 될 법하다. 위 사진의 Illuminant Scene이라는 사운드 작업 설치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하나 하나 작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오랜동안 대화를 나누는 건 어쩐지 십 년만인 것 같은데, 잘 생각해보면 세상에 태어나 처음일 수도 있다. 

대학로에 가본 것은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왠지 그곳은 여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십대 초반까지 뭐라도- 가졌던 것이라면 열렬히-라기보다는 너무 아무렇게나 쏟아부은 곳이기도 하지만 어느 여름날 아침 혜화역 파리크라상 옆 스타벅스에서의 스냅샷 같은 장면 외에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 스타벅스는 2번 출구 앞으로 이사한 것 같았다. 타셴이 그대로 있길래 그 때와 별다를 바 없는 샌드위치를 먹고 백년만에 가는 천년동안도에 가서 한상원 밴드의 공연을 봤다. 기타와  베이스의 솔로에 흥이 났음에도 보컬 겸 코러스 분들이 한 분 씩 나올때마다 벌어지는 흘러간 팝송의 향연에 나는 눈을 어디에 둘지를 모르고 조금 많이, 오그라들었다. 

8.16.2012

Busyness



평소처럼 한쪽 귀에 이어폰 한번 제대로 걸쳐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일을 했다. 심지어 퇴근 시간이 두 시간이 지나가게 일을 했다. 그래도 무어 이런 일을 셋이서 나눠할 거 있나 싶다. 집에 와 피곤한 몸과 얼빠진 얼굴로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이게 다 뭔가 싶다. 

앞 건물 모회사 리스크관리 팀장님과 점심을 먹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해 보이셨다. 팀원들이 꼴보기 싫어서 점심때 도망나오셨단다. 어제는 쉬는 날이라 좋으셨고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스윗홈' 웬즈데이라 5시 퇴근이니 좋으시고 내일 하루만 더 일하면 되니 좋으시단다. 하하하. 이게 다 뭔가 싶다. 

Shallow and Selfish

Brian Ferry

내 이럴줄 알았지. 그러는 게 아니었다. 얘기야 어떻게 오고 갔건간에 나는 결국 참 얕고 저밖에 모르는 인간이 되었다. 일단 로맨스라는 뉘앙스가 끼어들게 되면 일을 참 필요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결국 실망시키고 말 것에 뜸을 들이게 되거나 안해도 될 이야기가 덜컥 나와버린다거나 할말도 없으면서 우두커니 앉아있게하거나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혼자라면 절대 가지 않을 식당에 가게 한다거나 진심이 아닌 것 같은 표정을 짓게 하는 것, 무엇보다 아닌 것에 아니라고 말을 못하겠는 것. 잘 모르겠는게 아니라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해야 한다. 아, 그건 참 불편한데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못된 짓이다.  


8.15.2012

We'll See About That


어제도 밤늦게 귀가했다. 

영화예매같은 것에는 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살아왔기 때문에, 퇴근하고 씨네큐브에 가서 두 장 미리 사놓는 계획부터도 꽤 낯설었다. 우디 알렌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이미 전에 다운로드 받아서 본 영화지만 같이 보고 나면 할 얘기가 제법 있을 상대라 기꺼이 다시 볼 의향이었다. 퇴근 후 여유만만하게 걸어가서 알게된 것은 이 영화가 인기폭발이라는 것. 적어도 어제는. 상영이 2회가 남았는데도 전석이 매진이었다. 막 강북으로 올라오고 있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신사에서 보자고 아무렇게나 정해버렸다. 여러 의미에서 한참 멀어진 동네 신사에서 만나자고 정한 것도 당혹스럽지만 어디서 무얼 먹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을지 그런 다음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허겁지겁 떠올리고 있는 스스로가 참 당황스러웠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드는 생각은 늘, 어디서 만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개인적으로 왠만하면 너무 많이 붐비지 않고 시끄럽지 않은 곳을 선호하지만, 어제같은 경우라도, 미친듯이 몰려드는 인파와 몇 분 간격으로 고막을 놀라게 하는 시끄러운 곳에서라도, 눈을 들여다보게 하는 당김이 있다면, 잘 못알아들은 말에 귀를 가까이 옮겨가 몇 번이라도 되풀이해서 물어보고 답해줄 수 있는  관심이 있다면 주변의 소음과 마찰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아진다. 

믿거나말거나 앞으로 일주일 내 태국의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은 짧건 길건 내 생각 (정확히 내 어떤 것?)을 할 예정이란다. 태국에서의 그런 것은 인류 역사상 있어본 적이 없는 것이겠기에 어쩐지 나는 좀 우쭐해져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대부분 항상 확실하지 못한 경향이 있지만 근래에는당최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는 정도로 나를 모르겠다. 알겠는 것은, 음. 어제 내 폰 메모장에 남겨진 짧은 노트가 나는 좋았다. 

어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 너무너무 추워 점심 시간에 식은땀을 흘리며 명동 자라에 가, 가을용 가디건을 샀다 - 늦게 까지 돌아다닌 여파로 오늘은 주로 하루종일 침대에서 자거나 졸거나 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우고 - 하긴 오늘 쉬는 날이 아니었으면 어제 그렇게 돌아다니지 않았었을 수도 있지만, 모르는 일이다 - 이제 곧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오늘 밤에는 이것과는 전혀 다른 딴 얘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8.13.2012

An Arundel Tomb

Brian Ferry


























Side by side, their faces blurred,
The earl and countess lie in stone,
Their proper habits vaguely shown
As jointed armour, stiffened pleat,
And that faint hint of the absurd -
The little dogs under their feet.

Such plainness of the pre-baroque
Hardly involves the eye, until
It meets his left-hand gauntlet, still
Clasped empty in the other; and
One sees, with a sharp tender shock,
His hand withdrawn, holding her hand.

They would not think to lie so long.
Such faithfulness in effigy
Was just a detail friends would see:
A sculptor's sweet commissioned grace
Thrown off in helping to prolong
The Latin names around the base.

They would not guess how early in
Their supine stationary voyage
The air would change to soundless damage,
Turn the old tenantry away;
How soon succeeding eyes begin
To look, not read. Rigidly they

Persisted, linked, through lengths and breadths
of time. Snow fell, undated. Light
Each summer thronged the glass. A bright
Litter of birdcalls strewed the same
Bone-riddled ground. And up the paths
The endless altered people came,

Washing at their identity.
Now, helpless in the hollow of
An unarmorial age, a trough
Of smoke in slow suspended skeins
Above their scrap of history,
Only an attitude remains:

Time has transfigured them into
Untruth. The stone fidelity
They hardly meant has come to be
Their final blazon, and to prove
Our almost-instinct almost true:
What will survive of us is love.


- Philip Larkin (1922 - 1985)



Elgar: Enigma Variations
Berliner Philharmoniker, Simon Rattle


uh oh..

Intermission
Edward Hopper

Too much fun, Esther. Too much fun. 

8.11.2012

Q & A

Sunlights in Cafeteria
Edward Hopper

대답하기 쉬운 것일 때는 왠만하면 물어보는 것이 어렵다. 물어보는 것이 쉬울 때는 왠만하면 대답하는 것이 어렵다. 쓸데없는 때를 제외하고 그 둘은 참 잘 같이가질 않는 것 같다는 것이 나의 관찰이다. 

8.09.2012

What Is She Really Saying?

Summer Evening
Edward Hopper

No doesn't mean yes, but it doesn't mean no, either.


8.08.2012

Lunch

Carolina Morning
Edward Hopper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또렷이 인식하고 선택하여, 지형학적으로 주변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의사를 물어 동의를 얻은 다음 오전 열한시 반이 채 되지도 않았을 적에 점심이라고 먹으러 나갔으니 이렇게 달음질을 하게 한 음식의 이름은 짬뽕이렷다.

식후 아주 만족스럽게 (은유적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옆건물 커피빈에서 나눈 대화의 주제로는, 관리자와 실무자간의 관계, 지극히 주관적일수 밖에 없는 업무 평가, 마찰과 갈등과 대립을 포함한 대부분의 human interaction이 사실 얼마나 중독적인지, 그게 얼마나 웃기고도 사실 무서운지, 남녀 사이에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얼마나 웃기는 주객이 전도된 일들을 얼마나 평범한 얼굴로 매일같이 범하고 있는지, 등이 있다 . 

발가락에는 절대 빨간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고 볼일이다. 

피아노를 치면서 음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된것은 아주 나중 일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눈여겨 볼 줄 알게 된 것도 아주 나중 일이었다. 살면서 매초 매분에 의미를 두게 되는 것은 아직 진행중이라고 본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각양각색의 진가를 알아보는 것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8.07.2012

Our Sense of Time

Hotel Room
Edward Hopper

Ultimately, there is something odd about settling in somewhere new - about the perhaps laborious process of getting used to new surroundings and fitting in, a task we undertake almost for its own sake and with the definite intention of abandoning the place again as soon as it is accomplished, or shortly thereafter, and returning to our previous state. We insert that sort of thing into the mainstream of our lives as a kind of interruption or interlude, for the purpose of "recreation," which is to say: refreshing, revitalizing exercise of the organism, because it was in immediate danger of overindulging itself in the uninterrupted monotony of daily life, of languishing and growing indifferent. And what is the cause of the enervation and apathy that arise when the rules of life are not abrogated from time to time? It is not so much the physical and mental exhaustion and abrasion that come with the challenges of life (for these, in fact, simple rest would be the best medicine); the cause is, rather, something psychological, our very sense of time itself - which, if it flows with uninterrupted regularity, threatens to elude us and which is so closely related to and bound up with our sense of life that the one sense cannot be weakened without the second's experiencing pain and injury. A great many false ideas have been spread about the nature of boredom. It is generally believed that by filling time with things new and interesting, we can make it "pass," by which we mean "shorten" it; monotony and emptiness, however, are said to weigh down and hinder its passage. This is not true under all conditions. Emptiness and monotony may stretch a moment or even an hour and make it "boring," but they can likewise abbreviate and dissolve large, indeed the largest units of time, until they seem nothing at all. Conversely, rich and interesting events are capable of filling time, until hours, even days, are shortened and speed past on wings; whereas on a larger scale, interest lends the passage of time breadth, solidity, and weight, so that years rich in events pass much more slowly than do paltry, bare, featherweight years that are blown before the wind and are gone. What people call boredom is actually an abnormal compression of time cased by monotony - uninterrupted uniformity can shrink large spaces of time until the heart falters, terrified to death. When one day is like every other, then all days are like one, and perfect homogeneity would make the longest life seem very short, as if it had flown by in a twinkling. Habit arises when our sense of time falls asleep, or at least, grows dull; and if the years of youth are experienced slowly, while the later years of life hurtle past at an ever-increasing speed, it must be habit that causes it. We know full well that the insertion of new habits or the changing of old ones is the only way to preserve life, to renew our sense of time, to rejuvenate, intensify, and retard our experience of time - and thereby renew our sense of life itself. That is the reason for every change of scenery and air, for a trip to the shore: the experience of a variety of refreshing episodes. The first few days in a new place have a youthful swing to them, a kind of sturdy, long stride - that lasts for about six to eight days. Then, to the extent that we "settle in," the gradual shortening becomes noticeable. Whoever clings to life, or better, wants to cling to life, may realize to his horror that the days have begun to grow light again and are scurrying past; and the last week - of, let us say, four - is uncanny in its fleeting transience. To be sure, this refreshment of our sense of time extends beyond the interlude; its effect is noticeable again when we return to our daily routine. The first few days at home after a change of scene are likewise experienced in a new, broad, more youthful fashion - but only a very few, for we are quicker to grow accustomed to the old rules than to their abrogation. And if our sense of time has grown weary with age or was never all that strongly developed - a sign of an inborn lack of vitality - it very soon falls asleep again, and within twenty-four hours it is as if we were never gone and our journey were merely last night's dream.

- quoted from The Magic Mountain by Thomas Mann (translated by John E. Woods)


런던도 무산되고 짤쯔부르크도 무산되었다. 좀 쓰리지만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거다. 뭐 거기나 여기나. 시간은, 인생은, 어디서나 새로움, 익숙함, 습관, 단조로움, 지루함으로 내딛는다 쳐도 당최 내겐 만만한게 없다. 어쩌다 한번쯤 생기면 덧나나.

8.06.2012

Das ist komisch


And it is this, I think, that makes Kafka's wit inaccessible to children whom our culture has trained to see jokes as entertainment and entertainment as reassurance. It's not that students don't "get" Kafka's humor as something you get - the same way we've taught them that a self is something you just have. No wonder they cannot appreciate the really central Kafka joke - that the horrific struggle to establish a human self results in a self whose humanity is inseparable from that horrific struggle. That our endless and impossible journey toward home is in fact our home. It's hard to put into words up at the blackboard, believe me. You can tell them that maybe it's good they don't "get" Kafka. You can ask them to imagine his art as a kind of door. To envision us readers coming up and pounding on this door, pounding and pounding, not just wanting admission but needing it, we don't know what it is but we can feel it, this total desperation to enter, pounding and pushing and kicking, etc. That, finally, the door opens... and it opens outward: we've been inside what we wanted all along. Das ist komisch.

- David Foster Wallace, "Laughing With Kafka"


side effects from the past few disorderly days: my flesh aches, my mind too clear to remain sane.

8.05.2012

gosh,

Brian Ferry

What's going on?

La Boheme

Elisabelle

어제는 여의도에서 삼성역에 40분만에 도착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나는 처음보는 고객에게 삼성까지 얼마나 걸리냐는 말을 서슴치 않고 물어봤고 이미 고객은 내 마음이 삼성에 가있음을 알아차렸다. 고객의 PC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느렸기에 나는 목적으로했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그냥 삼성으로 뛰었다. 

짤쯔부르크에서 한국의 영화관으로 라이브스트리밍 되는 오페라는 아직 화질은 별로지만 사운드는 탁월하다. Swan Lake와 Pina를 3D로 한다니 구미가 좀 당긴다. 

문제는 사실 그런 것들이 아니다. 나는 요즘 꽤나 혼란스럽다. 오늘은 이러저러한 일 때문에 특히나 더 그렇지만 쓰자니 민망하다. 쓰긴 뭐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좀 지나고 볼일이다.  마침 어제 동행했던 마드모아젤은 2주 뒤에 아예 짤쯔부르크에 가자고 꼬시고 있으시다. 

8.02.2012

:)

Elisabelle

A smile is the chosen vehicle of all ambiguities
- Herman Melville


8.01.2012

Mr. C



15년전, 대전 사람들도 잘 모르는 대전 서쪽 끝 쪼만한 동네에서 선생님, 선생님하고 부르던 분은 지금 횡단보도 건너편 빌딩에서 일하고 계신다. 회사가 을지로로 이사오고 나서 나는 덕분에 자주 몸보신한다. 오늘도, 어제 잠을 반밖에 못자 종일 비실비실했기 때문에 퇴근하자 마자 총알같이 집에가 드러누울 생각뿐이었는데, 소고기 같은 삼겹살을 사주시겠다는 말씀에 홀딱 넘어가 벼르고 있던 냉면도 먹을겸 길건너 명동의 엄청 맛있다는 집에 간 것이다. 고기 삼인분과 냉면을 거의 혼자 다 먹고 있는것 같은 동안에 선생님은, 야, 재밌다는 게 뭐냐, 같은 심오한 질문을 던져놓고 노릇노릇한 고기 앞에서 고뇌하시는가 하면, 의미죠, 자기극복이죠, 호기심 충족이죠 같은 이것저것 떠오르는 대로 던져보는 내 대답에 영 불만족이신 것 같아, 그 뒤로 이어지는 '메가인식'이라는 개념의 설명에 대해 잠자코 들으면서 적당한 때 추임새를 넣어드렸다. 고기가 맛있고 냉면도 맛있고 선생님도 재밌고 웃기고 하다가 졸음이 왈칵 쏟아졌다. 잘못지은 이름라고 강조하시는 '일편딸심'을 후루룩 마시듯하고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Books and Movies


Movies watched in this month:

The Intouchables (2011)
Little Women (1994)
Limitless (2011)
Dark Knight Rises (2012)


Books read in this month:

은교 by 박범신
The Name of the Rose by Umberto Eco
Twelfth Night by Shakespeare
"Shipping Out", "Forever Overhead", "Ticket to the Fair" by David Foster Wallace
Othello by Shakespeare (revisited)
Deuxième lettre aux Corinthiens,  Lettre aux Galates (Parole de Vie)

7.30.2012

Certain Persons


너무 더워서 안볼뻔했던 어제 하늘. 

Certain persons simply will not like you no matter what you do. Maybe it's wiser to make peace with that idea than with the persons.




The Bad Plus - People Like You

People Like You


The Bad Plus with Joshua Redman

7.29.2012

Hot

Brian Ferry

* 5:23pm. 토요일. 강남가는 길. 에어컨이 고장난 버스 안에서 옆에 앉은 승객은 내 오른쪽 어꺠로 쏟아져 잠이 들었다. 나는 더웠지만, 더웠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 어찌된 일인지 올 여름에 냉면 먹을 기회가 한번도 없었다.

* it seems like you take me too seriously. and you know it could hurt you.

7.27.2012

It Makes Sense

Brian Ferry

지난 몇 주간 미친듯이 바빴던 스케쥴은 드디어 끝이 났다. 그러는 동안 나는 회사에서 시덥지 않은 일에도 제법 집중해서 일한 편인데 이것이 언제나 꼭 좋은 것인지는 잘모르겠다. 예를 들면 이렇게 뭐라도 붙들고 하루의 마감을 기념하려고 하면 단 한톨의 쓸말도 생각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피곤하다는 것 외에 별다른 느낌도, 생각도 들지 않는다. 5년, 7년, 10년 개근하는 사람들의 정형, 타입화되는 일반적인 현상이 온몸으로 말이된다. 그냥 그렇게 되는거구나 싶다. 나는 어떻게 될까.

종로의 맛있다는 유황오리와 인기 몰이중인 '어찌감이'가 금요일 저녁같았다.   

7.26.2012

Try



Neil Cowley Trio - Distance By Clockwork



Try to learn to let what is unfair teach you.

7.25.2012

How Long Has It Been

Brian Ferry


since I did absolutely nothing. 

Fear of Being Misunderstood

Brian Ferry


소통을 안했으면 안했지,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를 사는 것은 정말 싫다. 혹시라도 그럴 경우에는 무조건 납작 엎드려 미안하다, 할 일이다. 그 바로 다음부터는 자연스레 조심과 경계로부터의 긴장이 있겠으나 좀 불편해도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떻게든 모서리는 마모되기 마련아니겠는가. 아니면 그때가서 말 일이다. 

이 미친 스케쥴은 4일만 더 견디자.

7.23.2012

I Like Your Eyes

Brian Ferry

but, other than that, I honestly don't know.

7.22.2012

yea,

Brian Ferry

maybe i said something that shouldn't be said or i didn't mean to say or i don't understand. again.

7.21.2012

Quite an Adventure

by Brian Ferry

하하하. 어제는 어찌나 피곤하고 졸렸던지 simplicity & sincerity 라고 제목도 거창하게 써놓고서는 뭐라고뭐라고 쓸려다가 점만 두개 찍고 쓰러져버렸던 것이다. 하. 이런 살인적인 스케쥴은 일주일만 더 버티면 된다. 그전에 쓰러지면 쓰러지라지. 그렇지만 이왕에 사는거 안쓰러지면 덜 번거롭겠다. 아니 감사하겠다. 

어드벤쳐라함은, 오전에, 요즘 일주일 세번씩 만나고 있는 아이와의 노동을 마치고 (오늘은 이 아이에게 '퉁'이란 단어를 배웠다), 이렇게 비쌀줄은 몰랐던 빠마 및 커트를 하고 (아니 왜 동의도 없이 당연스레 이런저런 케어들을 넣어 당황케 하시는지.) 그닥 선호하지 않는 이 여름에, 그닥 좋아하지 않는 오후 두시에서 다섯시 사이의 무더운 태양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무지 호감간다고 할수 없는 찐득찐득한 얼굴을 하고,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강남지구를 계속 걸으며 얘기한 것이다. 온몸이 녹는 듯 했고 땀을 비오듯이 쏟아진다는 것처럼 흘렸다. 중간에 너무 지친다 싶으면 커피집(논현동 스타벅스, 신사동 근처 스타벅스)에 들어가 열을 좀 식히고 좀 지루해진다 싶으면 일어나 다시 걸으며 얘기했다. 정확히 일곱시까지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교보타워 근처에 있는 도스타코스는 꽤 맛있지만 나는 세상에서 최고로 느리게 먹는댄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나는 꽤 어른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발이 아파서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서현에 걸어가 쪼리를 하나 사서 신고 집에 들어왔다. 여름 때문인지 뜨거운 햇볕때문인지 많이 흘린 땀때문인지 아픈 다리때문인지 말을 많이 해서인지 머리가 땡땡 울리고 있지만 오늘 어드벤쳐의 마무리는 옆동네 마드모아젤과 오리 씨지비에서 심야 Dark Knight Rises를 보는 것으로 하기로 했으니 나는 포도를 먹으며 좀 앉아있다가 나갈테다. 

7.19.2012

I Feel Good



지난 며칠간 책 한장 들여다보지 못하고 클릭 한번이면 될 뉴요커나 파리스리뷰 페이지에도 들어가보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었던 스케쥴을 고려하면, 저녁 여덟 시 전에 집에 들어온 오늘 같은 날은 뭐라도 먹고 대자로 뻗는 것이 뻔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조차 그 뻔하게 벌어질 장면만을 묵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쩐지 힘이 난다. 잠깐 지나가고 마는 제스츄어들을 과장해서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신호 같은 것들이라고 느껴졌다. 생각해서 그렇게 느껴진게 아니고 그냥 피부로 느껴졌다. 이것들이 속빈 강정들인지는 조금 더 살고 있다보면 저절로 알게되는 것이겠지만. 여하튼 지금은 힘이 나서 좋다. 

나는 잘하고 싶다. 부응할 기대가 거의 없는 낮은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만큼, 좀 알아줬으면, 인정해줬으면, 증명해 보였으면 해서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라면 제 머리털을 뜯어서라도 한사코 그래서는 안된다. 좋다카더라-는 것은 알고보면 좋지 않은 것이 많다. '잘 산다'카더라-도 알고 보면 잘 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단 좋은게 뭔지, 잘 산다는게 뭔지를 깨끗하게 알고 보기다. 이왕에 하는거 잘하는 건 좋은 것이니 (물론 '뭘' 하느냐가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나는 좋은 것이 탐나 잘하고 싶다.  

며칠 책 좀 안읽었다고 이런 자기계발서같은 글투로 써놓고 허허.

발랄하게 오징어를 넣어 스파게티를 만들어먹고 아무 소리도 없게하고 앉아 포도를 한알씩 따 먹고 토마토를 갈라먹었다. 배를 통통 두드리며 거울을 보니 아무래도 얼른 눕긴 해야겠다. 


7.18.2012

We Hold Empty Names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7.17.2012

torn

between my head and my heart.




Herbie Hancock -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in G, 2nd Movement

(not that i'm crazy about these pictures.)

7.16.2012

Coffee and Milk



투명한 유리잔에 하얗게 담긴 우유의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우어어어어~"이다, 우유를 다 마시고 난 빈 잔은 "엉."이다, 아이스 커피가 가득 담긴 투명한 갈색은 "흥!"이고, 커피를 다 마시고 난 빈 잔은 "ㅎ-"이다. 아이는 수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꼭 내가 이렇게 피곤에 지쳐 막간에 무슨 말인지 모르고 떠들 때 더욱 정확성을 기해, 의태의 내맘대로 의성어화한 것을 받아적으려 하는가 하면, 혹시 그래도 내가 간 다음 억양을 잊을까 녹음까지 해두는 열심을 보인다. 

휴. 일단 월요일은 갔다.  


I Kneel Down



Pierre Pédron Cheerleaders - Toshiko


출퇴근에, 수업(월, 수, 토)과 수업 준비(화, 목, 금)로 평일에는 자유시간을 채 한 시간도 제대로 못누린지 한달 쯤 된 것 같다. 한 이 주간 이 스케쥴을 계속 견뎌야 하는데 이번주부터는 수업이 더블이라 (월, 화, 수, 토, 토)  좀 아찔하다. 좀 여윈 것 같긴 하지만 좀처럼 쓰러지지 않는 몸이다. 

오늘 우리는 Othello를 읽었고 집에 오는 길에 서있는 C를 우연히 만나 악수를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같이 서서 얘기 좀 하다가 집에 들어왔다. 

침대 옆에 무릎을 끓다. 헤쳐나가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구하다. 
잘된 것은 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것은 제가 한 것입니다.


7.15.2012

Saturday Night




비는 자꾸 쏟아졌다 말다 하지만 지나치게 건전하기만 해서 건조한  토요일이 되는가 싶어 오랜만에 심야영화를 보러갔다. 축축한 여름밤 집복 차림에 두유 그린티 머시기 프라푸치노에 휘핑을 잔뜩 얹어 손에 들고 옆동네 마드모아젤과 나란히 앉아 아이큐 네자리인 캐릭터를 구경하는 것은 썩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영화관에서 나오는 동시에 느껴지는 리얼리티는 바로 전 두 시간 남짓동안 익숙해졌었던 삶의 속도보다 약 백 오십분의 일로 주욱- 늘어난 필름같았지만, 또 그래도 어떻게 세 자리를 간신히 넘어준 아이큐를 얼싸안고 차에 올라타며 어줍잖게 "괜찮네."라고 덜컹 던져놓고 입맛을 쩝쩝 다시는 것이 어쩐지 존재 가치에 있어서 강등된 기분이지만. 이미 취침 시간을 훨씬 보내놨기에 얼른 이 몸을 침대에 눕혀줘야 하는 다급한 의무감 같은 것이, 일단 마냥 건조하지만은 않은 토요일을 만들었다는 것에 거의 만족하게 하고 나는 이제 램프 스탠드를 끈다.   

7.13.2012

How many the fictitious shores

Silent Seasons - Summer
Will Barnet



























I many times thought peace had come,
When peace was far away;
As wrecked men deem they sight the land
At centre of the sea,

And struggle slacker, but to prove,
As hopelessly as I,
How many the fictitious shores
Before the harbor lie.


- Emily Dickinson

7.12.2012

Ashamed

Dialogue with Space
Will Barnet

아아, 너무 창피한데 숨을 데가 없다. 고개를 빳빳이 들 수 있는 길은 뻔뻔해지는 것 밖에 없나.

특히 자주 보는 인물일수록 이미 어느 정도 포기하는 자세로, 이해했다 치고 넘어가는 게 그런대로 지낼 수 있게 하는 둥그스름한 사회생활의 관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갈등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겠지만 바깥까지 충돌이 표출되는 상황을 모면하려고 억제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정면 충돌을 일으키는 때가 있다. 이를 테면 오늘- 

대화로 풀릴 문제에 굳이 인색하게 피해서 좋을 것 뭐 있나. 문제가 풀릴지 안풀릴지 일단 얘기를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아느냐, 그럼, 나는 그냥 안다, 통찰력이 오방 있다, 할 수도 없으니 곤란하다. 

결국 터진 악, 소리 같은것을 들어놓고 없던 셈 할 수 없으니 대화같은 것을 시도했...다기에는 첫마디부터 들리는 소리가 너무 크다. 그런 소리의 목적과 방향이 허공에 흩뿌려진게 아니라 온전히 내 쪽으로, 맞받아쳐지기 위해 쏟아졌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그때부터 영원의 관점은 지탱되지 않는다. 말들은 앙칼지게 충돌하여 추한 소리를 내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 날카롭게 꽂힌다. 

결국 첫마디 보다 두 배쯤 큰 소리였던 끝마디이자 결론으로 알아들은 것은, 나와 얘기하는 건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시작부터 내가 하고 싶던 소리였다. 언제나 꼭 이렇게 끝까지 해봐야 시간낭비라는 걸 알 수 있는 건 아닐거라고.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 지금, 당장, 바로, 본인을 다시 생각해 달라는 건 떼쓴다고 되는게 아니다. 적당한 때와 장소가 있다. 더군다나, 사람이 어떠한가, 어떠한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문제는 시간이 조금씩 천천히 일러주는 것이지 (한 순간에 들통나는게 인간성이라고 했던게 바로 어제다!) 수군수군 일회적인 말로 절대 증명될 수 있는게 아니다,고 한다면 너가 감히 적당하고 적당하지 않고를 어떻게 미리 넘겨짚고 아느냐 할 수 있는 문제고 그러면 나는 또 적당한 답 말하기에 실패하고 길게 한숨을 쉬겠지만. 나를 얼마나 맘에 들어하느냐 안들어하느냐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그냥 나를 얼마든지 싫어해도 괜찮으니 이런 소음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그러는가 하면 새우들이 배배꼬이고 있는 동안 옆에 있던 고래는 하늘을 난다. 짝짝짝.